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 수목한계선과 지구 생명의 미래
벤 롤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엘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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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집 근처 둘레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자연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적이 있었다. 한 시간가량 흙길을 따라 걷고 나무 그늘에 잠시 쉬기를 반복하던 시간이 참 좋았다. 그 후로도 시간이 날 때면 둘레길로 산책을 나갔고 장마철인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 도심에서 살면서 제대로 나무를 인식한 적이 있었던가. 기후 위기가 화두로 떠오른 순간에도 나무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조차 갖지 않았었다. 그 때문인지 <수목한계선과 지구 생명의 미래>라는 이 책의 부재가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현상의 변화와 결과를 기록하고, 이에 대응하려 사슴을 죽이고 나무를 베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을 이야기한다. 4년여에 걸쳐 여섯 국가의 숲을 방문하고 지구 최북단 숲 북부한대수림에서 수목한계선과 기후변화를 연구한 과학자들을 만나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심도 있는 주제를 던진다.


​저자는 드넓은 자연림을 탐험하며 "숲은 움직이는 공동체"라고 말한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북극이 초록으로 변하고 있는 현실을 경고하며 수목한계선이 해마다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즉,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면서 빙하가 녹고 나무가 뿌리내릴 땅이 늘어나고 영구동토대가 녹으면서 오랜 시간 저장되어 있던 메탄가스가 방출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위로를 건네던 나무가 이제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주장이 무섭게 느껴졌다.


​또한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어렵고 복잡한 선택지를 논하는 데, 스코틀랜드 소나무 숲의 번성을 위해 사슴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나, 노르웨이 생태계 복원을 위해 순록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하는 현실을 설명한다. 한쪽을 살리기 위해 다른 한쪽을 무조건 희생시켜야 한다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인간이 자연에 의존하고 다른 생명체와 공생했다는 현실에 기반하여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처럼 생태계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기후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숲 여정 기록을 따라가며 숲과 지구 생명의 유기적인 관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지구 생태계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기후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개인의 입장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던 나무들이 보내는 경고를 이제라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P. 14 
인류가 대양, 숲, 바람, 해류의 지구적 체계를 들쑤셔 애초에 우리를 탄생시킨 물과 공기의 기체 균형을 깨뜨린 지금은 주목이 선사하는 위로에 의구심이 든다. 나무가 건네는 것은 이제 위로가 아니라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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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45
생태계와 서식지를 정의한다는 측면에서 수목한계선은 인간 존재의 가능성을 빚었으며 더 나아가 인류 문화의 조건을 규정했다. 우리의 장소는 늘 숲 가장자리에 있었으며 숲과 관계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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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01-402
우리가 숲과 공진화한 오랜 역사 속에서 바라본다면 인류가 자연과 결별한 것은 눈 깜박할 순간의 일이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아온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역사보다 길고 넓으며,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아직 결말이 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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