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인류 - 기적과 죽음의 연대기
백승만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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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과 인류 역사의 현장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약화학자 백승만 작가가 이번에는 스테로이드를 파헤친다. 저자는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의약품 개발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뒤에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바빠졌다. 


저자는 기적의 염증 치료제이자 장기를 파괴하는 죽음의 약인 스테로이드의 역사를 추적한다. 스테로이드는 여성 호르몬과 남성 호르몬 그리고 부신피질 호르몬 등 "스테롤(sterol)을 닮은 구조의 화합물들"을 모두 일컫는 용어다.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작용도 다양하다. 에스트로겐은 임신을 돕고 폐경기 여성의 골다공증을 해결하기 위한 약물로 사용된다. 테스토스테론은 성기능 향상과 근골격 크기 증대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스테로이드에 대한 관심은 젊어지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된다. 이 책에서는 1800년대 후반 개의 고환을 이용한 한 과학자의 엽기적인 연구를 시작으로 스테로이드에 관심이 본격화되면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여성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염증을 치료하는 코르티손에 이르기까지 스테로이드를 지배하려 한 인류의 역사를 보여준다.


사실 스테로이드라고 하면 근육과 운동선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큰 탓에 현실에서 나와는 관련이 없을 거라 여겼지만 젊은 시절 스테로이드류의 약물 주사를 맞은 적이 있었다. 과도한 다이어트 탓에 신경에 문제가 생겼고 이비인후과에서 한 달 내내 하루도 빼지 않고 주사를 맞고 치료했었다. 그때 들었던 바로는 스테로이드류 약물의 부작용이 살이 찔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살을 빼려다 오히려 살이 더 찌는 끔찍한 경험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은 꽤 흥미진진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견이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을 일으켰을 때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스테로이드 연구와 관련한 과학자들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을 살펴볼 수 있었고 스테로이드라는 기적의 물질이 앞으로 인류의 삶에 더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저자는 스테로이드가 현재의 약이라 말한다. 미래에는 어떤 약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스테로이드인류 #백승만 #히포크라테스 #과학책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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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음에는 이유가 있다
김아영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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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기자대상 수상자이자 전 MBC 기자인 김아영 작가의 첫 에세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난 그녀의 삶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만큼이나 그녀의 삶도 굴곡의 연속이었구나.

꿈을 향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나를 행복하게 해주던 것들을 너무 많이 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잃었던 행복을 찾아 한 걸음 내딛기로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정신없이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트랙 위에 위태롭게 있는 듯한 기분,

내 인생인데 나만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것 같을 때 자신감은 사라진다.

그럼에도 쳇바퀴를 도는 듯한 삶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과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기꺼이 도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알기에 항공사 승무원, 방송사 기자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녀의 용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진정한 행복을 찾기로 한 그녀의 발걸음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소중한 것들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그녀는 무언가 찾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다.

대만에서는 잃었던 행복을 찾고 일본에서는 소중한 것들을 찾으며 베트남에서는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을 찾는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나를 지켜준 것들, 소중한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

몇 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점심 무렵 집으로 돌아가던 풍경이 아직도 떠오른다.

아무런 대책도 없었고 앞날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한여름의 무더위도 기꺼이 달게 느껴졌던 그 순간, 잘 살고 싶어졌다.

여전히 현실은 힘겹고 예상치 못한 일들에 당황할 때도 있지마 마음만은 한결 평화롭다.

아등바등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만의 속도로 걷어도 괜찮다고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노동의 대가에 집중하다 보면 쉽게 놓치는 것들이 있다. 늘 무언가를 얼마나 더 받을지에 골몰하다 보면 주는 행복을 잃게 된다. 그건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절반의 행복을 놓치고 사는 것과 같다. 바쁘다는 이유, 그것 하나만으로 내 삶에서 놓친 조각들이 보였다.

p. 56


같은 풍경을 바라보더라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껴지는 게 다르듯,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느냐에 따라 살고 있는 세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나는 남편 덕분에 3년 만에 지옥에서 천국으로 이사를 와버렸다. 얼어붙은 땅이 풀리고 마침내 봄이 내린 세상처럼.

p. 80


#모든걸음에는이유가있다 #김아영 #북플레저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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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위로 - 북유럽에서 나를 찾다
이해솔 지음 / 이타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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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은 여행이 큰 위로가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표를 던지고 싶었던 힘겨운 순간에도 여행을 떠나는 날을 기다리며 버틸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힘겨운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북유럽으로 떠났다.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야 하는 삶이 곧 자신의 삶을 잡아먹을 것 같은 두려움을 떨치고자 떠난 북유럽은 선물 같은 기억을 남겨주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빙하와 오로라를 보고 싶어 하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 연이어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꿈과 목표를 향해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세상은 냉정했다. 그래서 그는 떠나기로 했다. 자신의 꿈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으로. 


자신을 죽이고 있던 꿈보다 소중한 것을 찾아 떠난 북유럽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게 된다. 저자는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과 함께 자아 여정의 경험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 속에는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이 있고 긴 여행에 지친 여행자를 위한 따뜻한 배려가 있다. 하지만 모든 여행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노르웨이에서 그가 겪은 인종차별은 내가 북유럽에 가지고 있던 환상을 깨뜨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행은 많은 위로를 준다. 그가 경험한 자아 찾기 여정은 내가 겪었던 여행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인지 그가 여행에서 느꼈을 감정이 무엇인지 공감이 갔다. 어느새 2025년도 3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목표를 좇아 앞만 보고 살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스스로를 너무 방치했다는 반성과 함께 잠시라도 쉬어가자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책이다. 


'꿈'과 '경쟁'을 동의어로 외치며 맹목적인 성장만을 요구하는 사회에  '꿈보다 내가 소중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나에게는 그가 마치 선구자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p. 57


#여행의위로 #북유럽여행 #여행에세이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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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우리를 현혹하는 것들에 논리와 근거로 맞서는 힘
리처드 도킨스 외 30인 지음, 존 브록만 외 엮음, 김동광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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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과 관련한 수많은 질문의 답을 찾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찾아 알고 싶은 답은 찾아내면 된다. 하지만 수많은 책들 중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른다면 나는 이 책을 읽으라 권하고 싶다.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세계 최고 석학들의 글을 한데 엮은 것으로 세상을 이해하는데 기본이 되는 개념들을 담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를 시작으로 문화 인류학자, 진화생물학자, 철학자, 물리학자 등 세상을 작동시키는 질문들에 대한 세계 최고 석학의 답을 이 한 권에서 찾을 수 있다. 


가령 왜 우리는 죽어야만 하는지, 동성애는 돌연변이의 일종인지, 뇌와 정신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한 번쯤 궁금해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책을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고 원하는 부분만 펼쳐서 읽어도 좋다. 과학적 사고, 기원, 진화, 정신, 우주, 미래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책에는 내가 궁금해하던 질문도 여럿 있었다. '자신의 문제를 유전자 탓으로 돌릴 수 있는가'에 대해 영국의 생식 생물학자인 잭 코헨은 DNA를 관찰하는 일련의 과정과 가설을 통해 스스로 만든 자신의 모습과 특성은 DNA가 아니라 자신의 책임이라 설명한다. 가끔 내 문제를 이렇게 낳은 부모님 탓이라고 투정 부릴 때가 있다. 일종의 책임회피였지만 결국 문제의 원인은 나 자신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현실의 세상을 살고 있기에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은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과학을 어려운 이론으로 가득 찬 학문이라 여겼던 고정관념을 지우고 내가 사는 세상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책이다. 만약 이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이 혼란스러운 시대가 언제쯤 끝이 날지 물어보고 싶다. 

최소한 과학자들은 확신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각은 새로운 시직에 의해 끊임없이 시험되어야 한다. 만약 그 시험에서 그들이 틀렸음이 확인되면 그 이론은 기각된다.

p. 145

과학과 마술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과학의 경우 대중 앞에서 공공연히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실수를 노출시키고, 모든 사람들은 - 당신 자신뿐 아니라 - 그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여러분은 실수라는 공간을 통과한 자신의 경로에서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P. 215 

#세상은어떻게작동하는가 #포레스트북스 #도서리뷰 #서평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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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스릴러 - 앙리 마티스의 그림에서 발견한 가장 어둡고 강렬한 이야기
정해연 외 지음 / 마티스블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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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5편의 스릴러. 알라딘 북펀드를 통해 만나게 된 이 책은 마티스 그림을 소재로 무한한 상상력을 드러낸다. 강렬한 원색을 화면에 펼쳐내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색채를 표현한 앙리 마티스의 작품에서 작가들은 가장 어둡고 강렬한 영감을 끌어낸다. 각자의 개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이야기는 장르소설을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시각을 알려준다. 짜릿한 반전과 흡입력 있는 전개가 매력적인 이 마티스 앤솔러지 같은 책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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