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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여름이 되면 장마철이 두렵다. 올해도 변덕스러운 장맛비 때문에 피해가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반도의 날씨가 언제부턴가 까탈스러운 변덕을 부린다. 일상에서 절대 떼어낼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날씨를 클래식 음악에 빗대어 소개한 책이 있어 관심이 갔다.
p. 133
장맛비는 대양의 수증기가 계절풍을 타고 아시아 대륙의 열기를 찾아가는 대규모 지구촌 행사다. 여름이 되면 태양의 남중고도가 높아지고 열의 적도는 북반구로 옮겨온다. 육지가 많이 몰려 있는 북반구는 바다가 많은 남반구보다 빠르게 달아오른다. 특히 아시아 대륙은 광활한 만큼 다른 지역보다 더욱 빠르게 달아오른다. 더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주변에서 바람이 모여든다.
기상학자이자 차세대 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한반도의 사계절을 4악장의 협주곡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저기압과 고기압, 먼지 없는 세상, 폭풍 교향곡, 단풍잎 화음, 시베리아 선율 등 변화무쌍한 날씨의 과학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날씨에 대한 우아한 설명은 기상 현상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클래식 음악의 악장으로 이해하면 이러한 현상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저자의 전문적인 설명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음악의 리듬에 대입하고 저기압과 고기압이 만드는 변주를 따라가다 보면 사계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렵게 여겼던 기상 정보를 훨씬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태양의 동선에 따른 낮과 밤, 지구온난화로 가속화된 기후 변화, 긴박한 기상 변화에 따른 기상 전문가의 고뇌, 여전히 우리의 삶에 중요한 기준점이 되고 있는 절기 등 그동안 몰랐던 날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고온다습한 계절이 지나면 내가 좋아하는 가을과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책을 읽고 나니 쾌적하면서도 무난한 가을의 날씨가 더욱 그립다.
p. 27
계절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면 지구 곳곳에서 돌림노래가 들려온다. 북반구와 남반구가 마주 보고 서로 다른 성부를 번갈아 맡아 합창한다. 북반구가 봄을 노래하면, 반년의 박자를 쉬고 나서 남반구에서 다시 봄이 시작된다. 북반구가 여름으로 가는 동안 남반구는 겨울을 부르며 화음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