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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의 골프레슨
케빈 A. 밀른 지음, 손정숙 옮김 / 황소자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때가 언제인가? 저마다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익숙해지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꾸 일을 벌이게 된다. 그러한 두려움은 사실 선척적인 유전에 의한 것도 있고, 후천적인 환경 요인에 의한 것도 있다.
“아홉 번의 골프 레슨”에서 주인공인 오거스타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는 골프를 하는 아버지에 의해 혹독한 골프 연습을 하면서 자라나게 된다. 이 부분에서 부모들은 흔히,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이 이루어주길 기대한다. 오거스타의 아버지 런던도 그랬다. 나도 부모 된 입장이다. 내 꿈을 대신 이루어주길 꼭 바라지는 않더라도,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고 싶다. 그러한 이유로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강요할 때가 있었다. 이 책에서 오거스타가 아버지는 골프 선수가 되기를 바랬고, 오거스타는 자신의 길은 골퍼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골퍼의 길을 그만두게 되면서 오거스타는 아버지와의 거리감 속에서 힘겹게 성장한다.
오거스타가 아빠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거부하는 7년 동안을 생각해 보니, 두려움은 피하면 피할수록 자신을 갉아 먹는 벌레가 된다는 교훈을 준다. 7년 후 아내가 임신하자 비로소 오거스타는 자신의 두려움의 근가 되는 아버지와 정면으로 대면한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도 두려움이 있다면 정면으로 그 두려움과 마주서 보기를 권한다.
그러던 중 오거스타가 결혼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아내는 아이를 원하고, 오거스타는 아이 갖기를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진정한 아빠가 될 자격도 능력도 안된다는 것이 이유다. 그런데 결혼 7년이 지난 어느 날 덜컥 아내가 임신을 하였으니…. 아내에게 축하한다는 말보다 실망의 눈빛을 보내며 오거스트는 아버지의 집으로 향한다. 아버지는 며느리의 임신소식을 듣더니 기뻐한다. 그러나 오히려 오거스트는 화를 낸다. 아버지는 자기에게 진정한 아빠가 되지 못하였고 말한다. 그 아버지에게 양육된 자신은 아버지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채 성장하였다고도 말한다. 그래서 자신은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지 모르겠고, 아버지와 똑 같은 실수로 아이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며 원망을 쏟아 놓는다. 그러자 아버지는 오거스타에게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조건으로 아홉 번의 골프레슨을 제안한다. 레슨을 받을 때마다, 아버지는 일기처럼 적은 어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의 카드를 아들에게 준다. 그러는 동안 오거스타는 아버지에게서 골프가 아닌 인생을 배우게 된다.
이 책은 많은 교훈은 안고 있으나, 좀 밋밋한 전개여서 긴장감은 없다. 그러나 잔잔한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과는 큰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내용의 소설이다. 부모를 원망스럽게 생각한 누군가가 있다면, 다시 한 번 부모의 생에 대해 이해하고 따뜻하게 안아 볼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이 책은 이제 막 결혼을 한 부부들이 읽어도 좋겠다. 아마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두려움은 사라지고,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아내가 존재한다는 것에 무한한 감사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