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인간관계에 힘들어했으며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경제적 결핍감
으로 매일이 지겹게 느껴지고 있을 때였다. 그림을 통해 심리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는 책을 읽었고 지금까지 그림이 가진 치유의 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작가에 대해서도 화풍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내가 보는 그 순간 느껴지는 기분에 집중할 뿐이다.
이 책은 명화 보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삶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다.
미술치료계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관계, 돈, 시간, 자신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미술치료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된 명화들을 엄선하여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최상의 리듬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은 처음부터 봐도 좋고 원하는 키워드부터 펼쳐 봐도 좋다.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하나하나 보던 중 뭉크의 <태양>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뭉크라고 하면 어둡고 음침한 색으로 표현된 <절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데
정반대되는 밝고 환한 느낌의 <태양>은 한낮의 태양빛이 바다 건너 멀리까지
뻗어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니 미래를 향한 희망과 행복이 연상된다.
저자는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이 그림을 보라고 권한다.
특별히 미워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안에는 내가 모르는 분노와 미움과 있었나 보다.
아니면 오랜 시간 쌓인 분노가 있었을 수도 있다. 말없이 보기만 했는데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만 같다. 한창 일을 하던 중에 잠시 멈추고 이 책을 펼쳤다.
그림을 보는 동안은 일도 걱정도 잊을 수 있었다. 매일 마감에 쫓기며 정신없이 지나쳐온
일상에 온전한 휴식을 안겨준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림에 대한 느낌도 다를 것이다.
그림이 주는 놀라운 힘을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