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지옥 해방일지 - 집안일에 인생을 다 쓰기 전에 시작하는 미니멀라이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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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라는 책을 통해 내게 퇴직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이나가키 에미코가 이번에는 '살림'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자신만의 즐거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 풍성한 아프로펌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인 그녀의 미니멀라이프를 읽다 보면 생각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만 같다. 특히 여러 사정상 일과 집안 살림을 모두 맡아서 해야 하는 현실에서 그녀의 살림 비법에 자꾸만 마음이 움직인다. 온전히 혼자 산다면 그녀의 삶을 실천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집안일에는 전혀 소질이 없다고 고백한 저자는 살림을 영원한 적으로 여겼다. 하지만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면서 집안일 자체가 즐거운 일이 되어 버렸다. 또한 간소한 살림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갖게 되었고 궁극적으로 노후 대비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살림살이라는 노동이 행복을 자급자족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 되었다는 그녀의 말이 인상적이다.

솔직히 집안일은 매일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만 걸러도 관리하지 않았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하루 세끼 먹는 밥, 매일 나오는 세탁물, 매일 청소해도 매일 쌓이는 생활 먼지 등을 마주할 때면 살림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에 집안 살림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욕구도 포함된다.

저자가 집안일을 편하게 하기 위해 3가지 원칙을 말한다. 첫째, 편리함을 버려라. 둘째, 가능성을 넓히지 않는다. 셋째, 분담을 그만둔다. 이를 실천하고 있는 저자의 삶은 꽤 인상적이다. 여건만 된다면 언젠가 따라 해보고 싶다. 집안일을 나이 듦과 노후로 연결 지어 풀어낸 점도 좋았다. 풍요로운 삶에 익숙해져 편리함에 의지하고 돈에 기대어 있는 게 당연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그녀의 방식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는 닮고 싶다. 일회용이 넘쳐나는 시대에 물건의 필요성과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물질로 채운 삶이 아닌 마음과 정신이 풍요로운 삶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자신이 쇠약해짐에 따라 자신의 생활도 점점 작게 줄여가는 끝에 사라지듯이 죽어갈 수 있다면 나는 마지막까지 스스로 나를 돌보면서 덩그러니 외톨이가 되어도 원망이나 괴로움 없이 살아서 좋았다, 잘 살았다고 생각하면서 죽어갈 수 있을 것 같다.

p.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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