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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통역이 되나요 - 제대로, 유연하게 언어보다 중요한 진심을 전합니다
정다혜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7월
평점 :
국제 무대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유창한 외국어 실력으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체.
통역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통역사란 직업과 10년 차 통역사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통역 대학원 생활, 취업 준비, 영어 공부 방법, 가장 중요한 마인드 컨트롤 방법까지 소개하며
통역의 세계를 알려준다.
각각의 언어가 가진 의미를 최대한 살려서 전달하기까지 완벽에 가까워야 하는 통역사의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특히 법률 분야의 통역과 FTA 협상 경험은 흥미진진하다.
언어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통역사를 꿈꿔봤을 것이다.
UN 회의나 정상 회담 같은 굵직한 무대에서 각 나라의 정상들의 말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삶은 만만치 않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어 하나가 주는 의미 차이로 인해 자칫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말을 전해야 한다.
통역사는 외국어만 잘하면 된다 생각하겠지만 모국어가 우선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아름답기만 한 통역사의 세계 이면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치열한 노력이 숨어 있는 것이다.
보이는 모습에 환상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통역의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꽤 오래전 대학 졸업을 얼마 앞두고 과 동기와 통번역대학원 입학 준비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외대 통번역대학원 입시 설명회에 참석했고 전공을 살려
전문 통역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전공 관련으로 동기는 다른 전공으로
다른 대학원에 진학했고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다른 동기가
통번역대학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연 내가 입학을 했어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 끊임없이 자문해본다.
통역이란 언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마음에 담는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도 같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말이 아니라 글이라는
전달 수단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에는 서로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 덕분에 내 직업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직업으로서 통역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p.69
통역사로 일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누군가 내게 의지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다. 그중 법정은 내게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그리고 무겁게 느끼는 곳이다. 피고인들은 내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어 주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인지 가끔은 그 이상으로 나에게 의지하기도 한다.
P. 169
한국어를 듣고 한국 사람이 반응하는 것과 동일하게 영어를 듣고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반응하도록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통역의 원리다. 아주 단순한 예시에 불과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나드는 통역 프로세스는 굉장히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