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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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여름, 엄마의 건강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긴급하게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들어갔고 바로 입원이 결정되었다. 수많은 검사 끝에 암 진단을 받고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상태로는 수술조차 불가능했다. 결국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한 가족의 죽음은 나를 패닉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순간 온갖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든 일들이 내 잘못으로 벌어진 것만 같았다. 왜 진작 병원에 가지 않았을까. 왜 엄마에게 더 신경 쓰지 못했을까. 이후 몇 번의 큰 고비를 겪은 후 담당 의사의 권유로 더 큰 병원으로 옮겼고 이틀에 한번 꼴로 대형 병원 두 곳을 오가며 치료를 이어갔다. 여전히 항암을 하고 있지만 다행히 엄마의 건강 상태는 조금 나아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 몰래 눈물을 흘리며 수개월을 후회 속에서 견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24시간 간병인 모드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 다짐했다. 엄마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건 전부 할 수 있게 하자고.

1000명이 넘는 이들의 임종을 목격한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는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죽기 전에 하는 후회 목록을 썼다. 저자가 쓴 스물다섯 가지 후회는 지난날 내가 했던 후회와 거의 흡사했다.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많이 말할걸, 함께 여행을 다닐걸,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사줄 걸 등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목록을 보며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큰일을 겪고 나니 당연히 엄마에게 질문이 많아졌다. 무엇이 먹고 싶은지, 어딜 가고 싶은지, 지금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등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켜가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지금은 미래에 대한 목표도 계획도 없다. 단지 그의 말처럼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다. 

책을 통해 누구가 겪게 되는 '죽음'을 대비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지나간 삶을 돌아보고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각자의 삶에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스스로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바로 지금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하고 싶은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하자.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괜찮다고, 이 정도면 참을 만하다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참고 인내하는 삶을 살다가 마지막에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되지 않길 바란다.
p.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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