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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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다 노래를 부르지만 솔직히 제대로 쉬는 법을 모른다.

저자는 진정한 휴식을 취해야만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며 게으름에 대한 기술을 전해준다.

게으름에 대한 기술이라.. 말로는 베짱이의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마음속에 피어나는 불안감에 개미의 삶을 살게 된다.

올해로 70대 중반이 된 저자가 알려주는 게으름 기술은 나와 같은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의 노예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마주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휴가와 여행이라는 개념이 성립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요즘은 어린 시절부터 체험 학습 등의 이유로 여행을 다닌다고 하지만

나는 30대를 지나고 나서야 휴식을 취한다는 이유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내 모습은 쉰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루 종일 발이 퉁퉁 부어오르도록 한참을 걸어 다니고 시간 단위로 쪼개서 세운 계획을

꼭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진정으로 휴식을 경험한 기억이 드물었다.

그나마 그런 여행에 지치고 나이를 핑계로 최근에서야 쉬어가는 여행을 경험하곤 했다.

이런 내게 제대로 쉴 수 있는 게으름 기술은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권한 독서조차 나는 휴식이 아니라 숙제처럼 한건 아닌지 급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책 곳곳에서 무릎을 탁 칠만한 명쾌한 해답이 담겨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기술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기에

가만히 있기를 거부한 것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완벽하게 저자의 충고를 따를 자신은 없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

내 모습은 낯설다. 이제는 그 낯섦을 조금씩 지워보려 한다.

제대로 쉬어야만 깨어있는 시간을 보다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깐.

만성 피로에 찌들어 카페인을 달고 사는 삶에서 벗어나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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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삽니다
김성환 지음 / SISO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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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시작하기 전에 박차고 나와 에어컨보다는 선풍기 앞에서 무더위를 견뎌냈고

이제 프리랜서 2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나보다 먼저 이 삶을 선택한 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저자와 나의 다른 점은 그는 퇴사 후 431일 동안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부럽다. 나는 왜 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저 하루빨리 그곳에서 벗어날 생각만 했지,

뚜렷한 계획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지쳐있었을 뿐이다.

조금 더 있다간 회사 건물 옥상에서 자유 비행을 시도했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퇴사 후 이야기에 그저 공감할 뿐이다. 특히 프리랜서라는 말에

좋겠다고 한탄하는 직장인 친구들에게 나 또한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너희 일할 때 나도 일하고, 너희 쉴 때 나는 일해!"

25일이 되면 꼬박 월급이 나오는 삶에서 오롯이 내가 일한 만큼 돈이 나오는 삶을 살고 있기에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이들을 보면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매일이 불안하지만 오히려 살맛 난다. '회사가 준 일'이 아니라 '내 일'을 하기에 책임감은 더 커졌다.

같은 일이지만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집에서 일할 때 마음가짐이 확연히 다르다.

그저 상사의 잔소리와 푸념이 듣기 싫어 억지로 일했던 그때와는 다르게

한번 볼 거 두 번 보고 더 잘하고 싶고 더 완벽하게 하려 한다.

그래도 프리랜서의 삶은 불안하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어떤 이는 백수와 다를 게 뭐냐고 묻는다.

뭐가 다른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히도 아직까진 일이 일을 불러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나도 저자처럼 무조건 회사가 싫다고 퇴사하려는 사람들은 말리고 싶다.

적어도 먹고 살 계획은 철저하게 세운 후 일을 저질러도 늦지 않다.

프리랜서의 삶을 마냥 화려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자.

회사 밖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춥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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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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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한복판에 있는 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포르투갈령의 아조레스 제도.

이곳에서는 투우와 축제가 끊임없이 열리고 연보라빛 수국과 푸른 초원, 바다가 펼쳐진

그리움이 시작되는 아름다운 곳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취재 기자인 다이애나 마컴은 취재차 방문했던 아조레스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해 여름 아조레스에 초대받은 다이애나는 이곳에서 느낀 감상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녀가 전해준 아조레스 사람들의 삶은 언제 어디서나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전달해준다.

잠시나마 내 안에 담겨 있던 시름을 덜어내고 아조레스 사람들의 삶 속에 빠져들었다.

이들은 조급하지 않는다. 느긋하게 여유롭게 삶을 즐긴다.

그러나 아조레스 사람들은 과거를 기억하고 슬픔을 간직하되 오늘을 살아간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아조레스를 방문한 저자는 이들의 삶에 동화되면서 자신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을 찾아가는 여정을 즐기게 된다. 이곳에서 그녀는 사랑을 찾게 된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그녀는 마침내 진짜 사랑을 찾게 된다.

그녀를 따라간 아조레스는 매력적인 곳이다. 곳곳에서 유쾌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이곳으로

나 또한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내가 누구인지, 내게 사랑은 어떤 의미인지,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추억하고 기억하게 해준

아조레스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건 그리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다.

저자는 여름날 아조레스에서 사랑을 찾았지만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따스한 차 한잔 마시며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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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어바웃 해피니스 - 마음 주치의에게 행복에 대해 물었다
김아리 엮음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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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부족하지 않지만 넘치지도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돈이 많으면 당연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살았고 운 좋게 이직하여 2배가 넘는 연봉을 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늘어난 돈만큼 마음의 상처는 깊어만 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쏟아지는 악담과 받은 만큼 일하라는 압박과 사람을 숫자로만 대하는 그런 환경 속에서

이게 내가 꿈꾸던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록 지금은 그때만큼 통장 잔고가 쌓이지 않지만 한결 여유롭게 하루를 온전히 내가 만들어가고 있다.

이 책에는 11명의 심리 전문가들이 답하는 행복에 대한 정의가 담겨 있다.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들은 부모 자식 간의 관계, 인간관계, 한국인들의 특징, 종교적 관점, 연애, 그리고 자존감 등 다방면에서

그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역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김혜남 박사님의 이야기다.

40대 초반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전하며 행복을 말한다.


인생에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나에게도 그게 일어났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해요

p.20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를 이해하고 내가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내 것이 아닌 것에 미련을 두지 않는 삶.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 불행에 슬퍼만 하지 말고 혼자 속으로 끙끙대며 아파하지 않는 삶.

복잡한 마음을 잠시 내려두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삶.

행복을 찾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이 모든 과정 중 가장 힘든 일이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것이다.

아직 나조차 내 안의 상처를 마주 보고 감내할 자신은 없다.

언젠가 그럴 날이 올 거라는 막연한 바람을 간직한 채 마주하지 못했던 내 아픔을

이제는 마주해보려 한다.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내게 용기를 전해주었다.

마음 주치의들이 전해준 처방에 따라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보자.

실패는 실패가 아니고 승리는 승리가 아니며,

언제든지 승리할 수 있고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는,

자신이 거쳐야 하는 과정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기에 된 것이고요.

이는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성숙을 도모하는 결과로 귀결되는 것이죠.

p.241 왜 자존감이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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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김광연 지음, 박승희 그림 / 지콜론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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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에 있는 작은 식당 "광장". 이렇게 멋진 공간을 나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공간이 실제로 존재했을 때 느끼는 그 짜릿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고 맛있는 음식과 술 한 잔이 공존하는 그곳.

오래된 노포가 즐비한 을지로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계절에 따라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따로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진동벨이 아닌 레이저 포인트로 알림을 준다.

1년에 한 달 정도는 장기 휴무에 들어가고 반말로 주문할 땐 음식값의 두 배를 내야 한다.

꽤 복잡한 규칙 때문에 번거롭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규칙은 온전히 자신을 위한 공간을 찾아온 이들을 위한 배려이다.

이러한 배려를 위해 주인장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지켜 나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참 좋다.

맛있는 이야기가 가득하고 사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있는 이 책을 읽자마자 광장의 SNS를 찾아보았다.

더운 여름날에는 수박 맥주를 마실 수 있고 명절에 혼자인 이들에게 아무밥을 선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손님이 사오는 음식을 나누기도 하는 광장.

흔하지 않은 특별한 이 공간이 나만 알고 싶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공간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어느 날

그곳의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과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찾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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