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원작 소설인 <파이 이야기>는 영화에 다 담지 못했던
인도 소년 파이 파텔의 표류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오래전 극장에서 본 장면과 소설이 오버랩 되면서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영상이 재생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보트와 그 안에 있던
동물들과 어린 소년의 모습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함께 살아난 동물들이 한 마리씩 사라지고 호랑이만 남아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린 소년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지고 보트 밑에는 상어가 어슬렁거리고
앞에 있는 벵골 호랑이에게 언제 잡혀 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도
소년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227일간의 인도 소년 표류기는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살고자 하는 의지는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는 힘이 된다.
시간이 흐른 후 진상 조사를 위해 직원들이 파이 이야기를 듣지만 그들은 믿지 못한다.
위험한 야생 동물과 어린 소년이 함께 있었다는 얘기가 허무맹랑하게만 들렸다.
인간은 동물에게 위협적인 존재이라는 생각에 갇혀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파이는 그들에게 다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물이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믿기 시작한다.
누구나 힘든 때가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나만 힘들고 나만 불행한 것만 같던 그 순간도 시간이 지나고 여전히 살아있다면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가 되어 기억 속에 작은 단편으로 남는다.
절망에서 희망을 찾은 소년의 이야기를 읽으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본다.
소설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