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 봐요 - 판사 김동현 에세이
김동현 지음 / 콘택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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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 변호사를 꿈꾸며 로스쿨을 다니던 저자는 의료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힘겨운 시련을 이겨냈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현재 판사로 재직 중이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마주하며 내가 느낀 첫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한창 창창할 나이에 시력 상실이라는 무시무시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잘못이 아니라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단 10 분 만에 크나큰 시련이 나가왔을 때

어느 누가 쉽게 순응하고 인정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저자는 그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과정을 실천해 나갔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쉬울 수는 없다.

난생처음 경험하게 된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시도하는 건

수천, 수만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다.

저자는 인생의 슬럼프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잡았던 경험을 전해 준다.

그 첫 번째가 현재를 받아들이는 결단이었다. 그런 다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고

선택하여 최선을 다해 매달렸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공부였다.

앞이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공부에 매진했고 작은 성취감을 계속 느끼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주위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그 상황이 부끄럽고 자신 없다.

왜 나는 혼자 할 수 없을까라는 자책만 하면서 모든 걸 혼자 하려 한다.

하지만 타인의 도움이 있다면 어려움은 반으로 줄고

타인에게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불행이 찾아올 수도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내게도 견디기 힘든 시간과 시련이 있었다.

그 순간에는 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묵묵히 견디며 살아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이제는 인생의 2장을 시작할 나이에 도달했다.

<뭐든 해 봐요>는 판사 김동현의 이야기면서도 내 인생을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어쩌면 앞으로 인생에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올 수도 있다.

'무슨 일이든 해보고 난 후에 포기해도 늦지 않다'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그런 순간이 와도 지금처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용기를 다시 한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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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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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추리소설 전문 서점의 주인인 맬컴은 어느 날 FBI 요원 멀비의 방문 요청을 받는다.

오래전 그가 서점 블로그에 썼던 포스팅 때문이었다. 맬컴은 그 포스팅에서 출간된 추리소설 중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여덟 편의 소설을 소개했다. 불행히도 지금 누군가 그 목록의 추리소설을 모방하여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 멀비와 맬컴은 소설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범인을 '찰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제 찰리는 서점 단골과 맬컴 주변 인물에게까지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안타까운 건 소설에 등장한 고전 추리소설을 단 한편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워낙에 유명한 소설이라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이 여덟 편의 소설을

읽었다면 이 책에 대한 재미는 배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한편으로는 수많은 고전 중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이 생겼다는 기쁨도 있지만 말이다.

이 소설에서 주목할 만한 건 주인공의 심리다. 소설은 주인공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주인공 맬컴의 시점을 따라가면서 그의 독백을 들으면 생각지 못한 진실에 마주하게 된다.

맬컴의 숨통을 조여오는 '찰리'의 존재를 추리하며 완벽한 살인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단숨에 결말에 도달할 수 있다.

찰리의 정체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 고전 추리소설을 오마주 했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의 이중성과 반전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이다.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

p.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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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었습니다만 - 가끔 달달하고 자주 씁쓸했던 8년 8개월의 순간들
진고로호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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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이며 정년 후 연금까지 받을 수 있는 공무원.

불확실한 현실에서 공무원은 각광받는 직업이다. 나 또한 잠시나마 공무원 시험을 볼까

고민했지만 매우 정적으로 보이는 일에 금방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공무원 세계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이 책은 내가 가진 공무원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책이다.

가끔씩 주민센터를 갈 때면 공무원은 심심해 보였다. 내가 갈 때마다 민원인들이

거의 없어서일 테지만 참 재미없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토록 다이내믹한 곳이 또 있을까.

저자는 자신의 공무원 생활 경험을 유쾌하고 가감 없이 전해준다.

단순히 책상에서 민원인들의 서류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각양각색의 민원인들을 상대하고 폭우와 폭설에 대비해 밤새 비상근무를 한다.

선거철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렇게 많은 일이 이루어지는 곳이 주민센터였다.

웰빙을 꿈꾸며 힘들게 노력하여 평생직장에 입성했지만 저자는 공무원을 그만두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은 그 마음이 이해되기도 했다.

멀리서 보면 마냥 따뜻하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본 직업의 현실은

그 나름의 고충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큰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사연 많은 주민센터의 파란만장한 일상을 들여다보며 공무원 세계를 체험하고

각 에피소드마다 더해진 4컷 만화에서 슬쩍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기분 좋은 책이다.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되니 인생을 모험으로 여길 준비가 됐다. 안정이란 말도 부질없이 느껴졌다. 삶에 있어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초라해져도 가난해져도 마음의 결단을 실행해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후회가 더 클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p.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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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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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원작 소설인 <파이 이야기>는 영화에 다 담지 못했던

인도 소년 파이 파텔의 표류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오래전 극장에서 본 장면과 소설이 오버랩 되면서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영상이 재생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보트와 그 안에 있던

동물들과 어린 소년의 모습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함께 살아난 동물들이 한 마리씩 사라지고 호랑이만 남아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린 소년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지고 보트 밑에는 상어가 어슬렁거리고

앞에 있는 벵골 호랑이에게 언제 잡혀 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도

소년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227일간의 인도 소년 표류기는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살고자 하는 의지는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는 힘이 된다.

시간이 흐른 후 진상 조사를 위해 직원들이 파이 이야기를 듣지만 그들은 믿지 못한다.

위험한 야생 동물과 어린 소년이 함께 있었다는 얘기가 허무맹랑하게만 들렸다.

인간은 동물에게 위협적인 존재이라는 생각에 갇혀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파이는 그들에게 다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물이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믿기 시작한다.

누구나 힘든 때가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나만 힘들고 나만 불행한 것만 같던 그 순간도 시간이 지나고 여전히 살아있다면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가 되어 기억 속에 작은 단편으로 남는다.

절망에서 희망을 찾은 소년의 이야기를 읽으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본다.

소설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는다.

“난 죽지 않아. 죽음을 거부할 거야. 이 악몽을 헤쳐 나갈 거야. 아무리 큰 난관이라도 물리칠 거야. 지금까지 기적처럼 살아났어. 이제 기적을 당연한 일로 만들 테야. 매일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필요하다면 뭐든 할 테야. 그래, 신이 나와 함께하는 한 난 죽지 않아. 아멘.”

p.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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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 더 비기닝 세트 - 전2권
공한K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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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깐 그건......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시작되었다.

p. 10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시체가 주인공의 눈에만 보인다.

그의 눈에 보인 시체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나게 될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자신조차 믿기 힘든 이 능력을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는 새 일련의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다. 그의 능력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 궁금증은 주인공의 활약상을 따라가다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거리에 피를 흘리며 쓰려져 있는 남자, 학원 옥상 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여자, 택시 기사의 죽음, 그리고 한 경찰관의 죽음까지 별개의 사건이라 여겨졌던

일들은 단서들을 근거로 연관되어 있다.

주인공은 이들의 연관성을 풀어나가며 진짜 범인의 정체에 조금씩 다가간다.

평범한 청년이 미래의 시체를 볼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인지하게 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범인을 추격하는 활약상이 긴박하게 이어진다.

무난하게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 짐작했지만 다소 예상치 못한 결말이 재미있었다.

만약 내게 주인공과 같은 능력이 생긴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보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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