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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남성을 디폴트 값으로 설정한 세상에서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받고 있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책이다. 여성운동가인 저자는 16가지 영역에 걸쳐
여성에 대한 데이터 공백을 살펴보고 그러한 공백이 여성에게 미치는 차별을 이야기한다.
엄청난 통계 자료와 데이터는 그녀의 주장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녀의 주장을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스마트폰 액정 크기가 여성의 평균 손의 길이를 고려하지 않아 떨어뜨리는 일이
일상이라는 부분은 괴변처럼 들리고 여름철 사무실 적정 온도가 남성의 기초대사율을
기준으로 했다는 부분은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성의 가사 활동을 무급으로 여기는 것이 잘못됐다는 주장에는 공감하는 바이다.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직장 생활을 한다면 가사 노동 또한 적절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자녀가 있는 맞벌이 여성의 노동 가치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빠른 시일 내에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여성이 주로 복용하는 신경안정제에 대해 여성 피험자를 상대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차별은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다.
젠더 문제를 이야기하는 건 솔직히 어려운 문제다.
막연하게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흑백을 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공평한 기준에서 따져봐야 할 문제다.
나는 지금까지 성별로 인한 차별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성별에 상관없이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하는 일을 했고 젠더 문제로 인한 차별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내가 하는 일은 오로지 내 능력만이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책에 소개된 차별 문화는 다소 충격처럼 다가왔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져 서로 대립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모든 분야의 여성의 진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격과 실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동등한 평가 기준으로 양성을 평등하게 바라보고 공정한 기회를 주는 사회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