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 오늘의 행복을 찾아 도시에서 시골로 ‘나’ 옮겨심기
리틀타네 (신가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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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호미질 라이프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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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 수목한계선과 지구 생명의 미래
벤 롤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엘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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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집 근처 둘레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자연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적이 있었다. 한 시간가량 흙길을 따라 걷고 나무 그늘에 잠시 쉬기를 반복하던 시간이 참 좋았다. 그 후로도 시간이 날 때면 둘레길로 산책을 나갔고 장마철인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 도심에서 살면서 제대로 나무를 인식한 적이 있었던가. 기후 위기가 화두로 떠오른 순간에도 나무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조차 갖지 않았었다. 그 때문인지 <수목한계선과 지구 생명의 미래>라는 이 책의 부재가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현상의 변화와 결과를 기록하고, 이에 대응하려 사슴을 죽이고 나무를 베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을 이야기한다. 4년여에 걸쳐 여섯 국가의 숲을 방문하고 지구 최북단 숲 북부한대수림에서 수목한계선과 기후변화를 연구한 과학자들을 만나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심도 있는 주제를 던진다.


​저자는 드넓은 자연림을 탐험하며 "숲은 움직이는 공동체"라고 말한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북극이 초록으로 변하고 있는 현실을 경고하며 수목한계선이 해마다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즉,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면서 빙하가 녹고 나무가 뿌리내릴 땅이 늘어나고 영구동토대가 녹으면서 오랜 시간 저장되어 있던 메탄가스가 방출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위로를 건네던 나무가 이제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주장이 무섭게 느껴졌다.


​또한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어렵고 복잡한 선택지를 논하는 데, 스코틀랜드 소나무 숲의 번성을 위해 사슴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나, 노르웨이 생태계 복원을 위해 순록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하는 현실을 설명한다. 한쪽을 살리기 위해 다른 한쪽을 무조건 희생시켜야 한다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인간이 자연에 의존하고 다른 생명체와 공생했다는 현실에 기반하여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처럼 생태계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기후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숲 여정 기록을 따라가며 숲과 지구 생명의 유기적인 관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지구 생태계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기후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개인의 입장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던 나무들이 보내는 경고를 이제라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P. 14 
인류가 대양, 숲, 바람, 해류의 지구적 체계를 들쑤셔 애초에 우리를 탄생시킨 물과 공기의 기체 균형을 깨뜨린 지금은 주목이 선사하는 위로에 의구심이 든다. 나무가 건네는 것은 이제 위로가 아니라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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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45
생태계와 서식지를 정의한다는 측면에서 수목한계선은 인간 존재의 가능성을 빚었으며 더 나아가 인류 문화의 조건을 규정했다. 우리의 장소는 늘 숲 가장자리에 있었으며 숲과 관계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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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01-402
우리가 숲과 공진화한 오랜 역사 속에서 바라본다면 인류가 자연과 결별한 것은 눈 깜박할 순간의 일이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아온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역사보다 길고 넓으며,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아직 결말이 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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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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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날, 어느 가족의 반짝이는 나날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호타카의 작은 여관에서 태어난 소년 류세이는 먼 친척인 소녀 릴리를 사랑한다. 해마다 여름 방학이면 도쿄에서 릴리가 오기 때문에 류세이는 언제나 여름만 기다리며 지내고 소년과 소녀는 그렇게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다. 그러던 중 류세이는 강아지 바다를 만나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배운다. 모든 순간이 기쁨의 연속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바다를 떠나보내고 소년은 좌절과 절망 속에서 어른이 되어 간다.


시골집의 풍경이 저절로 그려지는 소설이다. 소년과 소녀의 사랑, 강아지와의 진한 우정, 기쿠 할머니의 따뜻한 온정, 대자연의 생명력 등 세상에 대한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두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순간이 좋았다. 자라는 아이들과 지켜보는 어른들의 모습을 본 게 언제였던가. 한 가족의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 사랑과 이별의 과정들이 여름날의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생명이 연결되는 경이로운 반짝임을 그려내면서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기쿠 할머니를 중심으로 그려진 가계도는 여러 갈래로 갈라져 우리가 겪는 다양한 인생의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여관을 운영하는 스바루 아저씨나 여관에 세를 든 류세이 가족, 아내가 둘인 릴리네 가족처럼 저마다의 형태로 또 다른 인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이제는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미우나 고우나 결국 내가 마지막까지 마음껏 기댈 수 있는 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옆에 있거나, 잠시 떨어져 있거나, 새로운 가정을 꾸린 가족에게 애틋한 안부를 묻고 싶어졌다.  

P. 15 
릴리와 보내는 여름은 매 순간이 반짝임의 연속이고, 하루하루가 모험이었다.

P. 35 
당시 여름만이 내게 살아갈 힘을 주었다. 가을도, 겨울도, 봄도 아무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그저 여름의 기억만이 태양처럼 환하고 선명하게 빛났다.

P. 330 
우리 주위에는 밀월의 끝이라고도 할 수 있을 나른한 공기만 고요히 흘렀다. 큰 의미에서는 여름의 끝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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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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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장마철이 두렵다. 올해도 변덕스러운 장맛비 때문에 피해가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반도의 날씨가 언제부턴가 까탈스러운 변덕을 부린다. 일상에서 절대 떼어낼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날씨를 클래식 음악에 빗대어 소개한 책이 있어 관심이 갔다.

p. 133
장맛비는 대양의 수증기가 계절풍을 타고 아시아 대륙의 열기를 찾아가는 대규모 지구촌 행사다. 여름이 되면 태양의 남중고도가 높아지고 열의 적도는 북반구로 옮겨온다. 육지가 많이 몰려 있는 북반구는 바다가 많은 남반구보다 빠르게 달아오른다. 특히 아시아 대륙은 광활한 만큼 다른 지역보다 더욱 빠르게 달아오른다. 더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주변에서 바람이 모여든다.


기상학자이자 차세대 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한반도의 사계절을 4악장의 협주곡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저기압과 고기압, 먼지 없는 세상, 폭풍 교향곡, 단풍잎 화음, 시베리아 선율 등 변화무쌍한 날씨의 과학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날씨에 대한 우아한 설명은 기상 현상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클래식 음악의 악장으로 이해하면 이러한 현상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저자의 전문적인 설명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음악의 리듬에 대입하고 저기압과 고기압이 만드는 변주를 따라가다 보면 사계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렵게 여겼던 기상 정보를 훨씬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태양의 동선에 따른 낮과 밤, 지구온난화로 가속화된 기후 변화, 긴박한 기상 변화에 따른 기상 전문가의 고뇌, 여전히 우리의 삶에 중요한 기준점이 되고 있는 절기 등 그동안 몰랐던 날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고온다습한 계절이 지나면 내가 좋아하는 가을과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책을 읽고 나니 쾌적하면서도 무난한 가을의 날씨가 더욱 그립다. 

p. 27
계절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면 지구 곳곳에서 돌림노래가 들려온다. 북반구와 남반구가 마주 보고 서로 다른 성부를 번갈아 맡아 합창한다. 북반구가 봄을 노래하면, 반년의 박자를 쉬고 나서 남반구에서 다시 봄이 시작된다. 북반구가 여름으로 가는 동안 남반구는 겨울을 부르며 화음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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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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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세계관이 모여있는 박서련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좀비부터 자아분열까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녀의 소설에 적응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이제 첫 번째 단편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았는데 두 번째 단편을 마주하고는 낯선 느낌에 잠시 읽기를 멈췄다. 잠깐 동안 현실의 삶을 살다 다시 소설을 펼쳤다. 마지막 일곱 번째 단편을 읽을 때까지 이 행동은 계속되었다.


기묘하면서도 몽롱한 환상의 세계를 작가의 스타일대로 풀어놓은 소설은 상상력의 한계가 어디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소설에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파멸에 이른 도시를 탈출하는 한 여자와 남자아이의 기묘한 동행, 자신의 정자와 공여 받은 난자로 엄마가 되고 싶은 트랜스젠더의 험난한 출산기,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고자 도서관에 불을 지르려는 '나', 분열된 '나'로 인해 두려움에 떠는 인물까지 소위 말하는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여러 장르의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심리 묘사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고정된 성 역할과 시대가 변한 만큼 달라져야 하는 가정의 형태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또한 삶과 죽음, 여성들 간의 연대와 사랑, 젊음과 노화 등 인간의 욕망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신기한 건 낯선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각 단편의 영상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점이다. 짧은 SF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 속에서 작가가 만드어낸 세계에 조금씩 스며들 수 있었다. 이전에 박서련 작가의 소설 <마르타의 일>을 읽고 굉장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소재와 장르를 자유롭게 넘어 다니는 그녀의 글을 오래도록 보고 싶어졌다.  

P. 11 
어떤 인간이 죽지 않고 살아 뭔가를 하고 있다. 아무 접점이 없어 얼굴을 상상할 수도 없는 인간이, 인간들이…… 살아 있다.

P. 77 
다시 한번 깨어날 수 있는 다음, 다음 순간이 더 이상 없다는 것. 낡아버린 몸에 소년의 음성을 지닌 여자 오선재의 몸을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
.

P. 197
나는 목이 잘려 죽는다. 언젠가. 오늘은 아닌 미래에. 멀거나 머지않은 미래에. ... 마치 이미 나 자신이 목 잘려 죽는 걸 목격한 적 있는 것처럼. 다른 방법으로는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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