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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의 이유
보니 추이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평점 :
멋지게 물속을 가르며 수영을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결코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그 모습에 잠시 취해 본다.
나는 물이 무섭다.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어느 순간 발 아래가 푹 꺼지면서 커다란 튜브에 온 힘을 다해 매달려 있어야만 했던
그 짧은 순간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 공포감 때문에 한 번도 트라우마를 극복해 보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수영을 하는 이유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유유히 해내는 그들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다.
수영을 사랑하는 저자는 왜 수영을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생존, 건강, 공동체, 경쟁, 몰입으로 나누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이 책에는 수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석기시대의 수영부터 암살자처럼 수영하는 방법까지 인류와 물의 관계를 다각도로 설명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수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펼치고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여 수영이라는 행위가 주는 행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생각했던 물이 인종과 성별을 나누는 차별의 공간으로 존재했고
이러한 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투쟁한 여성들의 역사까지 담고 있다.
내게 남아 있는 물의 기억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이다.
어쩌면 이번 생에는 이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마음 한편에는 늘 수영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비록 몸으로 직접 경험할 수는 없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수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육체적 건강과 성취감, 몰입 등 다양한 장점을 배울 수 있었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요즘 시기에 간접적으로나마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