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 도서관 상주 작가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한 인간의 고난을 위트 있게
담아내고 있다. 약간은 괴이한 분위기의 풍기는 소설이다.
'답십리 도서관'이라는 지명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책 속에서 익숙한 지명을 발견하면 이야기는 한 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가끔씩 답십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도 하기에 내가 아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에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문학적 가치를 부정하는 교수,
도서관 비품인 강연용 마이크를 들고 달아난 초등학생 민활성,
'나' 때문에 도서관 상주 작가에서 탈락했다며 도전장을 보내는 진진까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들이 정신없이 나타난다.
이들이 벌이는 다소 괴팍한 일련의 사건 속에서 '나'는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소설로
쓰기로 결심하고 그 소재로 '똥'을 선택한다.
인간의 본질과 '똥'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민활성이 들고 간 마이크를 통해
끊임없이 '똥' 소리가 들리지만 아직도 그 단어가 가진 심오한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상주 작가가 뭐길래 이 자리를 노리는 의문의 예고장이 날아들까.
'나'는 그저 한 달에 200만 원을 벌고 글을 쓰고자 했을 뿐인데 현실은 녹녹치 않다.
내 상상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사람들 투성이지만
도서관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자기 확신과 의지를 가지고 세상에 맞서는 독특한 인물들이 전하는 거대한 농담에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