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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항구 도시 유니티스트리트를 배경으로 소박한 가게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문신 가게, 종교 관련 가게, 형제 장의사, 음반 가게 등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거리에서
가게 주인들은 가깝게 지내며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일상을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이 마을에도 개발바람이 불어왔다. 가뜩이나 인근 번화가의 대형 상점에 손님들을
빼앗겨 하루 운영도 힘든 판국에 부동산 개발 회사는 이 마들을 통째로 사들이고자
가게 주인들에게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프랭크의 음반 가게도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함께 살던 집을 내놓고
밴을 타고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유니티스트리트였다. 그
에게는 누군가 찾고 있는 음악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주는 재능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음악과 음악가에 관한 이야기를 매일 듣고 자란 영향으로
음악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해 준다.
어느 날 프랭크의 가게 쇼윈도 앞에 녹색 코트를 입은 아리따운 여성 일사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때부터 프랭크의 마음에 사랑의 기운이 스며든다. 과거 실연의 아픔으로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던 프랭크에게 설렘이 찾아왔다. 두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더욱 키워만 간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직원의 실수로 오랜 삶의 터전을 잃고 사랑마저 떠나보낸 프랭크는 긴 세월 방황하게 된다.
21년 후 일사는 잃어버린 사랑을 찾기 위해 프랭크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음악은 두 연인이 다시 마주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음악이 들리는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질 수 있다.
프랭크는 어느 날 가게에 찾아온 쇼팽만 듣는 중년 남자에게 '아레사 프랭클린'의 노래를 들려준다.
나 또한 이 노래를 찾아 들으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 덕분에 유니티스트리트와 그곳의 사람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이제 막 LP 판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왜 프랭크가 그토록 LP만을
고집했는지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등장인물이 가진 각각의 사연에서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 따스함과 용기를 얻는다.
음악과 책이 오롯이 하나가 되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 좋은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