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이야기 구조는 독특하다.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을만하다. 네 부분으로 나뉘어 같은 소재를 쓰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책은 ‘실버 해머’라는 카페 주인 악마로부터 초대장을 받아 산장에 모이게 되는 ‘여섯 번째 꿈’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은 독자를 약간은 우롱? 하는 기술을 발휘하는데, 환각을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가 하면, 현실을 환각처럼 느끼게 하여 단순한 줄거리가 되지 않도록 했다. 작품 중간 중간에 소제목으로 등장하는 ‘여섯 번째 꿈’을 M이 번역하도록 하고, ‘복수의 공식’을 등장인물 연우가 번역하였다고 나온다. 또 도서관에 비치된 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 과 ‘π’는 책 내용에서 출판사 이름으로 등장을 한다. 그러면서 그 기술에 딱 맞는 표현(아래 17쪽 표현)으로 독자와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그것이 이 책의 묘한 매력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연쇄살인범은 다만 자신의 환상을 현실로 옮긴자 들입니다. 무기력한 몽상가가 아닌 과감한 행동가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그들의 환상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금기를 넘어서는 파괴적인 환상들. 그 심리의 기저를 파헤쳐보면 과연 우리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17쪽

여기에서 ‘여섯 번째 꿈’에서 주 인물인 ‘실버 해머’의 카페 메니저 악마가 등장하지 않고 초대받은 여섯 사람만 등장한다. 그 여섯 명의 이야기는 ‘복수의 공식’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다가 각각의 인물들이 미묘하게 연결된다. 그 반대로 ‘π’에서는 주 인물인 M이 등장하여 ‘여섯 번째 꿈’을 번역하고 있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도 공통된 소재인 눈(비), 죽음, 옷장, 도서관, 쌍둥이, 영화 제목……등이 등장하여 독자들에게는 각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같은 이야기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그것에 집중하도록 하여, 사건의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추리 소설 답게 아이러니한 결말을 던져 준다.

“자 이야기를 계속해봐. 잠이 들지 않도록.” -363쪽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 살인사건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특히 의문의 죽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인간의 내적 심리를 작품을 통해 노출하는 작업은 작가에게 큰 희열을 준다. 세상을 향해 도저히 나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다른 것을 통해 이루며 만족을 느끼는 본성을 읽게 된다. 이 책 등장인물들은 ‘실버 해머’라는 카페에서 연쇄 살인에 관한 이미지나 자료를 아무 죄책감 없이 취미로 즐긴다. 아래의 연우와 민규의 대화가 그것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람 죽여봤어요?”
“전 죽여봤어요”
“처음에는 장난삼아 ----중략---그렇게 하면, 세상에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표식을 숨겨 놓은것 같아 은근히 뿌듯했어요. 내 주문에 의해서만 빛을 발하는 마법의 돌 같은거……내가 세상의 일부를 변형시켰다는 거창한 자부심까지 들고,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 장난도 차츰 시들해 지자---중략---‘복수의 공식’이라는 아르헨티나 소설이었는데---중략---아무런 비중도 없는 날건달 하나가 나와요. 그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제 마음대로 죽였어요”-71쪽

이 소설은 전체 내용이 서로 물고 물리는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 있다. 껍질을 벗겨도 벗겨도 양파만 나오는…, 인형 속에 인형이 든 마뜨료쉬카처럼 벗겨도 하나의 네트워크상에 있는 것이 세상이고 삶임을 보여준다. 최제훈의 소설을 읽고 나니 좋은 작품이 계속해서 탄생될 것이 기대가 된다. 그러나 너무 비틀어서 독자가 너무 많은 혼란을 가지면 읽기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애매모호한 설정이 추리소설의 백미겠지만, 읽는 이가 대중이라는 점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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