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인사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11
전윤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전윤호 시인은 현재 용산도서관에서 "나를 위한 시쓰기"라는 시창작 강좌를 진행중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느끼는 점은 딱 두가지다. 시인이로구나. 그런데 참 안과 밖이 일치하는 시인이로구나.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때때로 창작자들은 작품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실재 생활과 이상한 "겉돔"을 느끼게 할 때가 있는데 전윤호 시인의 경우는 작품과 시인의 모습이 많이 비슷하다는 거다. 다른 말로 꾸밈이 없다고나 할까.

 

슈퍼스타 K에서 모 심사위원의 독설이 나름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듯이, 실력있는 시인의 솔직한 한마디는 사실 무게감이 굉장한거다. 더 좋게 에둘러가며 말할 수 있는데, 그럼으로서 자신을 포장할 수도 있는데 이 시인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시창작법을 솔직하게 개방하고 수강생들의 작품을 진지하게 듣는다. 그러니까 진지하거나 날카롭거나 때로는 조금은 소화가 어려울 수도 있는 비판들도 나온다. 그럼으로서 시인은 자신의 생각이나 삶의 가치관마저도 여과없이 개방한다.

 

<늦은인사>에는 정말 쉬운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창작시들이 나온다. 때로 사람들은 "시가 대체 왜 이렇게 난해하고 어려운걸까?"라고 불평하는데 이 시인의 작품은 그렇지 않다.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초등학교 4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글을 쓴다고 했던가? 이 시인은 일부러 난해하거나 뭔가 멋져보이는 장식적 표현을 굳이 하려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의 시가 결코 단편적인 생각이나 감상의 나열은 아니다. 가장 쉬운 단어로 적되 자꾸 생각하고 파고들게 만드는 깊이를 가졌다.

 

이 시인의 스승은 미당 서정주라고 한다. 아마도 그런식의 감수성이 이 시인의 작품에 각설탕이 따뜻한 물에 남김없이 녹아버리듯 녹아 있는게 아닐까 한다.

또 한가지! 개인적으로 이 시집에 있는 작품 중 "감자"라는 작품이 참 기억에 남는다. 감자에게 대화하듯 말하는 주인공의 독백을 읽어보면 삶이라는 무거운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한낱 감자를 측은지심으로 대하는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작가의 여린 마음이 느껴진다. 강한 사람, 세력있는 사람, 잘나가는 사람이 환대받는 이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고 소소하며 힘없는 것들에 대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작가의 모습이 정말 시인스럽다.

 

쉽게 읽고 바로 이미지화할 수 있지만 자꾸 여러가지 생각을 하도록 하는 시들. 아마도 도시에서의 반복적이고 자비없는 냉혹한 삶에서 지친몸으로 달리기하듯 살아온 사람들에게라면 특히나 가슴에 와 닿는것들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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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violetta 2014-10-24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도서관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오다.....
라는 어감이 좋아서 나는 용산도서관을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전윤호시인의 시집을 검색하고 리뷰를 보다가
혹시 하며 소나빡스(?)를 눌러보았습니다.
땡쓰투를 누르고 시집을 주문했습니다.

우연히 만나는 일의 즐거움을 느껴보는 오후의 시작입니다.
도마뱀의 몸통을 잡고 씨름하는 즐거운 하루 되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