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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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한 선입견일까? 나의 생각이 선입견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를 읽는다. 책을 읽어 보니 저자는 과학을 좋아하는 분이어서 과학이라는 단어에 쉽게 접근한 것 같다. 물론 저자가 쉽게 접근하니 나도 즐겁게 독서를 했다.


읽은 책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드러내고 있다. 101쪽의 “간과 분노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은 절반만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화를 내면 간이 상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속담이 더 과학적이라 단언한다. “간이 부었다”라든가 “간이 콩알만 해 졌다”는 말이 그것이란다. 즉 “간에 탄수화물이 저장되어 있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지만 지방이 끼어 지방간이 되면 간의 크기가 커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속담과 가깝다는 것이란다. 40쪽 “⑫우주 여행편의 제목에 들어 있는 “달 정복”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에베레스트 등정이 에베레스트 정복이 아니듯, 그건 유인 달 탐사일 뿐이다.” 라고. 그러나 저자는 책이 주는 유익한 면을 옹호할 줄 안다. “이런 점들을 빌미 삼아 ‘전집’의 가치와 진가를 폄하하면 곤란하다”라고 하여 책을 읽는 이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말한다.


저자는 읽은 책에 대해 재미있는 부분에 대해 들려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83쪽의 ‘번개가 많이 치는 해에는 풍년이 든다’는 속담의 근거를 과학자들이 밝혀내는 부분은 정말 과학적이다. 번개가 친 뒤 대기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해 본 결과 번개는 지구상의 질소를 질산으로 고정시키는 역할을 함을 알아냈다고 한다. 질소는 비를 통해 지표로 스며들어 토양에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한다고 한다. 저자는 “속담으로 배우는 과학 교과서”를 읽고 속담 속에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이 들어 있음을 들려준다.


이렇듯 저자는 과학책에 관하여 독자들이 자신과 같이 흥미로울 수 있음을 이 책으로 보여준다. 과학책에 관하여 과학적인 사실로만 읽고 받아들이려 했던 잘못을 반성하게 한다. 이 책은 뒤집어보고, 따져 보고, 인정하고, 과학을 삶에로 확장해 나가는 저자의 멋진 독후감이다. 실생활에는 과학이 녹아 있다. 이러한 과학에 대해 부정(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과 긍정(옳은 발전은 받아들이기)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끝나야 하는지를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과학책을 꾸준히 읽어 두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을 읽는다면 과학책을 먼 우주의 동굴에나 처박아 놓아야 될 책으로 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과학 책이 들려주는 생물들, 화학작용, 물리작용, 천문학, 지질학 등등은 단순한 학문 분야가 아니다.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 살아 있는 것들을 그렇게 분류하여 학문화 한 것이어서 언제나 과학은 우리와 한 몸처럼 살아간다. 이 책이 한 분야의 과학을 파고든 내용이 아니라서 과학적인 내용의 깊이는 찾을 수는 없다. 저자가 읽은 과학책에 대한 독후인 것이 아쉽지만, 과학책을 어떻게 읽어야 재미있는지 알게 된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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