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싫다가도 꼭 이렇게 웃기는 일이 생겨 편들어주게끔 만든다.
현 정부가 군대의 현역병 복무 기한을 18개월로 줄이려고 한단다.
노무현 대통령이 “군대에서 썩지 않고
직장에 빨리 가고 결혼을 빨리 하는 제도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단다.

그걸 가지고 뉴스에서 며칠씩 뭐라 그런다.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 혼란스러워 입대를 미룬다는 둥,
군대 원로라는 할아버지들은 “군에서 썩는다”는 표현을 두고
군을 모욕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단다.

우리 고모부는 36개월 복무했다.(현재 나이 50대)
우리 형부는 33개월 복무했다.(현재 나이 40대)
내 대학 동기들은 30개월 복무했다.(현재 나이 30대 중후반)
내 남동생은 26개월 복무했다.(현재 나이 30대 초반)
내 사촌동생은 24개월 복무했다.(현재 나이 20대 후반)

보시다시피 현역병 복무 기간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기간 단축을 발표할 때마다, 항상,
입영 대상 젊은이들은 입영 시기를 결정 못하고 일시적인 혼란을 겪지 않았겠니?
일시적인 혼란 때문에 줄어야 할 복무 기간을 그냥 그대로 두어야 옳겠니?
뉴스라면 그런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할 게 아니라,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언제쯤에나 그렇게 될지,
군대가 갖추어야 할 준비는 뭔지, 군대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자세히 취재해서 알려야 하지 않겠냐고.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는다”는 표현에 발끈한 할아버지들도 그렇다.
장교들 말고 현역병 내지 현역 복무 후 전역한 사람들 중에,
군대에서 보내는 세월을 “몇 년 썩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자기들은 억울하게 몇 년 썩었다고 생각하니까,
병역 기피나 다른 군대 관련 문제가 나오면 그렇게 광분하는 것 아니니?
그래서 군대도 썩는다는 느낌 좀 덜어주려고
컴퓨터 교육을 하네 직업 교육을 하네 애쓰는 것 아니냐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으니까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들이 그런 말을 안 한 건, 아니 못 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군인 출신이라 그렇고,
김영삼 김대중은 군대의 비위를 거스를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 아닌가?
어찌 보면 노무현은 ‘꿀릴 게 없어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군대에서 썩는다”고 하지 말고
“군대에 인생의 황금기를 바친다”고 하면 좀 낫니?

제발 이런 걸로 대통령 편들게 하지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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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12-2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심리적 갈등이 팍팍 느껴지는 글입니다. 나도 싫은데 그래도 편을 들어야 할때 곤혹스럽죠... ^^;;

가랑비 2006-12-2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엄살이죠 뭐, 갈등은... ^^ 좀 생산적인 걸로 뉴스를 만들었으면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