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 흔들리는 오십을 위한 철학의 지도
바르바라 블라이슈 지음, 박제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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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을 지나 40대에 접어들면서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는 보편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일에서도 삶에서도 수많은 방황과 흔들림을 겪고 중년이라는 호칭에 여전히 어색해하며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남아있는 생의 절반을 어떻게 살아야 될지 생각이 깊어진다.


철학자이자 언론인이 저자는 철학을 통해 누구에게나 초행길인 중년의 시기를 헤쳐나아갈 지혜를 전해준다. 그는 중년이 '저무는 시기가 아니라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 말한다. 허무함과 후회를 넘어 내면을 단단히 여미고 더 나은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팁을 건네며 인생 후반을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의 양식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사실 오십 이후에 내 삶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나온 시간을 바탕으로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위대한 철학자들도 중년의 위기의 시간이었다. 단테에게 중년은 가시덤불이었고 보부아르에게는 악몽이었으며 톨스토이는 길을 잃었다고 한다. 이들이 혼란의 시기를 이겨낸 건 철학의 힘이었다. 어쩜 인생을 통틀어 철학이 가장 필요한 시기가 바로 이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철학자들의 지혜와 사유를 배우며 나이 듦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전히 내게는 소중한 시간들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새로운 꿈을 실현하며 삶이 끝나는 순간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다. 철학에서는 중년을 충만한 시기, 즉, 전성기로 보는 오랜 전통이 있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장년기(중년기)에 속한 사람은 청년과 노인의 중간에 속한 성격을 지닐 것이 분명하다'라고 썼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중년은 인생 경험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인생을 굳건히 세우는 시기이며 동시에 이미 겪은 청년기의 오만함을 버리는 시기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시기를 경험 중이다.


내 인생 전반기는 '열정'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꿈이 있었고 그 꿈을 향해 후회 없이 쏟아부었으며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녔다.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중년이 된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이제 곧 다가올 오십의 삶이 두려우면서도 기대되는 건 아직 인생의 정점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회는 미덕이 아니다. 이성적이지 않으며 비참하고 무능하다'라는 스피노자의 일침을 기억하며 생기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우리는 자기 삶과 화해하고 차분하게 미래를 바라보는 대신 과거를 맴돌면서 자기가 절대로 가지 않았던 대안적 인생의 길을 마음에 품는다. 그러지 말자. 후회 없이 상상 속의 청구서를 정리하고 오래 묵은 쓰레기처럼 부정적인 기억을 치워버리고는 결국 잊어야 한다. 그렇게 비로소 중년의 부담을 덜고 자립적인 인생 후반기를 맞이함으로써 진정한 해방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p. 88

 살다 보면 쓰라린 실망이나 비극적인 사건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다. 하지만 이런 유감스러운 사건 속에도 아주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양면성은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p. 116

중년이 되어 자신과 인생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된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자기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지 못한 게 두렵지 않다. 경험과 지식이라는 중년의 특권을 가진 사람은 단호하게 삶을 계속 살아나가고 자기 앞에 놓인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p. 153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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