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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지 않아
스미노 요루 외 저자, 김현화 역자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평점 :
현실과 가상을 초월하여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다양한 이야기로 담아낸 소설이다.
여섯 작가는 각자의 시선으로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엔 학교에,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에, 어쩔 수 없는 약속에 가고 싶지 않아
나 홀로 몸부림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떤 날은 출근하면서 퇴근하고 싶다는 말을 했던 기억도 있다.
이렇게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없이 갑자기 사라지는 마음을 작가의 개성이 담긴 시선으로 그려낸다.
지금의 나에게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일상을 깨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오랜 시간 나름의 규칙으로 만들어진 내 세계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게 싫다.
어긋난 일상을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바르게 맞추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힘겨웠던 지난 시간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점점 커진다.
이제는 그저 익숙한 일상을 유지하며 평온하게 살고 싶다.
그러한 마음을 떠올리며 작가들의 개성 어린 시선을 따라가 본다.
여섯 가지 이야기는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특히 오쿠다 미카코의 <종말의 아쿠아리움>이 가장 인상 깊었다.
타인의 시선에 내 세계가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을 때
그리고 그 순간을 지나온 경험을 생각하면서 주인공 가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현실의 공간에서든 불안정한 미래의 순간이든 누구나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에 누군가 내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유 없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그런 날에
한심스러운 눈빛과 게으르다는 핀잔을 들으면 우울한 기분에 허우적 될 것만 같다.
다른 취향을 인정하지 않고 각자의 취향만을 강요당한다면 그 순간을 견딜 수 있을까.
꼭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그래도 된다고 말해주는
이야기가 그저 좋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