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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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이야기 구조는 독특하다.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을만하다. 네 부분으로 나뉘어 같은 소재를 쓰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책은 ‘실버 해머’라는 카페 주인 악마로부터 초대장을 받아 산장에 모이게 되는 ‘여섯 번째 꿈’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은 독자를 약간은 우롱? 하는 기술을 발휘하는데, 환각을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가 하면, 현실을 환각처럼 느끼게 하여 단순한 줄거리가 되지 않도록 했다. 작품 중간 중간에 소제목으로 등장하는 ‘여섯 번째 꿈’을 M이 번역하도록 하고, ‘복수의 공식’을 등장인물 연우가 번역하였다고 나온다. 또 도서관에 비치된 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 과 ‘π’는 책 내용에서 출판사 이름으로 등장을 한다. 그러면서 그 기술에 딱 맞는 표현(아래 17쪽 표현)으로 독자와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그것이 이 책의 묘한 매력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연쇄살인범은 다만 자신의 환상을 현실로 옮긴자 들입니다. 무기력한 몽상가가 아닌 과감한 행동가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그들의 환상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금기를 넘어서는 파괴적인 환상들. 그 심리의 기저를 파헤쳐보면 과연 우리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17쪽

여기에서 ‘여섯 번째 꿈’에서 주 인물인 ‘실버 해머’의 카페 메니저 악마가 등장하지 않고 초대받은 여섯 사람만 등장한다. 그 여섯 명의 이야기는 ‘복수의 공식’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다가 각각의 인물들이 미묘하게 연결된다. 그 반대로 ‘π’에서는 주 인물인 M이 등장하여 ‘여섯 번째 꿈’을 번역하고 있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도 공통된 소재인 눈(비), 죽음, 옷장, 도서관, 쌍둥이, 영화 제목……등이 등장하여 독자들에게는 각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같은 이야기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그것에 집중하도록 하여, 사건의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추리 소설 답게 아이러니한 결말을 던져 준다.

“자 이야기를 계속해봐. 잠이 들지 않도록.” -363쪽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 살인사건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특히 의문의 죽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인간의 내적 심리를 작품을 통해 노출하는 작업은 작가에게 큰 희열을 준다. 세상을 향해 도저히 나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다른 것을 통해 이루며 만족을 느끼는 본성을 읽게 된다. 이 책 등장인물들은 ‘실버 해머’라는 카페에서 연쇄 살인에 관한 이미지나 자료를 아무 죄책감 없이 취미로 즐긴다. 아래의 연우와 민규의 대화가 그것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람 죽여봤어요?”
“전 죽여봤어요”
“처음에는 장난삼아 ----중략---그렇게 하면, 세상에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표식을 숨겨 놓은것 같아 은근히 뿌듯했어요. 내 주문에 의해서만 빛을 발하는 마법의 돌 같은거……내가 세상의 일부를 변형시켰다는 거창한 자부심까지 들고,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 장난도 차츰 시들해 지자---중략---‘복수의 공식’이라는 아르헨티나 소설이었는데---중략---아무런 비중도 없는 날건달 하나가 나와요. 그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제 마음대로 죽였어요”-71쪽

이 소설은 전체 내용이 서로 물고 물리는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 있다. 껍질을 벗겨도 벗겨도 양파만 나오는…, 인형 속에 인형이 든 마뜨료쉬카처럼 벗겨도 하나의 네트워크상에 있는 것이 세상이고 삶임을 보여준다. 최제훈의 소설을 읽고 나니 좋은 작품이 계속해서 탄생될 것이 기대가 된다. 그러나 너무 비틀어서 독자가 너무 많은 혼란을 가지면 읽기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애매모호한 설정이 추리소설의 백미겠지만, 읽는 이가 대중이라는 점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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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현실부정
리차드 S. 테들로우 지음, 신상돈 옮김 / 아이비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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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은 단어 하나가 거대한 기업을 뒤흔들고, 무너뜨린다. 현실에 대한 사실을 CEO가 ‘부정’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었다. 이 책은 내게 딱 두 단어로 반성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책의 제목이 너무 거대하게 다가왔다. 선뜻 책장을 넘기기가 두려웠다. 그러나 어떤 일을 시작해 보지 않고서 두려움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역시 읽기에 대한 ‘부정’이 아닐까?


“CEO의 현실 부정”이라면 아주 평범한 주부인 나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거라는 선입견이 생겼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나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①포드 자동차가 일어서기까지와 초심을 잃어버린 포드의 몰락까지 단숨에 읽었다. ②소비자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이익에만 눈이 멀었던 잘나가던 타이어 회사들의 몰락은 예견된 불행이었다. 호화스런 생활과 안정된 미래를 가진 부자들의 정체된 사고는 오래가지 않았다. ③A&P의 몰락은 시장의 요구와 나날이 발전하는 경쟁자들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한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변화하는 세계를 따라잡아야 했다. ④ 한 때 소매업으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던 시어즈사는 2005년 k마트에 매각 됐다. 그것은 소매업으로 조금씩 성장해 오던 월마트와 k마트를 그들의 진정한 경쟁자라고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정은 커다란 결과를 초래한다. ⑤ 세계를 뒤흔든 IBM의 사상 초유의 기술혁명(PC시대)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사실 부정. ⑥ 새로운 제품출시로 곤욕을 치룬 코카콜라. ⑦ 회사가 직면하게 될 어려움들을 과소평가해서 제로가 된 온라인 식료품 소매업체 웹밴.

‘부정’은 언제나 주위에 존재하지만, 부정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①하위 간부들의 건의를 수용한 듀폰 ②가상 인간의 눈을 빌린 인텔 ③데이터 중심의 감성 지능을 가진 존슨앤드존슨은 현실을 직시하였기에 회사를 살렸다.


위에서 말 했듯이 이 책은 너무 거대한 것만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 누구나 소소한 일상에서도 ‘부정’은 가볍게, 쉽게 이루어진다. 가정생활도 그렇다. 가족 간의 대화와 가족 간의 소통이 부재하다고 속상해 할 것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젖어 있었을지도 모를 현실들을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내 편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바로 ‘부정’을 생활화 하고 있다. 내가 바라는 남편, 아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남편과 아이여야 한다. 내 기대치 속의 가족이기를 바라며, 그에 준하지 않았을 때 “아니야, 그럴리 없어.”라며 알면서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 ‘부정’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게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요즘 많은 조언을 담은 현실적인 책들이 출판되고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조언을 검토하고 또 검토하여 실수의 오차를 줄여가야 한다. 이 책도 ‘부정’하는 사고가 던지는 파장을 보여주며 세계를 향해 충고한다. 읽지 않았으면 나는 읽는 것에 대한 ‘부정’ 때문에 ‘부정’이 직시하는 많은 의미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어느 누구의 견해나 조언도 나를 바꿀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나 자신이 생각의 문을 열어 그 견해나 조언을 받아들였을 때만이 ‘부정’은 사라지고 나는 바뀔수(발전하는 바뀜)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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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멘토 붓다 - 붓다의 생애와 가르침
이중석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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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듣거나 격려를 받을 수 있다면 삶의 길이 훨신 가벼워질 것이다. 그 때 조언을 해 주는 이는 나의 따뜻한 인생 멘토가 된다.

이 책은 마음의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한다. 붓다의 수많은 깨달음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얻게 된다면, 붓다는 바로 우리들의 멘토다. 붓다로부터 제자들이 얻는 깨달음의 에피소드와 그의 출생과 생애가 이 한 권의 책 속에 들어 있다. 한 번은 붓다의 제자 출라판타카가 비구들의 신발을 털고 닦는 수행을 하게 되었다. 계속해서 오래도록 신발을 털고 닦으며 출라판타카는
“밖의 때는 재와 흙처럼 눈에 보이는 더러움이다. 안의 때는 마음이 더러움이다.” “때는 티끌이나 탐욕이다”
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초가 있다고 하면 그것을 과하게 섭취한다. 또 수험생을 둔 어머니는 찬 새벽부터 아이를 위해 기도하다 몸살이 났다면, 그 정성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두고 붓다는
“중도를 지키는 것이 좋다”
는 충고를 한다. 즉, 진정한 수행은 몸과 마음의 적절한 상태를 잘 관찰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살펴서 제어하는 것이 불교의 수행이다”
라는 진리를 깨닫게 한다.
살다보면 붓다의 조언처럼 살기 힘들다. 다만 그럴 때마다 한 번씩 소의 되새김질처럼 이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면 몸과 마음이 평화로워 질 것이다. 붓다가 비구에게 들려준 “일야현자”라는 게송이다.

지나간 것을 쫓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며
미래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
...............<중략>
누가 내일 죽을지 알겠는가?
진실로 저 죽음의 군사와
만나지 않을 수 없도다.
이와 같이 끝까지 잘 살피는 사람은
마음을 기울여 밤낮으로 방일하지 않고 실천한다.
이런 사람을 일야현자라고 하며
또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허송세월하며 괴로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의 글이다.
나 자신만큼 상대방을 존중하는가? 상대방 입장만 생각해 주면 승진에서 밀려 난나거나, 상대방에게 앞질러 가도록 길을 양보만 하면 뒤에 남은 나는 느려터진 달팽이 같다는 소리를 듣게 된 적 있는가? 이러한 생각으로 괴로웠던 적 있다면 잠시 멘토가 될 붓다의 문장 한 줄 읽어도 좋을 것이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소. 그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도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소.”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라는 깨달음이 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게 될 것이다. 둘째마당으로 책장을 넘기니 붓다의 출생에 대해 나와 있다. 아이를 가질 때는 태몽을 꾼다. 붓다의 어머니 마야 부인도 여섯 개의 상아를 가진 흰 코끼리가 오른쪽 옆구리로 태 안에 드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출산을 위해 친정으로 가던 도중 마야 부인은 룸비니 동산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 때 오른쪽 옆구리로 태자가 탄생했다. 그가 바로 싯다르타이다. 오른쪽 옆구리에서 아이가 탄생했다니 정말 신기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크샤트리아 계급을 상징한다.
“브라만은 브라만교의 최고의 신인 범천의 머리에서 태어나고, 크샤트리아는 겨드랑이나 옆구리에서 태어나며, 평민은 무릎에서, 하층민인 수드라는 발바닥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옆구리에서 태어난 붓다는 크샤트리아라는 왕족에 속하는 계급이다. 이러한 계급사회가 존재하던 시기에 모든 권력과 부를 버리고 출가 하였다니 붓다의 인품이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독특한 계급문화가 만들어 낸 신화를 보며, 그 시대에는 신적 존재에 대한 힘이 모든 백성을 지배하였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우파니샤드 시대 출가에 대한 풍습이 형성되었다는데, 싯다르타의 출가에 관한 언급이 눈에 띈다.
“붓다의 깨달음은 새벽별이 빛나는 순간 갑자기 얻어진 것이 아니다”
라고 하여 붓다의 수행의 인내심을 알게 한다.

주로 붓다의 출가 후의 생활에 대해 넷째마당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 당시에는 비구가 없었다는 것을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역시나 그 시대에는 종교, 사회, 경제 등 모든 발전의 주도권자가 남성 중심이었다. 또한 그 시대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여성을 치부 하고 있었다. 시대가 바뀐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붓다는 출가 후 수 많은 사람들을 그의 인품과 지혜와 깨달음으로 교화하였음을 넷째마당을 통해 알게 되었다. 존경스런 삶을 사는 사람은 곧 누군가의 멘토가 될 것이다.
법구경에 나온 이 말도 마음에 닿는다.

“자신이 의지할 곳은 자신뿐이다.
다른 어떤 것에도 의지할 곳은 없다.
그러므로 자기가 잘 제어되었을 때
그는 얻기 어려운 의지처를 얻은 것이다.”

자신을 제어한다는 것은 어렵다. 나를 불쾌하게 만든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어렵고, 배반한 누군가의 등 뒤에서 욕하고 울지 않기란 어렵다. 우스꽝스런 모양을 보고 웃지 않기란 어렵고, 부와 명예를 보고 욕심을 내지 않기란 어렵다. 어렵기 때문에, 감정의 기복을 크게 하지 말고, 내어 보이지도 말며 적절하게 조절하라는 말일 것이다. 그랬을 때 나는 무엇보다 안전한 의지처가 되는 것이다.
“어떤 물건을 보고 욕심을 냈다가 욕심이 하잘 것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욕심을 버린다. 그 순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그것이 곧 해탈이다.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면 괴로움의 원인이 밝혀지고 그 원인을 제거하면 괴로움을 벗어나 열반이 얻어진다.”
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끝으로 이 책을 덮는다. 가끔 종교에 너무 의지해서 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 보살펴 줄거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진정한 삶은 나 자신에게서 시작되고 끝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왠지 붓다의 지혜를 통해 행복을 얻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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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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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 삼수탑
지은이 : 요코미조 세이시
옮긴이 : 정명원

외국 서적 중에서 가장 쉽게 접하게 되는 것이 일본 소설이나 만화다. 한국과 가장 가깝게 인접해 있고, 한국과 주고받는 영향력이 가장 많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인기 있고 유명하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내가 읽어 본 일본 소설은 읽고 난 후 상당한 실망감을 준 것이 대부분이다. 자극적인 언어들이 많았고, 적나라한 인간의 욕구를 보여주는 것도 그랬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이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은 나에게 생각할 수 있는 꺼리를 던져 주었다. 삼수탑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수탑”과 같은 일본 대중의 소설이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단편적이나마 “삼수탑”을 통해서 일본 소설이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엿보기로 한다. “삼수탑”은 미스터리물로 1955년에 쓰여진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다. 그가 왕성하게 집필할 당시에는 1년에 무려 15편을 써내려갔다고 작품해설에 나와 있다. 다작을 하였다는 것은 그 당시 그의 작품이 대중의 인기를 얻었음을 보여준다.

백억 엔의 상속녀인 오토네의 과거 회상 방식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백억 엔이라는 재산을 상속 받기 위한 조건은 다카토 슌사쿠라는 사람과 혼인을 해야 한다. 그런데, 다카토 슌사쿠는 오토네를 길러준 우에스기 백부님의 예순 번째 생신 잔치에서 살해를 당한다. 시체 옆에는 오토네의 머리에 꽂았던 치자나무꽃이 떨어져 있었다. 오토네는 살인 용의자가 되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구로카와 변호사는 사타케 가문의 친척들을 모아 놓고, 친척들에게 똑같이 재산이 배분 될 거라는 겐조 노인의 유언장을 발표한다. 유언장이 발표된 후에도 계속해서 의문의 살인이 일어난다. 살인 사건은 묘하게도 오토네와 관련이 되어, 일은 자꾸 꼬여만 간다.

한 편 주인공 오토네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모든 운명을 맡긴다. 묘하게도 오토네가 사랑하게 된 남자와의 두 번째 만남은 소설 속에서 억지스럽게 설정된다. 그런 후 너무 연약한 모습으로 남자의 품에 안긴 오토네의 모습과 행위 들은 현대의 여성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무슨 일이 있든 그 남자가 모든 일을 해결해 줄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실지로 소설 속에서는 그 남자가 모두 해결해 준다.

어찌되었든 오토네는 그 남자와 삼수탑으로 향한다. 삼수탑에 이르러 호넨과 다른 일당들에 의해 함정에 빠지게 된다. 깊이가 족히 3m나 되는 마른 우물에 빠져서 그는 자신이 진짜 슌사쿠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간 슌사쿠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한다. 그들은 10일 만에 동굴에서 구출 되고, 동굴을 나왔는데, 범인은 뜻밖의 인물로 밝혀진다.

왠지 다 읽고 난 느낌이 허무하다.

오토네라는 1인칭 시점으로 쓰여 있지만 지루함은 없다.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빠른 전개 때문에 다음 장면을 놓치 않으려고 독자는 쉽게 책을 덥지 않게 된다. 그것이 독자를 끄는 매력이다. 그러나 빠른 전개는 독자에게 묘사의 미를 느낄 수 없게 만든다. 즉 문학성이 결여된 가십거리 정도의 소설로 치부 될 수 있다는 단점을 내포한다. 이 소설은 자극적인 언어나 극 상황 설정으로 독자에게 미묘한 호기심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혹자들의 해설에는 당시 요코미조 세이시의 대중소설 속에서 1955년대 일본의 퇴폐적인 사회상을 읽게 된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시대상을 염두에 두고 읽으니 저급한 소설이라는 선입견에서 조금 벗어나게 됐다. 당대에 팽해한 사회 질서를 이해하게 됐다.

소설을 읽고 나니 백억 엔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나는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물음만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여러분!

여러분에게 백억 엔이 상속된다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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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선 아시아 문제와 시민사회의 역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엮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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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선 아시아 문제와 시민사회의 역할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엮음

우리는 글로벌한 시대를 산다. 그러기에 각각의 아시아는 이웃사촌이다. 이웃이 모여 아시아의 안보와 환경과 평화와 인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협의 한다. 현대는 편리하다. 단 2시간 만에 부산까지 특급열차로 갈 수 있다. 비행기를 타면 제집처럼 다른 나라를 드나든다. 시시각각 많은 발전을 하였다. 발전으로 인해 편리한 점도 있고, 새로운 질병과 새로운 재난을 겪기도 한다. 글로벌한 시대이니 만큼 범죄도 한 나라에서 끝나지 않고 여러 나라를 경유하며 다국적으로 일어난다. 한 나라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빠르게 이웃 나라에까지 퍼진다. 국경을 넘어서 일을 다니고, 인터넷을 통해 먼 곳의 친척과 마주 앉아 영상 대화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글로벌한 시대의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큼직한 문제점을 7인의 포럼을 통해 보여 준다. 차례를 보니 마약이나, 빈곤, 개발, 질병, 난민, 인터넷에 대한 내용이 꽤 흥미를 유발한다.

우리는 끊이지 않고 뉴스나 인터넷을 달구는 마약 복용 사건을 접한다. 그런 마약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미얀마의 사례를 관심 있게 읽었다. 마약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대체할 만한 다른 작물이 없다는 것이 마약 재배를 그만두지 못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마약으로 농민들의 황금알을 낳아 주는 태국, 라오스, 미얀마 등의 내용을 읽어 내려 갈 때 마음 한쪽이 먹먹했다.

경제개발로 인해 경제성장을 빠르게 이룬 국가들은 빈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그러나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빈곤으로 5세 미만의 유아가 1000명당 100명이 죽어 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경제성장은 빈곤을 벗어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러한 성장은 특정 사회 그룹과 농촌이 함께 발전해야 균형적인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러지 못하고 농촌의 발전을 등한시한 국가들이 대부분 빈곤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의 비교 수치들을 읽으며, 1960년대 이후 농촌과 함께 경제개발로 고도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강은 역사의 발원지다. 동아시아는 메콩강의 줄기에서 많은 역사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익히 알고 있듯이 강에 건설한 댐은 파괴를 불러 온다. 메콩강의 댐 건설도 마찬가지다. 댐 건설로 인해 자연 생태계의 이상 변동을 가져오고, 댐 하류 지역에 사는 국가들은 홍수며 자연재해를 입게 된다. 서로가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한 탓이다. 세계적인 관심과 주목이 필요하다. 메콩강의 개발에 한국도 참여해 왔다고 하니 메콩강 주변의 환경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국의 이익만을 고수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로 독감으로 알려진 인플루엔자는 동물에서 인간에게까지 숙주의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와 에이즈와 사스 같은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스컴으로 그 심각성을 접한다. 이러한 질병으로 대중의 심리적 공항을 최소하기 위해 시민단체간의 국제 교류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세삼 느낀다.

911 테러를 기억할 것이다. 911 테러는 수많은 인명 피해와 심리적 공포를 유발했다. 정치⋅사회적으로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행하는 불법적 위협을 가하는 행위는 일시적이나마 전쟁과 같은 효과를 낸다. 불특정 다수인이 인권을 침해 받고 있다. 이념이 달라서 혹은 종교간 갈등으로 인한 인질극과 폭탄테러로 인해 테러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인권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이주민이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주해온 외국 노동자가 많다. 이주이동인구 중 ‘우편 주문 신부’는 인신매매 성격의 결혼으로 규정 된 형태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문화가정에 지원도 하고 있어서 그들의 인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니 다행이다. 또한 책의 내용에 보니 분쟁이나 자연재해, 개발 사업으로 생활 터전을 떠나 난민 생활을 하는 인구가 생각보다 많았다. 난민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국경을 넘어선 아시아 문제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읽어 보았다. 거기에 시민사회의 역할은 중대하다는 결론이다. 시민사회간의 소통 도구로서 쓰이는 인터넷은 전 지구적인 소통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의 부정적인 면을 배재 할 수는 없다. 모든 국가의 언어가 달라 시민연대 운동이 형식적인 것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와 환경과 인권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므로 장벽이 있으면 곧 뚫리고 해결 될 것이라 믿는다.
이처럼 모든 문제들은 개별국가의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전 세계적인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 이 책은 아시아의 문제에 대한 보고는 되어 있으나 그것을 극복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아시아의 문제를 논하고 많은 사람에게 그 심각성을 알리는데 좋은 도구가 되고 경각심을 준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이 책에서 보는 것처럼 모든 문제들은 해당 국가에 머물러 있지 않고 글로벌하게 이웃국가에 영향을 준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가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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