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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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 욕망하는 것 앞에서 결코 아무렇지 않을 수 없는 스스로가 찌질하고 옹졸하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때. 나는 담담한 척 자조를 공유하면서 이런 마음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안심한다. 

P. 39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달라지지만 

질투, 열등감, 욕망, 좌절, 위선 등 부정적인 감정은 애써 외면하게 된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것. 

저자는 그 감정 안에서 외로움과 부끄러움, 그리고 서툰 사랑의 마음을 발견했다. 

그녀의 '싫음'을 읽으며 드러낼 수 없었던 내 감정을 대입시켜 본다. 

때로를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때로는 갸웃거리며 다름을 찾는 과정을 통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본다. 

저자는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것대로 멋진 일이지만, 

무언가를 미워한다는 것 또한 때로는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좋고 싫음의 경계에서 나의 옹졸함을 탓하고 자책하는 태도에서 이제는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주며 상처받은 마음이 사람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녀의 이야기에 자꾸만 내 경험을 투영하게 된다. 

저자는 미움받을 용기만큼 미워하는 마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려 했지,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감추려고만 했다.

내 마음이 옹졸해 보일 것만 같아 숨기려 급급했지만 

부정적인 감정 또한 나의 일부라는 것을 이제는 인정하려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놓는 걸 배운다.

작은 책을 손에 들고 아등바등 살던 시절을 떠올려 본다.

심란했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내 안의 감정을 돌이켜보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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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 흔들리는 오십을 위한 철학의 지도
바르바라 블라이슈 지음, 박제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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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을 지나 40대에 접어들면서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는 보편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일에서도 삶에서도 수많은 방황과 흔들림을 겪고 중년이라는 호칭에 여전히 어색해하며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남아있는 생의 절반을 어떻게 살아야 될지 생각이 깊어진다.


철학자이자 언론인이 저자는 철학을 통해 누구에게나 초행길인 중년의 시기를 헤쳐나아갈 지혜를 전해준다. 그는 중년이 '저무는 시기가 아니라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 말한다. 허무함과 후회를 넘어 내면을 단단히 여미고 더 나은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팁을 건네며 인생 후반을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의 양식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사실 오십 이후에 내 삶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나온 시간을 바탕으로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위대한 철학자들도 중년의 위기의 시간이었다. 단테에게 중년은 가시덤불이었고 보부아르에게는 악몽이었으며 톨스토이는 길을 잃었다고 한다. 이들이 혼란의 시기를 이겨낸 건 철학의 힘이었다. 어쩜 인생을 통틀어 철학이 가장 필요한 시기가 바로 이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철학자들의 지혜와 사유를 배우며 나이 듦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전히 내게는 소중한 시간들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새로운 꿈을 실현하며 삶이 끝나는 순간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다. 철학에서는 중년을 충만한 시기, 즉, 전성기로 보는 오랜 전통이 있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장년기(중년기)에 속한 사람은 청년과 노인의 중간에 속한 성격을 지닐 것이 분명하다'라고 썼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중년은 인생 경험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인생을 굳건히 세우는 시기이며 동시에 이미 겪은 청년기의 오만함을 버리는 시기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시기를 경험 중이다.


내 인생 전반기는 '열정'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꿈이 있었고 그 꿈을 향해 후회 없이 쏟아부었으며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녔다.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중년이 된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이제 곧 다가올 오십의 삶이 두려우면서도 기대되는 건 아직 인생의 정점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회는 미덕이 아니다. 이성적이지 않으며 비참하고 무능하다'라는 스피노자의 일침을 기억하며 생기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우리는 자기 삶과 화해하고 차분하게 미래를 바라보는 대신 과거를 맴돌면서 자기가 절대로 가지 않았던 대안적 인생의 길을 마음에 품는다. 그러지 말자. 후회 없이 상상 속의 청구서를 정리하고 오래 묵은 쓰레기처럼 부정적인 기억을 치워버리고는 결국 잊어야 한다. 그렇게 비로소 중년의 부담을 덜고 자립적인 인생 후반기를 맞이함으로써 진정한 해방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p. 88

 살다 보면 쓰라린 실망이나 비극적인 사건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다. 하지만 이런 유감스러운 사건 속에도 아주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양면성은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p. 116

중년이 되어 자신과 인생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된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자기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지 못한 게 두렵지 않다. 경험과 지식이라는 중년의 특권을 가진 사람은 단호하게 삶을 계속 살아나가고 자기 앞에 놓인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p. 153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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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성공할수록 불안해할까 - 남에겐 관대하고 나에겐 가혹한 여성들의 가면 증후군 탐구
밸러리 영 지음, 강성희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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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성공을 노력이 아닌 운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실력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가면 증후군이라 한다. 높은 기대감으로 인해 발생한 일종의 방어기제로서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에 스스로 충격을 완화하고자 발생하는 심리다. 40여 년 동안 가면 증후군을 연구해 온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실제 사례를 연구하고 분석하여 이 책을 썼다.


나 역시 학창 시절 무수한 가면 증후군의 경험을 겪었다. 당시에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과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썼던지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불안한 마음이 생겨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대학원 시절 해외 학회에 참석했던 일이다. 그동안 연구한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고 영어로 진행해야 했기에 틀리면 안 되다는 압박감과 틀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겹쳐져 오랜 시간 검증을 거친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상실된 상태였다. 그런 감정은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도 꽤 지속되었다. 


저자는 가면 증후군의 정의를 시작으로 스스로 의심하게 된 일곱 가지 이유를 설명하고 유능함에 대한 기준을 재정비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실패를 내면화하고 비판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남성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제시한다. 즉,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되 기분 나빠하지 않는 사고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사실 피드백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가끔은 인정할 수 없는 타인의 지적을 이해할 수 없어 부딪히기도 했지만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금 나에게 피드백은 내가 성장하고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오히려 상대에게 피드백을 요청할 때도 있다. 피드백이 없다고 내가 완벽하다고 착각하지 말자.  


저자의 이야기 중 11장의 내용에 솔깃했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바로 이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익숙함에 안주하지 말고 "모르는 길도 아는 것처럼 모험할 용기"를 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예전보다는 나 자신을 더 믿고 있지만 가끔씩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가면 증후군의 실체를 알고 나니 나만이 가진 강점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어제보다 더 자신감 있는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자신에게 한결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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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1
카밀라 레크베리.헨리크 펙세우스 지음, 임소연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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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꽂기 마술'에 쓰이는 나무 박스 안에서 온몸이 칼에 꿰인 시체가 발견된다. 스톡홀름 경찰서의 형사 미나는 멘탈 매직의 권위자인 멘탈리스트 빈센트에게 수사의 도움을 요청하고 심리학과 마술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빈센트는 수사에 합류한다. 하지만 마술 도구에 관련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사건의 흔적은 점점 빈센트를 향해 오는데...


60여 개국에서 출간되어 전 세계 3천만 독자를 사로잡은 미스터리 스릴러 걸작 3부작의 첫번째 이야기. 마술 도구용 박스 안에서 잔인한 모습으로 발현되는 시체. 피해자들의 몸에 새겨진 수상한 숫자. 


마술을 소재로 한 범죄 소설은 기대만큼이나 재미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본 마술이 이렇게 잔인한 살인 도구가 될 줄이야. 서스펜스의 거장과 심리술사의 만남은 새로운 분위기의 소설을 만들어냈다. 두 저자는 미나와 빈센트라는 인물을 통해 살인 사건의 긴장감과 미묘한 로맨스의 분위기를 동시에 자아낸다. 인물들의 아슬아슬한 관계와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몰입감을 증폭시킨다. 


교차로 보이는 과거 이야기를 통해 이 사건의 범인은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과연 한 사람이 이 모든 범죄를 저질렀는지도 의문이었고... 사건에 등장한 마술의 트릭도 궁금했다. 수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소설은 촘촘하게 설계된 작가들의 문체로 인해 눈을 뗄 수 없었다.


잔인한 범행의 실체에 다가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남녀 주인공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도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다소 낯선 멘탈리스트라는 설정도 등장인물에 대한 흥미를 갖게 만든다. 빈센트가 심리와 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잔인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정신없는 그의 가족은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며 평범한 한 가장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3권의 다소 긴 분량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책이 작가들의 미스터리 스릴러 걸작 3부작 중 첫번째 시리즈라 다행이다. 완벽해 보이지만 인간적인 두 캐릭터들의 조합도 좋았다. 오감을 자극하는 서늘한 분위기의 북유럽 미스터리 스릴러, 박스. 만족스러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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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둑맞은 시간을 되찾기로 했다 - 타인의 시간에서 자신의 시간으로 삶의 축을 옮기는 법
사소 쿠니타케 지음, 유민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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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흔히 말하는 흙수저와 금수저 구별 없이 공평하게 주어진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다. 나 역시 내 시간에 책임을 지고 24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늘 시간이 모자란 듯한 기분을 느낀다. 왜 자꾸만 시간 부족에 허덕이고 있을까.

이 책은 시간을 버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달라진 삶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사는 법을 배웠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트랜지션(전환)'이라 부르는 내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나고 삶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컨설팅 일을 하는 저자는 자투리 시간까지 일을 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간에 쫓기고 자신의 삶에서 시간 도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러나 팬데믹이 일어나고 도시에서 살던 저자는 산골 마을에서 일 년 살이를 시작한다. 그리고 산속에서 생산성 높은 삶이 성장하는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새소리에 눈을 뜨고 일부러 천천히 종이 신문을 읽고 업무를 진행한 후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도시의 시간 감각을 버리고 지금 흘러가는 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삶으로 바뀐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자신의 페이스대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시간의 주인이 나라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는바이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인식하고 실천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기기 위해 의도치 않게 타인이 정한 루틴을 따라가게 된다. 저자는 시골에서의 삶을 통해 자신의 내적 감각에 따라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삶을 배우게 된다. 이를 '트랜지션(전환)'이라 하며 가치관과 정체성이 서서히 바뀌면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저자의 삶은 결코 생산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의 삶을 통해 팍팍한 내 삶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처음 계획했던 삶과 너무나도 다른 지금의 삶을 비교하며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계절도 잊고 요일도 잊고 살던 삶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저자의 경험은 일에서 보람을 느끼기보다 스스로가 소모되고 있다고 느끼던 중에 만난 책이기에 더욱 절실하게 와닿았다.

비록 지금 당장 산골 마을로 이주할 수 없지만 미래의 목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펴보는 일은 어디서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는 등의 일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필요한 건 온전한 내 삶을 느낄 수 있는 깨달음이다. 더 늦기 전에 나만의 리듬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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