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신영훈
사진 : 김대벽
조선일보사
대학 합격증을 받아들었던 1987년 겨울, 어느 신문사에서 주최한 전국일주 여행길에 올랐었다. 수도 없이 가본 경주였지만, 석굴암에 올라선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뒤로 가본 기억이 없으나 책에 따르면 석굴암 앞까지 도로가 나서 차로 통행이 가능하다고 하나, 그 때는 좁은 산길을 굽이 걸어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유리창으로 가려진 석실 내 본존상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석굴암보다 트는 동녘의 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만을 가지고 그곳에 올라가는 것 같다.
대목 신영훈 선생님의 [천상의 천하에 내려깃듯 석굴암]은 우리가 석굴암에 올라가서 제대로 보지 못하고 놓쳐버린, 혹은 보수 공사라는 미명아래 일본인들에 의해 잔인하게 훼손된 우리의 문화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책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우리의 문화재들이 우리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으며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는지, 그 사라짐을 막을 사람 역시 우리들이라는 점을 깨우쳐준다.
석굴암에 가 본 지 어느 새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지... 올 여름에는 그곳에 한 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