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 일용할 설렘을 찾아다니는 유쾌한 할머니들
김재환 지음, 주리 그림 / 북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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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칠곡 가시나들>을 감독한 김재환 감독이 쓴 글과 그림작가 주리의 따뜻하면서도

정감 어린 그림이 더해져 유쾌한 칠곡 할머니들의 일상을 전해준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칠곡 할머니들의 웃음 넘치는 일상에 자꾸만 웃게 된다.

문해학교를 다니면 한글에 푹 빠진 할머니들이 직접 쓴 시에는 진솔한 인생이 담겨 있다.

너무나도 솔직한 작품에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함께 지을 수 있었다.

저자가 3년여 동안 할머니들과 함께 했던 일상을 담백하게 담아낸 이 책은 인생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즐겁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어머니의 요청으로 친구들과 까르르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만난 칠곡 할머니들.

사회적 제약 때문에 뒤늦게 한글에 빠지게 된 할머니들의 일상은 흥이 넘친다.

비로소 내 나라말을 쓸 수 있다는 설렘에 시도 쓰고 편지도 쓰는 할머니들의 모습에

마음 한켠이 찡하게 울린다. 트럼프 당선이라는 전 세계적 충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화투에 몰두하는 이야기나, 노래자랑에 나가 탈락했지만 1년 후 당당히 본선 무대에 올라선

8학년 8반 할머니 에피소드 등 그녀들만의 유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또한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죽자 살자 살다 보니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말에 위로를 받는다.

느리지만 소박하고 흥이 넘치고 정 많은 할머니들의 삶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당연하다 여겼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한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늘 부족하다 여겼던 삶이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내 것이라 여겼던 소소한 일상에 감사한 마음이 더해져 걱정과 불안함에 밤을 지새우던

힘겨운 삶이 조금은 편해졌다. 하루하루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고자 하는

칠곡 할머니들의 바람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결국 내가 원하던 삶도 그런 게 아닐까.

오늘 하루를 무사히 기분 좋게 행복하게 눈부시게 살겠다는 초심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p. 199

할머니들에게 배웠어요. 나이듦과 죽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행복한 노년을 상상할 수 있겠구나. 재밌게 나이듦의 완성은 죽음을 준비하고 환영하는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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