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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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로 참석했던 한 심리학자는, 극심한 사회적 거부를 경험할 때 장애 여성들이 가져야 할 긍정적인 자아 존중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르다’는 것이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그녀는 ‘파이의 비유’를 들어서 설명한다. ‘사람들 몇이 레스토랑에 모여서 식사를 한 뒤 디저트를 뭘로 할지 고르게 된다. 어떤 사람은 레몬파이를, 또 어떤 사람은 바나나크림파이를 선택할 것이다. 어떤 파이는 선택되고 다른 것은 선택되지 못한다고 해서 어떤 파이가 다른 파이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파이들은 서로 다르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것이다.’ 이때 어떤 사람이 손을 번쩍 든다. 장애를 가진 중년의 흑인 여성이 논의를 순식간에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그녀는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찌그러진 파이라면 어떨까요?’ 너무나 용감하게 제기된 이 질문은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겪는 경험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것이다.”
차이가 위계화되는 것을 간과한 채 차이만을 강조하는 것은, 차이가 발생시키는 차별과 몸의 경험, 고통을 쉽게 지워버린다. “단지 다른 것일 뿐이다”라는 말은 사실상 장애를 제외하고 ‘지배 집단과 같음’을 주장하기 위한 말이 된다.
― 김은정, “다양한 몸의 평등한 삶을 꿈꾸며”,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269~27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