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의학 - 의학 상식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을 고발한다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박은영 옮김, 허정 감수 / 열대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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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에. 난 이 책을 착각했다.
의학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이라니. 그렇다면 현대 의학이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날카롭게 뒤안길에서 비판한 책인가? 마치 사람들이 반짝이는 낙엽만 보고 그 눈부신 오랜지 색 이파리의 뒷면에 작은 벌레가 그 잎을 갉아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모르듯이-> “빛나는 첨단 의학”의 뒷면에 잠재된 그 어떤 ‘나약하고 불안정한” 일면을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라고 말이다.

물론 이 책이 그런 책인지 아닌지는 나는 아직도 심사숙고 중이다. 의학의 역사부터 의학의 오류까지 재미있게 서두에서 언급했던 이 책은 나에게 사실 역사적 지식에서 얻는 그 어떤 인문학적 “감동”까지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대 의학 상식에서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사소한 진실”들을 읽을 때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렸다. 내용의 진행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참으로, 상당히, 서술을 잘 하는 책이고 이 책의 저자는 정말 박학다식 하다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마치 다정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머리 좋은 의학박사를 만난 듯한 느낌이다.

얘기가 좀 길어지겠지만 이 책에서 “감기:”에 대해 언급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추우면 감기에 걸린다는 사람들의 생각? 틀렸습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생깁니다.
=>여기까지는 어디에서든 줏어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작가는 왜 사람들이 추우면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변명과 의학적 설명까지 늘어 놓는다. 더불어 왜 집 안에만 있는데 감기에 걸리는지, 과연 그 바이러스란 놈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사람의 몸은 어떤 경우에 바이러스에 취약해지는지 줄 줄 줄 일사천리로 설명한다. 말하자면 이 작가는 객관식 답안을 제시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주관식 서술형” 답안을 내놓는(그것도 글을 아주 잘 풀어 쓰는) 똑똑한 학생인 셈이다. 시험으로 치면 아마도 95점 이상의 점수를 받을 것이다.

자. 작가에 대한 칭찬은 여기까지. 이 작가가 얼마나 글을 잘 쓰고 아는 것을 잘 풀어 쓰고 있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인가에 대한 설명은 그만 자제하겠다. 그에 대한 내 풀이는 이렇다. “이 사람은 서양의학과 정통의학에 충실한 모범생이고 다정한 의학박사이다.” 끝.

만일 내가 서양의학이나 정통의학의 가장 정수를 가장 쉽게 풀어 쓴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 100점 점수를 줄 것 같다. 사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다.
그런데 감히 말하자면. 앞에서도 맨 처음 언급했듯이 사실 난 정통주의적 이야기를 풀어 쓴 책 보다는 그 정통주의적 이야기를 뒤엎는, “상식의 허와 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좋은 이야기, 정통적인 이야기는 의사나 TV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난 지름길을 좋아하는 스타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불량 의학”이라는 제목에 혹한 것도 상당히 있다. 의학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이라니. 그게 뭔데? 하는 생각.

자, 이제 정리를 해 보자.

1. 이 책은 정통의학에 대한 서사시이다.
2. 이 책은 다정하고 친절하며 정말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책이다. 결코 적당히 쓰지 않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도 않다.
3. 이 책은 의학의 역사부터 현대 의학의 흐름까지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다.
4. 왜? 라는 답변에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단답형이 아니라 서술형이다.
5. 꼼꼼하게 잘 쓴 책이다.
6. 의학의 오류와 맹점의 의미는?
=>여기서부터 주의. 이 책의 의미하는 의학적 오류와 맹점은 정통이 아닌 모든 것이 대상이다. 정통의학이 잘못되었다고 파헤치는 책이 아니라, 과학적, 객관적이 아닌 모든 미신적인 의술과 치료법을 부정하는 책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헛갈렸던 부분이 사실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이 책이 서 있는 위치, 이 책의 저자가 서 있는 의학적 입장은 어디쯤인가?라고 따져 보았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이 이상의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이 책은 잘 쓴 정통 의학서적이다. 그것도 동양의학이나 대체 의학이 아니라 바로 서양의학이 중심이다.
7. 그러므로 이 책은 결과적으로 모든 대체 치료법은 객관적이거나 검증된 것이 아니므로 함부로 시도할 것이 못되며 사실 하등의 의학적 가치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결론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보기엔 그렇다. 작가가 아니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8. 자석요법, 동종요법, 아유르베다, 아로마테라피, 산소요법, 묵주기도 효과(접촉요법), 허브(한약재) 등등의 현대 의학부분은 주술사적 요법 이외의 의미가 없다. 적어도 작가에게는.

그래서.
나는 사실 동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실 약간의 아쉬움과 섭섭함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서양의학을 신봉하는 의학 관련 전문가로서 작가의 박학다식함에는 존경을 금할 수 없지만,, 음.. 말하자면 그가 서양의학을 연구하고 발표하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대체 의학이나 한의학에 시간을 투자하고 그리고 나서도 과연 같은 답이 나왔을 런지에 대한 궁금증과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다시.
난 감히 말하겠다.
이 책은 의학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책이라기 보다는 의학 중에서 서양 의학에 집중해서 분석하고 설명하는 책이라고. 동양 의학에 대한 언급 부분은 잠시 두고 보고 싶다.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작가가 만일 그에 대한 심혈을 기울린 연구 후에 같은 답을 낸다면 고개를 끄덕이겠다. 사실 이런 분석력과 논리적 설명력과 해석력을 갖춘 작가라면 아마도 동양 의학이나 대체 의학을 연구해도 훌륭한 답안을 내놓으리라 생각한다.

보너스
이 책을 읽을 사람들

1. 잡학 상식에 궁금증이 많은 사람.
2. 의학의 역사나 의학의 분파, 학설에 대한 전반적인 개론서적인 잘된 설명책을 원하는 사람
3. 자신의 의학 지식을 정확하게 시험해보고 싶은 사람.
4.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학 상식의 정확도가 궁금한 사람.
5. 잡학 상식이나 떠돌아 다니는 이야기가 아니라, 적당히 대중을 위해 재미로 쉽게 쓴 상식서가 아니라 읽으면서 인문학적 즐거움, 소양적 즐거움을 느끼기를 원하는 사람.
6. 가족의 건강이 궁금한 모든 사람들
7. 서양의학에서 평가하는 대체 의학이나, 동양 의학의 위치가 궁금한 사람
8. 집에 잘 만들어진 의학 상식 서적 하나가 꼭 필요한 사람
9. 전문 의학 서적은 머리가 아파서 이해가 안 되지만 의학적 지식은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고 싶은 사람.

이 책의 한 구절
46쪽
황제 다이어트(애트킨스 다이어트)는 그 효과가 굶는 것과 똑같다. 연료로 쓸 탄수화물이 없으니까 몸이 지방을 연소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주일 정도만 지나면 케톤증이라고 불리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지방 연소의 부산물로서 생성되는 아세토아세트산과 같은 산성 물질, 즉 케톤체가 몸에 축적되는 현상이다. 케톤증은 심해지면 뇌 기능 장애와 혼수 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이 때즘 되면 애트킨스는 고기만 먹지 말고 비타민 제제를 함께 먹을 것과(참으로 자연 다이어트답다), 식사에 얼마간의 야채를 곁들일 것을 권한다. 케톤체가 얼마나 되어야 지나치게 많은 것인지 궁금하다면 애트킨스의 책을 읽어보면 된다. 소변 검사로 케톤 레벨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고 하니, 스스로 의사까지 겸하면 된다. 뇌 기능 장애와 혼수 상태만 피하면 되니까(중략)

116쪽.
휴대폰의 전자파는 좀 다른 이야기이다. 이 경우에는 불합리하다는 말을 붙일 만 하다. 휴대폰의 방사선은 비 전리적인 성질을 띠고 있다. 십대들이나 조깅족들은 늘상 라디오 헤드폰을 끼고 다니지 않은가. 그것에는 누구 하나 신경 쓰지 낳으면서, 주파수만 다를 뿐 똑 같은 방사선을 받아서 전달하는 휴대폰에 대해서는 야단법석이다. (중략)

362쪽
정크 푸드를 아무리 먹어도 여드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심각한 영양 결핍으로 흠이 생길 수 있지만 이때쯤에는 구루병까지 와 있을 때가 많다.

362쪽
지방제거수술은 순수한 미용 성형으로서 대부분 당일 퇴원 수술보다 위험도가 높다. 회복 또한 매우 고통스럽다. 제거된 지방은 그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피하지방일 뿐 내부 장기를 에워싸고 동맥에 달라 붙어 있는 해로운 지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또한 제거할 수 있는 지방의 양이 매우 적어 체중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없다.

362쪽
아스피린은 심장 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발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 또한 가져올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거나 심장 발작의 위험이 크지 않은 사람이 비타민처럼 매일 복용해도 되는 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먹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여 득과 실을 잘 따져 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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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기술 - 비즈니스의 미래를 여는 힘, 통찰력
신병철 지음 / 지형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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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통찰"의 뜻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깊이 생각하는 것? 본질을 파악하는 것? 관찰하고 주의깊게 보는 것?

모두 YES!!!
그런데... 왜 "통찰"이 필요하지?

그건 이 책을 읽어보면 안다.
통찰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평범한 개인부터 기업의 고수까지.

왜?
그 이유는
통찰을 통해 "내 인생"을 보다 "효율적이고 내 성향에 적합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는 통찰을 통해 기업인은 돈을 벌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은 기업인의 통찰의 댓가로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들은 결핍되었던 것을 충족받는다.

이렇게 말하면 참으로 애매모호하고도 뜬구름 잡는 얘기같은데
이 "통찰의 기술"은 이 애매모호하면서도 광범위한 궁금증을 정말 속시원히,
더구나 충분히 납득이 가도록
"전문적인 솜씨로" 풀고 있다.

글을 쓴 사람이 마케팅 분야의 귀재가 아니라 베스트셀러 작가 양성소의 강사이기라도 한 듯
이 사람의 문체는 직설적이면서도
유머스럽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산발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뚜렷한 주제 의식을 잃지 않는다.

사실,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부터 <통하는 글쓰기> 등,
그외 여러 "요령"을 터득하도록 독려해주는 책들을 그동안 나는 많이 읽어 보았다.
참 실용적이고 귀에 쏙쏙 들어 오는 얘기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좋은 정보"를 보여주는 책 들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많이 다르고 더 앞으로 진보했으며 주제를 더 깊이 파고 있다.
그래서 "심히" 몰입해서 읽게 된다.
마치 솜씨좋은 목수가 멋진 가구 하나를 완성해가는 모습을 지켜 보듯,
작가가 "통찰"을 향해 자기 의견을 완성도를 가지고 펼치는 모습이 참 멋졌다.
아마 객관적 사실이나 여기저기 떠도는 얘기를 나열하는 식이였다면
이런 느낌을 책을 읽고 나서 가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작가는
"통찰"을 흩뿌리고 각각의 조각들을 세밀히 3D로 보여준 다음에
어느 순간에 책의 마지막 지점에서 합체하여 어떤 "통찰"의 입체적 모습을 하나로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것은 물론
머릿속에 남는 좋은 정보도 많아지고
왠지 뿌듯함과 기분좋은 잔향까지 느낄 수 있다.
사탕을 먹고난 달콤한 향기가 아니라
전골을 먹고 난 풍부한 향기랄까.


내 말을 이해하기 힘든 독자를 위해 목차 제목의 일부분을 나열해 볼까 한다.

1부 통찰의 3단계
문제점이 곧 결핍이다
진실로 원하라

2부 통찰의 7가지 기술
소비자의 말을 듣지 말고 소비자의 행동을 살피라
30명에게 확인해보라
      : 검색순위가 높은 키워드는 결핍에 해당할 확률이 높다
약점을 개선하기보다 강점을 강화하라

3부 통찰의 습관
===================================

특히나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을 쓴 사람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보여주는 예시는
바로 현시대의 우리 나라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조금의 과장이나 편파성도 없이 말이다.
(르포작가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결국 작가가 주장하는 "통찰"을 통해
우리는 나와 이세상을 이해하고
내가 발걸음을 내딛을 장소를 알 수 있다.
거꾸로는,
작가가 보여주는 우리나라 예시들을 통해
"아 이런것이 통찰의 결과로 우리에게 주입되고 있었구나" 하는
기업적 마케팅의 함정도 알게 된다.

내가 서 있는 곳
앞으로 서 있을 곳
그 "공간"을 메꾸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통찰"이다.


================



이책에 대한 한 마디

1. 통찰의 기술- 이 책은 롤리팝같은 사탕발림이 아니다.
이 책은 맛있지만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 바'다.

2. 이 책의 색깔은 검정이다.
모든 색깔이 이 책 안에 숨어 있다.

3. 이 책을 계절에 비유하자면 여름이다.
뜨거운 태양처럼 명료하다.

4. 이책은 절대 요령서나 처세술을 다룬 책은 아니다.
이책은 그렇지만
그런 책들만큼 읽기에 재미있고 부담없이 술술 읽힌다.

5.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할 사람은?
=사업가, 부모와 자식, 예술가
그리고 특히나 10대부터-50대까지 인생이 창창한 "젊은 "사람들
인생을 적당히 굴러가는 대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꼭 이 책을 읽고 통찰의 방법을 배우면 좋겠다.

6. 이 책의 단점:
이책을 읽고 바로 내 인생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인생의 지침서는 아니다.

그러므로 손 옆에 두고 계속 읽어라.
머리속에 통찰을 함상 염두에 두고 스스로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라.
이 책을 읽을 수록 통찰이 왜 내인생에서 필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다.

7. 마지막으로.
: 이책은 "경구"를 보여주거나
"도"를 닦을 수 있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정화하는 책도 아니다.
그저 재미있고 의미있고 잘 정리된 전문 서적이다.
책 읽는 재미를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느낀다면 좋겠다.

: 여담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조비테일의 <꽂히는 글쓰기>가 자구 떠올랐다. 뭔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묘했기 때문이다.

조비테일의 <꽂히는 글쓰기>는 글쓰기 교본으로로 어떤 책에도 뒤지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그 책이 실용적이면서도 정말 글쓰기의 "정확한"필살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꽂히는 글쓰기>를 읽고난 느낌은 사탕도 아니고 전골도 아니다.
오히려 마약에 가깝다. 진한 캬라멜 마끼야또의 향이랄까. 유혹적인 향이랄까.
(사실 무지 상업적인 면에서 접근한 책이니까)

그런데 <통찰의 기술>은 그런 상업적 마약적 언어 기술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실용적이면서도 좀 더 학문적인 면모를 강하게 보여준다.
"학문을 위한 학문적"면모가 아니라 "실용적이면서도 학문성을 갖춘" "진짜"의 느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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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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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혼을 빼놓는 문체와 발칙한 소재,화염과 냉정이 자리하는 소설
 

아무래도 이건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싶은데..


난 쉬운 글을 좋아한다.


또 그만큼 발칙한 내용을 좋아한다.


여기서 "발칙한"의 의미는 기괴발랄한. 뒷통수를 치는. 너무 흥겹고 속도감이 있는. 그러면서도 인간의 내면의 흐름의 예리한 부분을 잊지 않는-한마디로 팽팽한 활시위같은 소설.


 


"서라벌 사람들"은 내가 읽어왔던 그 어느 소설과도 달랐다.


또한 내가 기대하던 소설의 모습과도 달랐다.


이건 말이지.. 난 고소하면서도 풍부하고 미적으로 보기좋은 화이트소스 크림 스파게티를 기대하고 식당에 왔는데


식당에서 쉐프가 추천! 하며 내놓은 요리가 뜻밖에도 생전 보고 듣지도, 냄새맡지도 못했던 무슨 특별 사슴요리 혹은 꿩요리 등등을 맛본 것과 비슷하다. 이국적인음식. 참 고급인듯, 웰빙인듯 보이는 음식. 누구나, 특히 요리 평론가들이라면 "베스트"라며 입맛을 다시며 열심히 먹겠지만 일반인인 나는 뭔지 낯선 느낌이 드는 요리.


 


그래.


이 소설은 친숙하지 않다.


친숙한 걸 기대했던  이유는


신문의 소설 소개에 신라 시대의 비보이나 남남상열지사 등등의 "획기적인, 참신한"문구를 보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뭔가.. 낯설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 소설이 좋은 소설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문체? 정말 잘 썼다. 난 이런 고급스럽고 고상하면서 우아하며 화려하고 역동적인, 사람 혼을 쏙 빼놓는 듯한 문제를 만난지 참 오랫만이다. 처음 든는 단어들도 신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이끌어나가는 기교. 작가의 담대함과 놀라운 상상력이 천둥번개처럼 번쩍거린다.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참 " 많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좋은 책이거나 참신한 소재라거나 훌륭한 감각적 문체라거나 하는것에 절대 이의를 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난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 책의 방향과 비교를 하고 싶은 마음일 뿐.


 혹시 이런 느낌 알려나? 숲을 기대하고 한없이 걷다보니 반짝거리는 바다가 나타나더라. 난 모래 사장에 주저앉는다. 한참 걸어왔고 날도 저물었고 배도 고픈데 이젠 "여기서" 뭘하지?하는 느낌.


 


혹시 이책의 내용이 궁금할 사람이라면 여기저기에  쓰여진 자세한 설명들이 있을 것이다.


만약, 내용이 아니라 "방향"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앞으로 내가 쓸 "이책의 느낌"을 잘 읽어보시길.


 


==========================


 


일단 이 책엔 "두근거림"이 없다.


꽃미남들과 멋쟁이, 여왕과 외사랑이 등장하고 화랑들과 미녀들이 줄줄이 등장하는데


정작 가슴에 불결을 일으키는 "애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이 묘사하고 있는건


내 생각엔 "사랑의 감정"이나 지도자의 "현실"이 아닌 것 같다.


 


이 책이 묘사하고 있는건 신라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그건 경외롭기도 하고 호기심에 차 있기도 하며 상당히 "관찰자적"이다.


두 화랑이 정을 나누는 장면은 사랑이 느껴지기 보다는 관음증적인 "관찰"이 느껴진다.


작가 스스로도 선데이 서울이 적절치 않겠느냐는 언급도 잠시 한 적 있지만 딱 그런 느낌이다.


왕과 왕비의 교접의 묘사. 정말 생동감 있다. 그런데 정작 왕과 왕비에게는 어떤 설레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음--말하자면 이 책은 발산하고 보여주고 "느낌"을 전달하는데 충실한 소설이다.


흔히 어떤 일본 소설들을 보면 주인공의 내면을 미묘하게 쫒아가거나


주면사람들과의 미묘한 교환(단순한 눈짓이더라도)을 통해 행동보다 마음을 보여주는 그런 것들이 있는데.


이 책은 행동을 보여주고 마음을 피상적으로 짐작토록 한다.


작가의 관찰자적 시점 때문일까.


 


단지 발산하기만 했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선데이서울에 불과했겠지만


문학적 표현력과 서라벌을 아우르는 작가의 역사적 철학이 잘 통합되어 있어 작품성은 높다고 본다.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 이런 느낌을 적었는데 맞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품위있고도 무척 역동적이며 발칙하되 경건하다.


이 소설 안에는 유교 사상이 이땅을 지배하면서 "방종"이라 금해졌던, 신명나는 풍속들이 살아 숨쉰다.


단어선택이 뛰어나고 화려한 버라이어티를 보여준다. 살아있는 서라벌에 다녀온 듯한 착각마져 들게 한다."


 


맞다.


3줄로 압축을 하자면 위와 같을 것이다.


 





이 풍속에 대한 묘사만큼 인물의 슬픔이나 갈등을 보여주었더라면,


드라마틱한 묘사만큼 동화적인, 만화적인 느낌을 전해주었더라면...


다른 사람에겐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더욱


운치있었을 것이다.


 


 


보너스:


이 책을 읽고 나면 "정말 신라가 저런 시대였을까" 싶을 정도로 궁금하고 놀랍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과거의 한 시대.


신과 인간, 토속신앙과 불교가, 자유연애와 제사적 국가 행사들이 아무 금기를 내비치지 않는


자유로운 곳.


성골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시대에 왕과 왕비가 어떤 의미로 사람들에게 다가왔었는지.


-참으로 경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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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펜 Play Pen -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새로운 세계
마틴 솔즈베리 지음, 최재은 옮김 / 예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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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칼라의 빅사이즈 책.
일러스트 그림들이나  캐릭터들, 만화같은 그림들. 감각적인 그림들. 모든 것을 모아놓았다.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것 같은 책.
그냥 그럭저럭한 그림들을 모아둔 그런 책이 아니라
예쁘고 진귀하고 독특한 그림들만 모아두었다.
특히 색채가 예쁘고
감각적인 느낌이 풀풀 풍겨나는 그림들이 많다.
"정말 잘 그린 그림이야"라며 감탄하기 보다는
"정말 멋진걸. 좋은 그림이야"라는 느낌.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책.
좋. 은. 그.림.책. 입니다. 
   
  여기에 인용문을 입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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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류진운 지음, 김태성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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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류전윈의 책을 두번째 읽었다.

처음엔 책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마치 시골 소년이 도시로 와서 도시의 불빛에 어안이 벙벙한 그런, 멍한 느낌 때문이었다.

 

지난번 읽었던 "고향 하늘아래 노란 꽃"은 시골을 배경으로 한 향토적이고 해학적인 책이었다.

이번엔 현란한 도시의 TV프로 인기 진행자가 주인공이었다.

더구나 그의 어린 시절부터의 서론도 길었다.

 

한없이 느린 호흡이 계속되고

집중력이 흐려질 쯤, 갑자기 얘기가 급진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느린 호흡이 주기적으로 경련하듯이 파도 위를 넘나들더니

내 안에서 어느덧

책을 덮을 때쯤

고요한 바다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바다는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한없이 조용한,

어쩐지 세상 만사의 허무함과 쓸쓸함을 간직한 듯한 그런 바다였다.

 

남들은 어떻게 이 책을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난 마음이 저릿했다.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이 직접적인 욕설과 술수와 교활함을 해학으로 위장한 "맹수집단"같은 책이었다면

이 책은 커다란 눈망을로 발톱을 세우고 사람을 노리고 있는 새끼 고양이 같았다.

 

인간은 문명화되면서 어떻게든 "잘" 살아간다.

"핸드폰"은 인간에게 얼마나 개인적인 축복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문명의 이기인 "핸드폰"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지를

그리고 있다.

 

그것은 개개인의 파멸로 표시되지만

사실은

문명화된 인간 군상의 파멸이다.

"문명화"에 대한, "도시화"에 대한 "편리함"에 대한 일종의 "경고"같은 소설이다. 이 책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애틋함을 표현할 수 있고

서로를 아낄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

말이 난무하는 현재,

연락이 난무하는 현재,

거짓이 난무하는 현재,

:작가는 그것을 대비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나중에 할머니의 장례식에 가서 자기 핸드폰을 불 속으로 몰래 던져 버린다.

그는 이렇게 읖조린다.

"...모든 것이 너무 가까와서... 두려워.."

 

나 역시 핸드폰으로 많은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한 사람이지만

개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것과의 무게를 따지자면..

이젠 ..

함부러 말을 하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번 해 보게 되었다.

 

호흡이 상당히 느리지만

시골 농군이 말하는 듯한 순박함이 있는 책이다.

인물을 묘사하는 대사와, 등장 인물들의 행동 속에 숨어 있는 작가의 생각을 케내면서

소가 여물을 씹듯 음미하며 읽는다면

어느새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제가 순박한 것은 작가의 의도일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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