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이기는 여자 - 일 잘하는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
윤여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새내기 시절, 친구와 여의도 공원에 앉아 높은 빌딩들을 바라보며

'몇 년 후에는 우리도 여기 있는 빌딩 중 한곳에서 일하고 있을 거야.'라는

희망 어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멋지게 차려입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커리어 우먼. 그래서 높은 곳까지 승승장구하는 삶을

그려본 적이 있다. 비록 나는 이루지 못했지만 내가 꿈꾸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한 여성이 있다.

LG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HR 부문에서 혁혁한 성과를 낸 윤여순 대표.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였다.

세월이 흘러 많은 여성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유리천장과도 같은

그 경계를 일찍이 깨뜨린 그녀의 삶과 생각들이 궁금해졌다.

그녀는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야 하는 고충, 남성 위주의 직장에서

여성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강점과 단점, 직장 내 관계를 매끄럽게 이어나갈 수 있는

슬기로운 방법까지 하나씩 알려준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그녀의 이력을 살펴보면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후배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면서 척박한 환경에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그녀의 삶 자체가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고난과 시련이 있어도 우아하게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면서 묘한 자극을 받기도 했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오기도 생겨났다.

서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내가 하는 일에서도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간다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까지 남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경험은 없었다.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일을

주로 하다 보니 성별로 인한 불평등을 직접적으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에 공감한다. 스스로를 엘리트라는 잘못된 고정관념 속에 넣고

타인에 대한 시기와 모함과 질투를 일삼는 치열한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짓 미소를 지었던 그 시간이 오히려 부끄럽게 느껴진다.

결국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을 때 나는 그곳에서 도망쳤다.

마지막 순간, 마치 자신이 이겼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여성은 소수이기 때문에 더 뭉쳐야 한다고.

이런 상사나 멘토를 진작에 만났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아쉬움은 남아 있다. 어려운 시절에 서로 위로가 되어 준

좋은 친구들과 예전처럼 자주 이야기할 수 없게 됐으니깐.

저자의 인생 이야기는 여자와 남자를 구별하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육아는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해나가야 하는

인생의 큰 과제이므로 일과 육아, 관계 속에서 조언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p. 10

내가 찾은 우아함은 그 어떤 방법보다 나에게 힘이 되었다. 서루드지 않고, 쉽게 흥분하지 않고,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로 나만의 페이스로 뚜벅뚜벅 나아갈 수 있었다. 우아한 여정은 나를 지켜주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p. 152

성은 여성으로서 남성은 남성으로서 당연히 성별이 가져다주는 특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를 잘 살리고 약점은 잘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는 남성이나 여성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과제다.

p. 181

여성은 소수 그룹이므로 더욱 뭉쳐야 한다. 뭉쳐서 나눌 일과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 세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끼리의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하다. 여성 스스로 여성을 지지하고 응원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작은 마을에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도착한 박물관 기사 '나'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 대강의 줄거리를 읽었을 땐 죽은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유품을 모아 전시하여

떠난 사람을 그리워할 수 있는 따뜻한 박물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박물관에 전시될 유품을 수집하는 과정부터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누군가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유품은 그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유품은 그렇게 평범한 것이 아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일지라도 한 사람을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진정한 유품으로 인정받아

박물관에 전시될 수 있다.

박물관 기사를 중심으로 평생을 유품 수집에 바친 노파와 수양 딸인 어린 소녀,

그녀들을 도와주는 충실한 정원사와 가정부는 함께 침묵 박물관을 개관하려 박차를 가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마을에는 폭발 사건과 살인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게 되고

형사들은 낯선 박물관 기사에게 의심 어린 눈초리를 보낸다.

유물을 수집하려는 노인의 광기는 때로는 범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없어진 물건에 대해 망자가 가져간 것이라 여기며 죽음을 추모한다.

이렇게 모인 유품에 남긴 사연을 설명하면서 노파는 자신의 마지막 소임을 다하게 된다.

괴팍한 노인이 등장하면서 책은 다소 음울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연이어 일어나는 살인 사건은 등장인물에게 의심을 품게 만든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박물관의 수집품을 위해 누군가 유도한 건 아닌지,

박물관 기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계속 생겨난다.

죽음의 의미란 무엇인지, 가장 완벽한 죽음은 어떤 것일지 생각이 많아진다.

각자의 인생을 충실하게 기억하며 영원히 함께 한다는 것을 대변할 수 있는 유품은 어떤 것일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그려보게 만들어 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술은 잘못이 없다 - 어느 술고래 작가의 술(酒)기로운 금주 생활
마치다 고 지음, 이은정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0년간 매일 술을 즐기던 저자는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과연 그 결심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호기심에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가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저 쓴 걸 무슨 맛으로 마실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젊은 시절에는 나도 음주를 했었고 술맛도 알고 있지만

술을 마신다고 괴로운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다음날 숙취에 고생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에는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술과 함께 했던 사람에게는 금주를 결심하고 실천하는 힘겨운 여정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저자는 인생의 쓸쓸함을 받아들이고 정신적 여유를 갖게 되면서 술 없이

담백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새롭게 찾게 된다.

술이 줄 수 있는 잠깐의 단꿈에서 깨어나 꽃과 풀을 보고 비 냄새를 맡으며 그동안 지나쳤던

일상의 작은 것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삶의 낙을 포기하면서 행복과 멀어질 것만 같았지만

금주를 하면서 오히려 소소한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간직하게 된다.

맑고 깨끗한 정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행복이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명랑한 분위기의 글과 저자의 위트가 어우러진 문장을 읽으며 인생이란 무엇인지

잠시나마 생각해본다. 매일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생이란 쓴맛, 단맛, 짠맛, 신맛 등이 골고루 섞여 다양한 맛을 낸다고 생각한다.

그 맛에 술맛을 첨가해도 좋지만 짧은 인생사에 술맛보다 더 좋은 맛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과 끊고자 하는 의지가 충돌하는 한 사람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읽으며 처절한 금주 일기에 기분 좋게 취해본다.

p. 56

그니까 정리하자면 술의 즐거움은 인생의 자산이 아니며 즐거움이라고 부르던 것이 실은 부채라는 사실을 한 수 가르쳐 줬다, 이 말이지. 이 생각을 발전시키면 반드시 인생 자체의 균형이라는 지점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즐거움의 반대쪽에는 반드시 고통이 있다. 이것은 절대적이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듯이.


p. 277

정신적 여유다. 다른 말로 하면 여백 정도라고나 할까. 놀이,라고 해도 좋겠다. 지금까지는 그런 여유, 여백이 없었기 때문에 강한 자극을 목적으로 빠른 속도로, 그리고 최단거리로 가고 있었지만 여유, 여백이 생기면서 천천히, 가끔 멈추기도 하면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기분은 카레 - 평범한 듯 특별한
노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절대 밤에 읽으면 안 된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지만

밤새도록 카레가 먹고 싶어지는 바람에 주린 배를 움켜쥐고 억지로 눈을 붙여야만 했다.

매년 300번 가까이 카레를 먹는 '카레 덕후'인 저자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카레의

매력을 쉼 없이 이야기한다. 매일 느끼는 기분에 따라 카레 메뉴를 선택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만의 행복점을 찾아가는 저자의 삶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만난 카레는 그의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되었다.

그날을 계기로 그의 삶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맛있는 카레를 찾아 떠난 여정은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떤 대상에 확실하게 빠져 긍정적인 결과로 이끌어낸 그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한국과 도쿄에서 만난 열 가지 카레는 각각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만난 카레가 궁금하여 그의 인스타그램을 잠시 엿보았다.

온통 카레 사진으로 가득한 그의 공간에서 낯선 모습의 카레부터

익숙한 엄마표 카레까지 수만 가지 카레를 눈으로 맛볼 수 있었다.

카레를 만나고 난 후 저자는 세상 앞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낯선 도쿄의 카레 식당에서 어떤 향신료가 들어갔는지 주인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카레 에세이를 출간하여 북토크를 진행하기도 한다. 숨겨져 있던 용기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 카레의 매력에 홀린 듯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카레를 좋아한다. 당근과 감자, 양파를 넣고 나만의 비법으로 메추리알을 추가한다.

갓 지은 하얀 쌀밥 위에 뿌린 노란 카레 한 그릇이면 다른 반찬은 필요 없다.

각자의 삶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오늘은 카레에 한번 빠져보자.

이 책을 통해 한입 먹으면 웃음부터 나는 맛있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p. 54

새로움과 변화 앞에서 두려워할 때 카레가 떠올랐다. 살면서 계속 변화해야 한다면, 변화를 따라가는 노력에 시간을 쏟기 전에, 더 늦기 전에 한 번쯤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온전한 시간을 써보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일 년 정도는 카레에 집중해보기로 하고 퇴사를 결정했다.


p. 101

마음에 부탁했다. ‘일할 때 두려움이 찾아오면 카레를 만나는 일처럼 생각해보자.’ 주어진 상황에서 잘하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아주고 최선을 다하면, 실패하고 후회하더라도 곧잘 ‘다시 해보자’ ‘다음엔 더 잘해보자’ 같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길 것 같았다. 카레 덕분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평생을 가도 알지 못할 것만 같다.

각자가 느끼는 사랑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누군가는 사랑을 아픔이라 여길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기쁨이라 여길 것이다. 수만 가지 감정이 담긴 사랑의 순간에

느끼는 감정과 사랑의 본질을 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내 연애는 아련했고 아팠고 슬펐으며 행복했던 기억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였을까.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랑의 가능성이 한없이 부럽게만 느껴졌다.

이 책에는 사랑에 대한 모든 순간이 담겨 있다.

첫 만남의 설렘부터 한없이 행복한 순간과 이별에 아파하고 눈물 흘리면서도

변함없는 일상을 살아가며 또 다른 사랑을 기다리는 순간까지 그려지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나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가도 차가운 냉기에 돌아서게 되는

감정의 변화 속에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지나간 사랑에 후회하고 새로운 사랑에 설레는 이들에게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이 책은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어 줄 거라 믿는다.

운명을 마주하고 설렘을 느껴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언제나 꿈꾼다. 어딘가에서 인생의 동반자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이번 생이 아니라면 어느 생에선가 분명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사랑이 필요한 이유를 알고 싶다면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잔잔하게 스며드는 글귀에 마음이 위로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 95

뜨거울 만큼 뜨거웠고

아플 만큼 아팠고

그래, 할 만큼 했다.

그거다.

p. 167

나를 사랑했던 너는 이미 없고

너를 사랑했던 나도 점점 과거가 된다.

p. 221

자꾸 웅크려드는 어떤 날,

햇볕을 듬뿍 쬐어준 마음에 속삭이세요.

그래도

괜찮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