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주파수를 찾습니다, 매일 -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보낸 단짠단짠 16년 일하는 사람 2
차현나 지음 / 문학수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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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내 옆에는 늘 라디오가 있었다.

특히 늦은 밤에 듣는 라디오 소리는 감성이 예민한 시기에 필수품이었다.

그러다 보니 잠시나마 라디오 DJ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가끔은 일상에서 멀어진 라디오가 그립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라디오 피디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대부분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스펙터클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피디의

파란만장한 직업 이야기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경력도, 전공도 모두 무시하고 모든 분야의 전문가에 가까워야 하는 프로의 세계는

삶에 대한 활기찬 동기부여를 건네준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 중에서도 시사방송의 피디이다.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시사 피디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상이 흥미진진하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시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게스트 모시기의 고충을

털어놓고 구독자와 후원을 위해 독한 말들을 내뱉는 유튜브, 팟캐스트와의 경쟁에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청취자들을 사로잡아야 하는 고민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급작스럽게 변화는 상황에서도 한정된 시간 안에서 공통의 아이템을 선정하고

동시에 차별화를 추구해야 하는 그들의 노력과 고민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고 오늘의 방송이 끝나면 내일의 방송을 준비해야 하는 일상이 이어지지만 저자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서 직업적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100% 성공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라디오 피디는 밥벌이의 수단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이야기에 매료될 수 있었다.

대안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라디오는 사라질 것이라 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 기술로 전해주는 라디오 피디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방송이란 정말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일인 것 같다. 경험으로부터 얻은 노하우와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것들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알아야 하기에,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기에, 하면 할수록 방송이 어려운 이유도 바로 그래서인가 보다.

p. 60

하지만 우리 인생처럼, 라디오엔 내일이 있다. 생방송을 좀 망친다 한들 어떤가, 오늘 잘못하면 내일 만회할 방송이 있다. 생방송이 마음처럼 잘되지 않은 날은 퇴근길 발걸음이 아주 찝찝하다. ‘그때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왜 그 실수를 막지 못했을까.’ 그럴 때 해결의 주문은 딱 하나다. “하루만 방송하고 끝낼 건 아니잖아.” 인생도 그렇듯이 말이다.

p.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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