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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김창엽 외 지음 / 삼인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병은 고쳐야 하고, 장애는 극복해야 하는 것인 줄만 알았다.
‘순수한’ 장애아들의 ‘맑고 착한 눈빛’에 사랑과 봉사로 응답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왜,
장애인만 유달리 ‘강한 의지’로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까?
왜 장애인은 유달리 티없고 순수해야 할까?
그냥 보통 사람이면 안 될까?
하고 이 책이 묻는다.
자기 처지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착하게, 굳은 의지로 인간 승리를 거두면, 사회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그저 위대한 장애인을 칭송하기만 하면, 그렇게 ‘위대하지 않은 보통 장애인’은 마음껏 멸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초에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를 읽고, 병을 고칠 수 없다면 병과 함께 살 수 있는 사회, 장애를 벗어날 수 없다면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약하기 때문에 서로 유대하고 소통하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만나 감격했더랬다. 그리고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나 궁금했는데,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를 읽고는 장애인 운동을 하는 이들 사이에 그것은 이미 널리 공유된 생각임을 알게 되었다.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에나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착한 장애인은 천국에 가지만 ‘나쁜’ 장애인은 어디에나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