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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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로 참석했던 한 심리학자는, 극심한 사회적 거부를 경험할 때 장애 여성들이 가져야 할 긍정적인 자아 존중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르다’는 것이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그녀는 ‘파이의 비유’를 들어서 설명한다. ‘사람들 몇이 레스토랑에 모여서 식사를 한 뒤 디저트를 뭘로 할지 고르게 된다. 어떤 사람은 레몬파이를, 또 어떤 사람은 바나나크림파이를 선택할 것이다. 어떤 파이는 선택되고 다른 것은 선택되지 못한다고 해서 어떤 파이가 다른 파이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파이들은 서로 다르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것이다.’ 이때 어떤 사람이 손을 번쩍 든다. 장애를 가진 중년의 흑인 여성이 논의를 순식간에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그녀는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찌그러진 파이라면 어떨까요?’ 너무나 용감하게 제기된 이 질문은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겪는 경험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것이다.”

차이가 위계화되는 것을 간과한 채 차이만을 강조하는 것은, 차이가 발생시키는 차별과 몸의 경험, 고통을 쉽게 지워버린다. “단지 다른 것일 뿐이다”라는 말은 사실상 장애를 제외하고 ‘지배 집단과 같음’을 주장하기 위한 말이 된다.

   김은정, “다양한 몸의 평등한 삶을 꿈꾸며”,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269~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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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2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애인이 착하다는 건 사회가 그들을 그럴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고 장애인이 나쁘게 된다면 그것도 사회가 만드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성격까지 좋아야 하고 다름을 인정하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평등한 삶이란 존재하지 않죠. 꿈만 꾸는 일이 되는겁니다. 저는 장애인에게 성질이 더럽기를 바랍니다. 물어 뜯어도 되지 않는 세상이니까요.

가랑비 2006-07-27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넹넹~ 공감 고마워요.
만두 언니/네. 착한 건 좋은 일이지만 착하기를 강요하는 건 나쁘죠. 평등한 삶이란 존재하지 않다... 후우... 그래도 전 "다양한 몸의 평등한 삶"을 '꿈꾸고' 싶어요! 최소한 자신의 욕구를 당당하게 보일 수 있고, 그 욕구를 실현하는 길이 보통 사람만큼만 불편한 삶을...

가랑비 2006-07-28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그렇지요? 머리로만 아는 것과 실제로 겪는 것의 차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