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사계절 1318 문고 84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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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에서 읽어주는 데미안을 듣고 그 소설에 반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한 줄 한 줄 놓치기 싫어서 천천히 읽었더니 두꺼운 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주일을 넘게 손에 들고 ‘데미안’만 읽었다. 사람의 마음에 들어 있는 선이나 악에 대한 고정관념과 섬세한 이념의 표현들은 보고 다시 또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싱클레어라는 주인공이 일기를 쓰듯이 자신의 방황스런 내면을 쏟아 내는 것에 매료되었다.


  프란츠 크로머와의 관계가 이제껏 그의 삶과는 너무도 다른 커다란 다른 세계를 보여 주었다. ‘나는 집의 밝음과 고요함을 더는 함께 나눌 수 없었다. 나는 발에 오물을 묻혀 들어왔고, 시커먼 그림자도 달고 들어왔다.’ 즉, 이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자는 나에게서 때어 버릴 수 없는 것인데, 그와 크로머와의 관계를 옳다 나쁘다로 분류하기에는 나 역시 너무 밝은 속된 세계에 있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가령 “데미안”의 ‘사람은 누구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 누군가를 무서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한테 자신을 지배할 권리를 넘겨 버렸기 때문이야’ 이와 같은 부분은 주눅이 든 누군가에게 꼭 나도 해 주고 싶은 문장이다. 우리는 겁이 난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것 역시 우리도 나도 겁을 갖게 하는 대상에게 나를 지배할 권리를 넘겼기 때문이다. 이 글귀를 읽으면서 혹여나 어디선가 괴롭힘을 받는 청소년들이 이 글 귀를 좀 더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데미안이 ‘우린 말이 너무 많아. 잘난 척하려고 말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그건 그냥 자기 자신을 떠나는 거지. 자신을 떠나는 건 죄악이야. 사람은 자기 속으로 완전히 들어갈 수 있어야해. 거북이처럼.’라고 한 겸손과 배려와 성숙한 사람의 자세를 표현한, 다시 한 번 음미하게 되는 멋진 문장이었다. 청소년기에는 바로 이런 책이 마음을 살찌워 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들은 많은 꿈을 꾸고 희망한다. 그러나 청소년기에는 더욱 그렇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새는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싱클레어가 데미안에게 받은 쪽지는 책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흥분을 주기 충분했다.


  다시 읽는 책 “데미안”은 읽을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넓은 세계를 보여준다. 잊어버린 것들에 대해, 소중한 것에 대해, 새로운 세계에 고개를 돌릴 수 있도록 한다. 책은 두껍지도 않고 적당한 글씨체여서 지루한 감도 없다. 나의 세계를 이해하고 내 밖의 세계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맨 마지막에 황해문학 편집장이 쓴 “데미안” 돌아보기나 이글을 옮긴이 박종대님의 글도 데미안을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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