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말 없는 이야기가 한 편 있다.

이야기가 실린 원고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흘러가면서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른 다른 결말을 만들어 낸다.

미스터리의 여왕인 미나토 가나에는 살인사건도 복수극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이야기를 건넨다.

그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는 꿈을 찾고 누군가는 가족의 사랑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결말이 없는 이야기 <하늘 저편>의 원고는 그렇게 돌고 돌아 원래의 주인공에게 이어진다.

처음엔 결말 없는 이야기에 황당했고 이 이야기는 이렇게 끝인가?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미완성이라 여겼던 이야기는 홋카이도에 모인 여행자들의 손을 거쳐

다양한 결말을 만들어낸다. 가족, 연인, 친구 등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갈등과

꿈과 현실의 딜레마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정감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소설의 서문을 연 <하늘 저편>에 대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해 본다.

'에미'는 아무도 몰래 원고를 들고 역으로 향했지만 그곳에서 햄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이 쓴 소설이 단 한 편이라도 세상에 나오기를 바라는 '에미'의 간절한 바람을

그의 연인인 '햄'씨가 들어줄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떤 결말을 내고 싶을까.

연인을 살해하고 그 길로 도망쳐 유명 소설가가 된다거나

강제로 연인에 손이 끌려 다시는 소설을 쓸 수 없게 된다거나

쿨하게 연인의 꿈을 응원해 준다거나 하는 등 얼마든지 다양한 결말이 생겨날 수 있다.

작가는 '이야기의 끝은 스스로의 선택이 만드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이야기는 읽는 사람에 따라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은 무엇일까.

적어도 소설을 읽는 동안은 불안함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희망으로 가득한 결말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내가 만든 이야기의 끝은 아마 그럴 것 같다.

손에 땀을 쥐고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하나의 세계를 보며 흥분하지만, 그 세계가 끝나고 돌아본 자신의 주위는 평화로우니 그것도 다행이다 싶어 안도감이 든다. 그러면 아무것도 없는 일상이 조금이나마 좋아진다.

p. 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를 겪고 있는 이 시대에 시인, 에세이스트, 철학자, 생물학자,

조경가, 농부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건네는 따스한 글이 모여 있는 책이다.

<자연>을 주제로 각자가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자연의 언어를 찾아낸다.

짧은 에세이는 철학적이기도 하고 개인의 경험이 담겨 있기도 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작은 순간을 돌이켜보게 해 준다.

'자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치유, 정화, 조화 등 긍정의 이미지가 강하게 든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푸르른 숲과 파란 바다가 떠오르면서 편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자연과 조화롭게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이상 기후와 관련한 뉴스를 들을 때면

더 이상 자연에게 상처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된다.

세상의 어느 곳이든 수천 개의, 아니 어쩌면 수백만 개의 시간들이 공존한다. 땅은 우리에게 인간의 시간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는 다른 박자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보라고 외친다.

P. 67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들은 한결같이 자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천년을 넘게 사는 소나무를 관찰하고

별자리의 움직임을 따라 야간비행을 하는 새들을 살펴보고

매일 흙에서 일하며 지속 가능한 농법을 실천하는 등

각자의 자리에서 자연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보듬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나는 자연의 즐거움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내가 자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생각해 본다.

자연을 이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스며들어 하나가 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고민해 볼 때다.

계절은 자연의 시계이자 달력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살고 자연의 단계들을 중심으로 돈다. 나는 계절을 밀어낼 수도, 끌어당길 수도 없다. ... 자연은 자애롭지도, 악의적이지도 않으며 무심할 뿐이다. 우리는 전체의 일부이고, 자연은 그걸 안다.

p. 1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류애가 제로가 되었다 시네마틱 노블 1
오누이 외 지음 / 스토리존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토리의 다양한 가능성을 말하는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그동안 단편을 즐겨 읽지 않았지만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중단편은 모두 재밌었다.

읽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생각할 수 있을까라고 감탄하면서 읽었다.

다섯 명의 작가는 인류애가 상실되는 다양한 상황을 각자의 스타일로 풀어간다.

어느 날 갑자기 미래가 오지 않고 끊임없이 어제가 반복되고,

점차 감소하는 출산율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인위적으로 줄이기 위한 자연스러운 죽음을

유도하고, AI와 바람난 남편과 이혼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또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면서 식용 폐지를 먹고 똥마저 팔아야 하고,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소개팅을 하며 결혼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의 포장 가치를

매겨야 하는 서글픈 상황을 묘사한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SF에 대한 선입견을 단숨에 깨뜨리며 한국형 SF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게 되고 인간은 밥벌이는 더 치열해진다.

현실의 모습과 SF적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로봇도 외계인도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에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제로가 되어버린 인류애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다섯 개의 디스토피아는 어쩌면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만들어낸 세상 속에 내가 가진 상상력이 더해져

더 넓은 세계관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는 출간 전부터 다양한 플랫폼에서 영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다양한 OTT 서비스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기에 하루빨리 이 엄청난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고 싶다.

스토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하루만큼 진화한다는 짜릿한 쾌감에 취해 청량한 새벽 공기를 한가득 들이키는 바로 그 순간, 2024년 7월 2일, 한국 시각 4시 37분 13초, 그리니치 평균시 오후 7시 18분 45초, 프리즈가 왔다.

p. 22 <D-1>

자연스러운 죽음. 인위적인 개입으로 길어진 인간의 수명을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린다. 인구 조작 음모 세력이 명분으로 내세울 만한 이야기였다.

p. 138 <유어 라이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는 장소들을 모아놓은 특별한 여행 안내서이다.

여행 작가인 저자는 고대 도시부터 현재 사라져가고 있는 곳까지 전 세계 37 곳을 소개한다. 과거에 지도에서 지워진 장소들은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세상에 드러나기도 하고

단순한 폐허로 흔적만 보여주기도 한다. 숨겨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설명과

생생한 현장의 사진이 곁들여져 각 장소들이 가진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떤 장소는 자연의 작용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장소들은 인간의 개입으로

사라졌다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 지구의 많은 장소들이 기후 위기로 사라지고 있다.

수많은 장소의 역사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사라진 장소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옛 영광을 복원하고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급격한 기후 변화가 진행되면서 빙하가 녹고 물이 말라가고 점차 사라지는 장소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지도에서 사라져버린 섬이나

점차 밀려들어오는 해안선으로 한때 번영했던 도시들의 자취가 사라지게 되는 건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더 이상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이 사라지지 않도록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실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제와 오늘의 보여주고 미래를 위해 보존의 중요성을 알려준

흥미로운 여행안내서이자 매력적인 역사 교양서이다.

이 책이 추구하는 이상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변덕스러움을 일깨우는 한편,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소중한 것들을 얼마나 긴급히 보존해야 하는지 경고하는 것이다.

P. 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의 힘 (프레더릭 레이턴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인간관계에 힘들어했으며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경제적 결핍감

으로 매일이 지겹게 느껴지고 있을 때였다. 그림을 통해 심리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는 책을 읽었고 지금까지 그림이 가진 치유의 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작가에 대해서도 화풍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내가 보는 그 순간 느껴지는 기분에 집중할 뿐이다.

이 책은 명화 보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삶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다.

미술치료계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관계, 돈, 시간, 자신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미술치료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된 명화들을 엄선하여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최상의 리듬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은 처음부터 봐도 좋고 원하는 키워드부터 펼쳐 봐도 좋다.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하나하나 보던 중 뭉크의 <태양>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뭉크라고 하면 어둡고 음침한 색으로 표현된 <절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데

정반대되는 밝고 환한 느낌의 <태양>은 한낮의 태양빛이 바다 건너 멀리까지

뻗어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니 미래를 향한 희망과 행복이 연상된다.

저자는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이 그림을 보라고 권한다.

특별히 미워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안에는 내가 모르는 분노와 미움과 있었나 보다.

아니면 오랜 시간 쌓인 분노가 있었을 수도 있다. 말없이 보기만 했는데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만 같다. 한창 일을 하던 중에 잠시 멈추고 이 책을 펼쳤다.

그림을 보는 동안은 일도 걱정도 잊을 수 있었다. 매일 마감에 쫓기며 정신없이 지나쳐온

일상에 온전한 휴식을 안겨준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림에 대한 느낌도 다를 것이다.

그림이 주는 놀라운 힘을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 너무 잘하려는 강박관념이 우리를 힘들게 할 때도 있습니다.

p.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