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 윤석열 정부 600일, 각자도생 대한민국
신장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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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저녁에 작업을 하게 되면 라디오 앱을 켜고 MBC 표준 FM을 찾는다. 그리고 라디오 청취율 1위를 달리는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을 통해 오늘 하루 있었던 뉴스를 듣는다. 내가 뉴스 하이킥을 듣는 이유는 속이 시원해서다. 진행자의 명쾌한 목소리와 막힌 속을 뚫어주는 멘트 때문에 유일하게 찾아서 듣는 시사 프로다.


​이 책은 2022년 3월 10일부터 현재까지 쓴 '신장식의 오늘'을 모아둔 책이다. 이제 겨우 1년 반이 지났는데 나라 꼴이 엉망진창이다. 어디서도 자랑스러웠던 나라가 어떻게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을까. 한참이나 과거로 돌아간 모양에 한숨만 나온다. 


참담한 나라의 처참한 현실을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불편할 따름이다. 꼭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아프고 불편한 기억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책임지는 이 하나 없는 씁쓸한 현실이 야속하다. 당연한 상식으로 여겼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 되니 이게 정녕 나라가 맞나라는 생각도 든다.


​일련의 사건들을 돌아보고 나니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제목에 유독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절망만 할 수는 없다. 국익과 국격이 실종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각자도생의 현재를 버텨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한번 가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보다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도 훨씬 높아졌고 <뉴스 하이킥>처럼 비판과 풍자, 그리고 사회에 대한 믿음이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 있다.


​비록 정치에 대한 불신은 깊어만 가고 무너져가는 경제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지금의 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환장 대한민국의 오늘을 꼼꼼하게 기억하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p. 15
모든 권력에는 끝이 있습니다. 그 끝이자 새로운 시작의 자리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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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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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데이비스는 부잣집 아이들이 주로 가는 캠프가 궁금했다. '나이팅게일 캠프'라 불리는 캠프에 열세 살 여름방학에 캠프에 참가하게 되면서 세 살 위 언니들인 비비언, 내털리, 앨리슨과 같은 오두막에서 생활한다. 오두막의 리더 격인 비비언이 유독 에마를 친동생처럼 여기고 잘 챙겨주었지만 캠프 운영자인 프래니의 아들 테오를 짝사랑하던 에마는 우연히 비비언과 테오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고 세상이 끝나버린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후 에마는 잠결에 세 언니들이 오두막을 떠나는 모습을 보지만 아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15년 후 에마는 다시 문을 연 나이팅게일 캠프에 프래니의 권유로 미술 강사로 참여하게 되고 어린 세 학생과 오두막에서 지내며 사라진 아이들의 비밀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이제부터 게임을 하려고. '두 진실, 한 거짓말'이라는 게임이야.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세 가지를 말하는 거야. 세 가지 말 중에서 둘은 반드시 진실이어야 해. 하나는 거짓말이어야 하겠지. 그럼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말이 거짓인지 맞히는 거야.
p. 114


거짓말만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게임의 목적은 거짓으로 상대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소설은 자연 속 캠프를 배경으로 실종 사건에 대한 진실을 현재와 15년 전 과거를 교차하며 풀어 나간다. 특히 참가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점과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라는 설정은 사건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어린 소녀들은 게임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상대의 비밀을 폭로하고 복수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주인공인 에마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는 실종사건의 범인에 대한 궁금증 뿐만 아니라 에마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또한 이미 캠프의 경험이 있는 비비언의 말과 태도는 에마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일조한다. 


​어른이 된 에마가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 나서고 같은 사건이 반복해서 일어나면서 과거의 사건은 현재진행형이 된다. 에마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자 나 역시 혼란스러웠다. 비비언 일행이 사라진 건 에마의 짓일까. 열세 살 소녀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등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복잡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소설 앞부분의 복선이 하나둘씩 맞춰지고 결말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마주했을 때 심리 스릴러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잔혹한 행위나 끔찍한 범죄 없이도 충분히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마지막 진실에 다다르면 소름 끼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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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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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외로워서 책을 읽는다고 말하는 작가 노재희. 그녀의 삶을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산문집이다. 정처 없으나 자유롭고 충만한 삶을 노래하는 작가의 고백은 삶과 죽음, 신의 존재, 게으름 등 평범한 일상의 다양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큰 키 때문에 늘 교실 맨 뒤쪽에 앉아 있어야 했던 학창 시절의 추억, 인생의 변곡점이 된 결핵성 뇌수막염 투병기, 남편과 함께 키우는 블루베리 나무, 이고 지고 다녀야만 했던 수많은 책들 등 나와 닮은 듯 다른 작가의 삶을 잠시나마 들여다본다. 


어느 해 여름날 밤 평소보다 체온이 1.5도 높아져 응급실을 찾았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도 없이 닥친 사고는 치사율 50 퍼센트의 무서운 병이었고 40여 일의 병상 생활 중 20여 일간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졌다. 잃어버린 기억 속에는 가족의 사랑과 헌신이 있었다. 정처 없지만 외롭지 않은 시간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가기로 끌어당겼다.


​작가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들을 담담히 고백하며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하루를 살고 하루를 기록하며 살아내면서 소소한 일에 기뻐하는 모습에 내 삶을 돌아본다. 내 인생 역시 가족이 아프기 전과 후로 나눠진다. 갑작스럽게 보호자이자 간병인으로서 삶을 살게 되면서 일상은 중단됐고 마음의 준비 없이 하루하루 어떤 식으로든 살아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인생이 되었다. 


​오늘을 살아가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현재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거대한 목표만을 보고 살아가던 때와 달리 지금은 하루가 풍족하다. 늘 부족하다 여겼던 마음도 사라지고 오늘도 무사히 살아냈음에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이 마음을 울렸던 건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점을 찾아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소중함을 마음속에 다시 한번 새겨본다. 

​p. 77
내게 미래는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계획할 수 있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었다. 나는 장차 무엇을 하겠다는 포부를 갖거나 크게 무엇을 이루어보겠다는 꿈을 꾸어보지 못했다. 늘 사소한 일에 근심하고 소소한 일에 기뻐했다. 유일한 바람은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p. 88-89
그리고 나는 여전히 장차 무엇을 하겠다는 포부를 품거나 크게 무엇을 이루어보겠다는 꿈을 꾸지 않고 산다. 내일 무엇을 할지는 생각하지만 다음 달에 다음 해에 무엇을 할지는 생각할 줄 모른다. 그러는 대신 이렇게 하루를 살고 그것을 기록한다. 그리고 가끔은 공원의 커다란 나무 아래 앉아 햇볕을 쬐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때때로 바람을 맞으며 걷기도 한다. 그건 은퇴를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거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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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윤카페 - 진짜 나를 찾아가는 소자본 창업기
윤영희 지음 / 책구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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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던 시기에 친구와 창업 의견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각자의 업무 특성을 살려 카페와 겸업을 하는 건 어떨까라는 고민을 꽤 진지하게 했었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던 시절이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결국 회사 밖은 춥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정적인 삶을 선택했지만 창업의 세계는 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의 저자는 창업을 통해 진짜 자기다움을 찾고 온전한 자립과 자유를 이르렀다. 더구나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창업을 하고 버텨냈다니 놀라울 뿐이다. 책 속에 담긴 저자의 경험은 소자본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좋은 교본이며 진정한 자아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는 든든한 지침서가 되어 준다.


​저자는 오랜 시간 전업주부였던 자신이 창업을 하게 된 힘들었던 시기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일상이 멈춰버린 듯한 기분을 느끼며 무의미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꿈을 떠올리고 평범한 한국이 주부가 차려주는 정갈한 식사를 대접하는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다. 


​전업주부의 노하우와 가족들의 국제결혼 생활의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도쿄 윤카페가 탄생했다. 저자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체력과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언을 건넨다. 또한 코로나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자신만의 철학과 루틴을 알려주고 자립과 성공을 향한 도전에 힘을 북돋아 준다. 


비록 창업은 아니지만 프리랜서로 홀로 일을 하고 있는 지금, 도쿄 윤카페의 이야기에서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일만 하느라 잊고 있던 행복과 성공을 떠올리고 선택과 집중을 재정비하고 내가 가진 경쟁력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부터 자아를 찾으려는 이들까지 삶에 필요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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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뷰티 - 장애, 모성, 아름다움에 관한 또 한 번의 전복
클로이 쿠퍼 존스 지음, 안진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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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장애인 '천골무형성증'을 앓고 있는 저자는 장애로 겪게 된 차별과 편견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자신이 장애인임을 깨닫게 되고 그로 인한 결핍을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채우며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 나간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의사들의 비참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철학자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치열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 삶의 고통을 철학적으로 인식하고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을 거부하며 스스로 빛을 낸다. 그녀의 이야기에 장애와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자는 자신의 몸이 처음부터 불완전한 몸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부정당하고 상처받으며 장애인임을 인식하게 되었고 본능적으로 이를 외면했다는 고백에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와 나의 시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철학자인 저자는 다양한 철학자들의 말을 빌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에 대해 정의 내린다. 장애와 모성,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는 다양한 장소를 거쳐 이어진다. 브루클린의 어느 술집에서는 두 남자가 저자의 삶이 살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밀라노의 비욘세 콘서트장에서는 직설적이고 자신만만한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또한 자아를 찾기 위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로의 여정은 그녀가 철학자로서 인간 본성을 연구하려는 계획의 발판이 되어 준다.


​세상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되었다는 말에 그동안 내가 장애에 대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 돌이켜 보게 되었다. 저자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장애 여성이 임신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시선을 이야기한다. 아이를 바라는 모성을 담당의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도덕성에 비추어 부정하고 임신을 해서는 '안 되는 몸'이라 단언하는 현실이 슬프고 잔인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저자는 장애여성이 아닌 여성으로서 아름다움에 관해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해방을 느낀다고 말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오랜 시간 사회가 정한 외적 아름다움에 끌려다녔던 건 아니었을까. 아름다움에 대한 저자의 우아한 심판으로 내 안의 편견과 오해를 제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P. 39~40
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키에 먼저 주목한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나의 걸음걸이를 주목하고, 나의 몸이 다리의 무릎 아래 부분과 두 발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나머지 신체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차린다. 의학 용어로 나의 장애는 ‘천골무형성증Sacral Agenesis’이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나에게는 척추와 골반을 연결하는 뼈인 천골이 없었다. ‘agenesis(무형성)’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어떤 것이 생성되지 않았거나 생성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p. 138
사람들은 나를 불편해했고, 때로는 잔인하게 굴었지만, 대개의 경우 그저 나를 끼워주기가 어려우니 나를 가장자리 남겨두는 게 편하다고 느꼈다. 내 몸은 항상 눈에 보였지만, 내가 나의 ‘자아’라고 불렀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불가피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나 자신을 배제했다. 더 현실적인 삶, 사방에서 반짝이는 삶, 밝고 충만하고 접근 불가능한 삶의 흐름에서 밀려나기 전에 나만의 고독한 장소로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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