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내 옆에는 늘 라디오가 있었다.
특히 늦은 밤에 듣는 라디오 소리는 감성이 예민한 시기에 필수품이었다.
그러다 보니 잠시나마 라디오 DJ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가끔은 일상에서 멀어진 라디오가 그립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라디오 피디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대부분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스펙터클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피디의
파란만장한 직업 이야기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경력도, 전공도 모두 무시하고 모든 분야의 전문가에 가까워야 하는 프로의 세계는
삶에 대한 활기찬 동기부여를 건네준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 중에서도 시사방송의 피디이다.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시사 피디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상이 흥미진진하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시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게스트 모시기의 고충을
털어놓고 구독자와 후원을 위해 독한 말들을 내뱉는 유튜브, 팟캐스트와의 경쟁에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청취자들을 사로잡아야 하는 고민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급작스럽게 변화는 상황에서도 한정된 시간 안에서 공통의 아이템을 선정하고
동시에 차별화를 추구해야 하는 그들의 노력과 고민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고 오늘의 방송이 끝나면 내일의 방송을 준비해야 하는 일상이 이어지지만 저자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서 직업적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100% 성공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라디오 피디는 밥벌이의 수단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이야기에 매료될 수 있었다.
대안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라디오는 사라질 것이라 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 기술로 전해주는 라디오 피디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