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정옥희 지음, 강한 그림 / 엘도라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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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전공자가 전해주는 낯선 세계로의 여행. 그 여행을 떠나기 앞서 잠시 상상해 본다.

핑크색 포인트 슈즈를 신고 허리에는 흰색 튀튀를 두른 다음

가벼운 몸놀림으로 우아하게 팔과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내 모습.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내 모습을 떠올리며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녀는 발레 전공자로서, 발레 무용수로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우아하고 아름답게만 보이는 발레를 선보이기 위한 그들의 피나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연습실은 파스와 땀 냄새로 뒤덮이고

평생 동안 혹독한 다이어트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예술이 아닌 직업으로서 발레 이야기는 처음 들을 수 있었다.

발레리나 엄마로서 육아의 곤란함과 사회적 한계, 유색인 무용수에 대한 차별,

턱없이 부족한 직업 무용단으로의 취업, 값비싼 레슨비와 발레용품 등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역사와 전통이 있는 발레 무대 뒤편의 모습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프로의 세계란 어떤 곳인지, 잘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둔다.

발레라는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공감 가는 저자의 이야기,

그리고 '강한'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예쁜 책이다.

프로의 정신은 너무 떨거나,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쉽사리 나태해지지 않으면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다.

p.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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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정재영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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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뒤를 이어 산업용품 세계에 뛰어든 젊은 공구상사 사장님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 유쾌한 생활 에세이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공구상의 세계는 시종일관 신기하다.

늘 궁금했던 산업용품에 대한 호기심이 거의 충족되는 시간이었다.

낯선 직업 세계에서 장인 정신과 책임감을 느꼈고

오랜 세월 축적된 지식과 기술력의 가치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공구상은 단지 공구를 파는 사람이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믿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소비자에게는 수많은 제품 중에서 꼭 필요한 제품을 권해주고

생산자에게는 그들의 우수한 기술력을 널리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한다.

생활을 건강하고 쓸모 있게 도와주는 젊은 공구상의 일상을 엿보며

낯선 직업 세계를 잠시나마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의 2부에서 다양한 공구 제품과 사용법을 알려준다.

안전의 기본인 장갑조차 그 종류가 이토록 다양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망치와 드라이버 이외의 수많은 공구의 쓸모를 배웠으며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집에 있던 스프레이가 방청 윤활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공구의 세계는 심오하면서도 스펙터클하다.

저자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그가 얼마나 직업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느껴진다.

무엇이든 '장비 빨'을 외치는 나는 꽤 오래전부터 공구세트를 가지고 싶었다.

가정집에서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한참을 고민한 끝에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전동공구 풀 세트를 구매했다.

해머드릴 세트와 멀티 드릴 세트로 구성된 공구 박스 2개를 보자마자

왠지 모를 뿌듯함과 든든함을 느꼈다.

과연 내 평생에 이 공구들을 한 번씩이라도 써볼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지만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었다.

이토록 삶에 작은 만족감을 안겨 준 산업용품. 그 세계가 궁금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담백하고 편안한 이웃집 공구상의 이야기를 통해

풍요로운 일상과 실용적인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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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프랙티스 -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의 비밀
세스 고딘 지음, 도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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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크리에이터인 저자는 그들의 공통점을 꾸준한 실행력(practice)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삶에 최고의 변화를 안겨 줄 수 있는 실행력을 주제로 8장에 걸쳐

210가지의 지혜를 전해 준다. 각각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각자가 목표를 정하고

적극적으로 반복하여 훈련함으로써 성공이라는 지름길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늘 목표를 정하고 내일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을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물론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꾸준함에 승부를 거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말하는 8가지 실행 단계는 스스로를 믿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호기심과 이타심을 가지고 각자가 선택한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가면 된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면서 삶의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삶의 스킬을 익히고 한계를 뛰어넘어 어느새 목표에 다다르게 된다.

저자는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가 전하는 짧은 이야기를 통해

그 순간 필요한 실행력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

책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어느 곳을 펼쳐도 좋다.

어디서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늘 지구력이 부족하여 고민이었던 나에게 딱 맞는 책이다.

지금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아 답답했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 순간이 모두 소중한 자원이며 멀지 않은 미래에 내가 그리던 삶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겨났다.

결국 모든 일은 내게 달려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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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 - 지도를 읽으면 부와 권력의 미래가 보인다
김이재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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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구와 지리학 전문가인 저자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주요 열쇠로

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지도력>이란 지리적 상상력으로

성공의 기회를 포착하고 공간적 의사결정으로 운명을 바꾸는 능력을 뜻한다.

저자는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지리적 상상력을 확장시켜 다양한 연결망을 통해

각자의 길을 찾은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사의 흐름에서 지리가 가진 힘에 대하여 권력, 부, 그리고 미래의 지도로 나누어 설명한다.

미국이 어떻게 대국이 되었는지, 잘나가던 프랑스가 어떻게 무너지게 됐는지

세계정세 변화를 살펴보면서 지도력의 정의를 이해할 수 있다.

이후에는 기업 중심의 지도력을 이야기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기업들의 성공 신화를

보여주면서 지역 전문가 양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또한 프랜차이즈의 성공을 좌우하는

입지의 중요성과 실리콘밸리의 '2시간의 법칙', 비극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여 접종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지도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지도를 읽는 방법과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에 접근하는 방법까지

일러주며 부과 권력의 흐름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지도'라고 하면 여행지의 필수품이 구글 지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한낱 길 찾기 도구로만 여겼던 지도가 성공의 길로 가는 핵심 열쇠라는 주장이 신선했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지역적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에너지나 인적 자원까지

확장시켜 어디서든 방향을 설정하는 능력을 키우라는 메시지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라는 충고처럼 들린다. 내가 있는 세계를 확장시킴으로써

내 안에 있는 잠재력을 끌어내다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동안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내게 지도력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앞으로의 삶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넣어주면서 동시에 역사, 문화, 경제 등과 관련한 풍부한 이야기로

지적 호기심을 채워준 책이다.

'내가 어떤 지도를 보고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운명을 달라집니다. 즉, 나에게 적합한 지도를 선택해 내가 꿈꾸고 원하는 것들을 지도에 표시한 후, 과감하게 이동하면 운명의 방향이 바뀌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p. 6

짐 로저스는 환갑이 넘어 얻은 귀한 딸들에게 줄 선물로 세계 5개 주요 언어로 지명이 표기된 5개의 지구본과 5개의 돼지 저금통을 준비했습니다. 돼지 저금통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동전을 저금하게 하고, 지구본을 보며 세계 지리를 공부하라는 의미입니다. 금융 문맹뿐 아니라 지리 문맹을 벗어나야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갈 수 있죠.

p.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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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세 소설, 향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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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십리 도서관 상주 작가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한 인간의 고난을 위트 있게

담아내고 있다. 약간은 괴이한 분위기의 풍기는 소설이다.

'답십리 도서관'이라는 지명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책 속에서 익숙한 지명을 발견하면 이야기는 한 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가끔씩 답십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도 하기에 내가 아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에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문학적 가치를 부정하는 교수,

도서관 비품인 강연용 마이크를 들고 달아난 초등학생 민활성,

'나' 때문에 도서관 상주 작가에서 탈락했다며 도전장을 보내는 진진까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들이 정신없이 나타난다.

이들이 벌이는 다소 괴팍한 일련의 사건 속에서 '나'는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소설로

쓰기로 결심하고 그 소재로 '똥'을 선택한다.

인간의 본질과 '똥'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민활성이 들고 간 마이크를 통해

끊임없이 '똥' 소리가 들리지만 아직도 그 단어가 가진 심오한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상주 작가가 뭐길래 이 자리를 노리는 의문의 예고장이 날아들까.

'나'는 그저 한 달에 200만 원을 벌고 글을 쓰고자 했을 뿐인데 현실은 녹녹치 않다.

내 상상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사람들 투성이지만

도서관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자기 확신과 의지를 가지고 세상에 맞서는 독특한 인물들이 전하는 거대한 농담에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물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이 다 배설물을 배출하는데 왜 똥이 인간만의 트레이드마크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물고기들도, 새들도, 하다못해 곤충들도 똥을 싸지른다. 하나 제안한다. 이야기를 어렵게 끌고 가진 말자. 동물은 배제하고 단순하게 생각합시다. 인간 이꼬르 똥입니다. 이건 인간만의 이야기입니다!

p. 33

지금 쓰고 있는 소설 이야기하는 거죠?

고민할 필요 있을까요? 상징은 열려 있기 마련이죠.

작가님이 정하고 쓴다고 그게 그대로 읽히지 않아요.

그대로 읽히면 오히려 하수 아닌가요?

상징은 우리가 만드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만드는 거죠.

p.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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