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앤드 산문집 시리즈
강혜빈 지음 / &(앤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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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됩니다.

오래전부터 오늘을 기다린 사람처럼, 서둘러 보내고 싶어

마음이 간질간질했어요.

저는 당신에게 무엇을 건넬 수 있을까요?

p.8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 책을 펼쳤을 때 오래 알고 지냈지만 소식이 끊기 이로부터 

다정한 안부 편지를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봄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일부러 하루에 편지 하나씩 읽기로 했다.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편지에서 소소한 일상의 순간을 전하고 

계절의 흐름에 따른 풍경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내밀한 마음을 고백한다. 


또한 시와 사진을 통해 따스한 시선으로 오랫동안 바라본 사물을

문장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일상의 평온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발견하고 삶에서 사라지는 방식을 고민해 본다.   

내가 놓치고 있던 일상을 다시 떠올려본다. 


환경이 달라지면서 경험하게 되는 순간도 달라졌고 

훨씬 단조로운 삶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와 타인에 대한 다정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

버리지 못한 오래된 물건에 담긴 추억과 기억,

물에 대한 트라우마와 이를 극복하려는 용기 등

문장 여기저기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가만히 들여다본다.


작가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장은 메마른 삶에 단비를 내려준다. 

잠시 쉬어가고 싶은 순간에 함께 하면 좋을 책이다.


퇴근길에는 아무 데나 서서 구름을 본다. 오랫동안 본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목에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껍질은 흰색이고 군데군데 거뭇하게 벗겨져 있다. 아주 거대한 세계를 마주하는 기분. 무언가 압도되고 빨려 들어가는 기분에 몸과 마음이 많이 소진된 날에는 일부러 나무를 피해서 걸었다.

p.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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