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날이 있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했지만 알 수 없는 고독과 외로움에 서글퍼졌다. 기분을 바꾸기 위해 느닷없이 청소를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띄는 책장 속 책을 펼쳤다. 하지만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전화기를 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미 없는 말들이 오고 갔지만 마음속의 외로움은 서서히 사라졌다.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
안보윤 작가의 첫 산문집 『외로우면 종말』은 어제의 나를 연민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자신에 대한 부정과 자책, 의심을 시간을 지나 나를 보듬어 안는 용기를 낸다. 그 용기는 긴 시간을 함께해 준 이들의 온기 덕분이다.
억지로 가야 하는 학원을 가던 어느 날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 종점에 도착했을 때 울고 있던 그녀에게 다가온 낯선 아주머니. 고속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 버린 차 곁으로 다급히 다가와 멈춰 선 차와 사람들을 갓길까지 데려다준 이름 모를 아저씨. 지연된 대학병원 진료실 앞에서 마주한 사람들. 그들이 건넨 작은 친절이 쌓여 구원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이웃의 안녕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며칠 전 늦은 밤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 옆집으로 이사 온 학생이었다. 상기된 얼굴로 잠긴 문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고 있던 그녀가 우리 집 문을 두드리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기꺼이 핸드폰을 건넸고 그녀의 일이 다 해결된 후 통화 목록에 119가 찍혀 있는 걸 봤다. 내가 건넨 작은 선의가 그녀에게 온기로 다가갔으리라 믿는다.
작가의 글들이 내 일상으로 조금씩 스며든다. 이웃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라며 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 이제는 마음속에 박혀 있던 가시를 하나둘씩 뽑아내고 누군가에게 기꺼이 배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