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컬렉션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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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생의 한순간을 담은 열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책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작업실>의 주인공은 어느 날 저녁 남편의 셔츠를 다림질하다가 글을 쓸 수 있는

작업실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떤 바닷가 여행>에서는 갑자기 마주하게 된

죽음의 순간을 잔잔하게 그려나가고, 표제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에서는

피아노를 가르치는 마살레스 선생님이 주최하는 파티를 소개한다.

누구에게나 평범한 하루를 작가만의 개성 있는 문체로 펼쳐나간다.

이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읽게 된 단편 <작업실>.

주인공은 엄마이자 아내기에게 앞서 여자이며 작가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전망 좋은 집을 두고도 작업실을 고집한다. 독립적인 주체로서 자신의 위치를

다지고 싶었지만 작업실이 있는 건물주는 이상한 남자였다. 늦은 밤 그녀의 공간을

침범하고 그녀가 쓰고 있던 소설을 훔쳐보는 등 그녀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결국 그녀는 작업실을 나와야만 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잠시나마 내 마음을 흔든다.

할머니와 어린 손녀 메이의 이야기를 그린 <어떤 바닷가 여행>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인적 드문 마을에 살며 평범한 일상에 지루하던 손녀가

할머니와 함께 하는 바닷가 여행을 하자는 할머니의 제안에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잠시 후 누구보다 강인하다 여겼던 할머니가 조용히 쓰러지자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보편적 순간을 마주하게 될 때 내가 느끼게 될 감정은 무엇일까.

든든한 울타리가 무너지게 되면 어린 손녀는 어찌 되는 걸까. 자꾸만 생각이 많아진다.

작가가 쓴 단편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평범한 여성이다. 평온한 일상에서 그녀들은

사랑을 하고 슬픔에 젖기도 하며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삶을 화려하거나 장황한 설명 없이 잔잔하게 그려 나간다.

풍자와 해학 없이 평범한 이야기에서 감동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

단편 소설이란 무엇인지 조금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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