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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3인류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베르는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라는 그를 소개하는 첫 문장에 놀랐다. 작가에 걸맞는다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이름도 입안에서 동그랗게 말리며 센스 있게 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소설 “개미”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얼마 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도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번에 출간된 “제3인류”는 1권과 2권으로 된 장편소설이다. 처음 베르베르의 소설을 손에 쥐었을 때 파란색 표지가 쿨한 느낌을 주었고, 책의 크기가 크지 않아 읽고 싶어 하는 마음에 긍정적 작용을 했다.
이 소설의 전개는 2분화 되어 있다. 하나는 지구가 살아 있어서 생각하는 생명체처럼 인간의 행위를 굽어본다. 또 하나는 인간은 지구가 자신들을 보는 줄 알지 못한 채 온갖 행위를 지구에 머물면서 저지른다. 지구는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오염되고, 황폐화 되어 멸망의 위기에 이른다. 과학자라고 불리는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이야기가 진전되면서 베르베르의 상상력 곳곳에서 발견된다. 첫 번째 인류가 아닌 현재의 등장인물들이 이전의 조상을 찾아내어 얼음을 녹인다. 이전의 인류는 우리보다 열배나 키가 크고 열배나 오래 살았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린다. 그는 현재의 우리를 각인하려고 중간에 FIFA월드컵이나 파키스탄의 지진 피해, 이란, 터키, 북한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짧은 뉴스를 끄집어내어 독자의 동감을 얻고 있다. 이후의 인류를 위해 현생 인류보다 10배나 작은 인류를 탄생시키는 모순적인 상황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등장하면 베르베르는 이야기 중간에 백과사전으로 끼어 넣은 피그미족이나 유행성 감기, 툴루즈식 카술레 조리법 등은 베르베르의 소설을 더욱 효율적이게 한다. 독자의 이해를 끌어내는 탁월한 구성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판타지류의 소설이다 보니 허황되거나, 그럴법한 판타지적 요소를 이미 영화를 보거나 소설로 많이 읽은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과학이 등장하고 진화하는 인간이 등장하고 새로운 사물의 각도로 세상을 보려하는 작가의 객관적인 눈이 등장한다. 판타지 소설이라지만 현재의 환경과 과학과 세상의 모든 이에게, 지구와 자연과 인간이 서로 어떻게 공생해야 할지를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충고한다. 2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를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가격은 비싼 편이 아닐 것이다. 책속의 글자체가 필요에 따라 바뀌고, 뉴스나 백과사전이 있어서 두껍지만 결코 지루하게 읽히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상상력을 부르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 상상력에 동참하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가을에는 “제3인류”가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