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만 그 방에
요나스 칼손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부터 끝까지 날카롭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얇은 피아노 줄 위에 올라서서
신경을 거스르는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유독 자존감이 강한 주인공 '비에른'이 문제일까?
아니면 비에른에 따르면 그의 능력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동료들이 문제일까? 자로 잰 듯 정해준 규칙 안에서 살고 있는 비에른. 그에게만 보이는 비밀의 방.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내가 신경쇠약에 걸릴 것만 같다.
작가는 주인공이 타인의 의지로 이직한 회사에서
개인의 능력을 인정하기보다는 평준화하려는 순종적인 문화를 그려내면서 어떻게 개인이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묘사하고 있다.

다른 문화권에서 활동하는 처음 만난 작가의 책이지만,
등장인물들은 내 주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사무실 책상에서 잠시 고개를 들고 둘러보면 보이는 이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동료들은 어느 날부터 '비에른'을 의심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건 비에른이 작은방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55분 근무 후 5분 휴식, 스스로가 정한 규칙대로 업무를 하던 비에른은
어느 날 작은방을 발견하게 된다. 문 밖에 있는 스위치를 켜니
방 안에는 책상 하나와 사무용 집기가 있었다. 그는 그 방에 살며시 들어갔다.
방 안에 있는 거울에 모습을 비춰보니 꽤나 멋져 보인다.

자신감도 생긴다.
비에른은 사무실 사람들이 못마땅하다.
능력도 없으면서 그가 질문을 할 때면 짜증 섞인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는 혼자 힘으로 업무를 멋지게 처리하겠다고 결심했다.
모든 사무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위해 말이다.
몇 번 그 작은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는 사무실 사람과도 함께 들어갔었다.
하지만... 애초에 그곳에는 방이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 비에른이 들어갔던 방이지만 방이 아닌 곳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이번엔 내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비에른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실을 부정하며 스스로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 갇혀 살고 있던 비에른.
그의 모습에서 잊고 싶은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상사의 히스테리와 끝없는 업무, 쳇바퀴처럼 굴러가던 하루.
냉정한 현실에 굴복하고 그저 하루살이 마냥 살아가던 그 시절.
내가 고통스러웠던 건 비에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작은방'을 찾지 못한 나는 그곳을 탈출하는 방법을 택했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살고 있다.
히스테릭하지만 독특한 이 책. 현시대를 살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은방은 결코 함부로 들어가질 않길 바란다.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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