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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느끼는 시간 - 밤하늘의 파수꾼들 이야기
티모시 페리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석영 감수 / 문학동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시골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나는 온통 우주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쏟아질 듯 한 밤하늘을 보면 느끼려고 하는 노력이 아니라 눈에 몸에 마음에 흡수되고 당연 것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 때를 회상하며 도시의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곤 하였는데, 그 시절의 별들은 찾을 수가 없었다. “우주를 느끼는 시간”을 펼쳐들고 그들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그들은 내가 어린 시절 육안으로만 보았던 그런 별들을 더 자세히, 더 관심 있게, 더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천문학을 별을 보면서 이해를 하지 않고, 별 한 점 발견할 수 없는 활자로 이해 한다는 것은 좀 지루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현상을 보기는 했는데, 이론적으로 설명하거나 납득이 안가는 의문들은 오히려 책의 도움을 받으니 훨씬 즐거웠다. 가령 빨강, 파랑, 초록으로 드리워지는 태양 폭풍이 만들어내는 오로라에 대해, “높은 대기에 있는 산소 분자와 질소 분자는 태양에서 날아오는 대전 입자와 충돌하면서 빛을 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로라를 상상해 보건데, 곰이 먹는 먹이와 성장 속도와 잠버릇에 대해 알아냈을 때처럼 기쁘다. 금성을 숭배하는 네브래스카 주의 스키디 포니족은 “1838년 4월 22일 새벽에 십 대 소녀를 금성에 재물로 바쳤다”고 하니, ‘제8장 샛별과 저녁별’을 읽을 때는 과학이 사람에게 준 새로운 사고와 사람의 목숨을 얼마나 연장시켰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책에서 천문학자들 간의 편지를 들려주는 부분을 읽었을 때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생각, 보수적인 태도들에 변화를 주기에 좋았다. 즉,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부정해서는 안 된다.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은 하루에도 천 가지나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자연의 법칙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이 제시되었을 때에는 그 진실성을 밝히는 데 드는 어려움에 걸맞는 증명이 필요하다.” 사실 과학만이 아니라 삶 속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것들의 진실성은 시대의 도덕성과 고정관념 때문에 마귀 취급을 받기도 한다.
‘제18장 암흑시대’에서 빅뱅에 대한 이야기도 즐겁게 읽었다. 빅뱅은 기존에 존재하던 공간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무한히 작은 점에서 공간 자체가 팽창하면서 광대한 은하들이 생겨났다. 빅뱅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마치 무한히 작은 점에서 생겨난 생명체가 지구에 퍼져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현재 우리는 이 책의 저자들이 본 것을 힘들이지 않고 몇 시간 안에 선명한 영상으로 확인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책에 기록되어진 저자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영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우주를 지금의 우리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책의 지루함은 인내심 뒤에 오는 열매 같은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그런 단 열매의 뿌리다. “근대 천문학의 기초는 대체로 아마추어들이 쌓았다. 1543년에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서 끌어내리고 대신에 태양을 그 자리에 집어넣은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라는 대목에서도 지루함이 만들어낸 천문학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