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류진운 지음, 김태성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류전윈의 책을 두번째 읽었다.

처음엔 책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마치 시골 소년이 도시로 와서 도시의 불빛에 어안이 벙벙한 그런, 멍한 느낌 때문이었다.

 

지난번 읽었던 "고향 하늘아래 노란 꽃"은 시골을 배경으로 한 향토적이고 해학적인 책이었다.

이번엔 현란한 도시의 TV프로 인기 진행자가 주인공이었다.

더구나 그의 어린 시절부터의 서론도 길었다.

 

한없이 느린 호흡이 계속되고

집중력이 흐려질 쯤, 갑자기 얘기가 급진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느린 호흡이 주기적으로 경련하듯이 파도 위를 넘나들더니

내 안에서 어느덧

책을 덮을 때쯤

고요한 바다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바다는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한없이 조용한,

어쩐지 세상 만사의 허무함과 쓸쓸함을 간직한 듯한 그런 바다였다.

 

남들은 어떻게 이 책을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난 마음이 저릿했다.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이 직접적인 욕설과 술수와 교활함을 해학으로 위장한 "맹수집단"같은 책이었다면

이 책은 커다란 눈망을로 발톱을 세우고 사람을 노리고 있는 새끼 고양이 같았다.

 

인간은 문명화되면서 어떻게든 "잘" 살아간다.

"핸드폰"은 인간에게 얼마나 개인적인 축복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문명의 이기인 "핸드폰"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지를

그리고 있다.

 

그것은 개개인의 파멸로 표시되지만

사실은

문명화된 인간 군상의 파멸이다.

"문명화"에 대한, "도시화"에 대한 "편리함"에 대한 일종의 "경고"같은 소설이다. 이 책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애틋함을 표현할 수 있고

서로를 아낄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

말이 난무하는 현재,

연락이 난무하는 현재,

거짓이 난무하는 현재,

:작가는 그것을 대비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나중에 할머니의 장례식에 가서 자기 핸드폰을 불 속으로 몰래 던져 버린다.

그는 이렇게 읖조린다.

"...모든 것이 너무 가까와서... 두려워.."

 

나 역시 핸드폰으로 많은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한 사람이지만

개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것과의 무게를 따지자면..

이젠 ..

함부러 말을 하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번 해 보게 되었다.

 

호흡이 상당히 느리지만

시골 농군이 말하는 듯한 순박함이 있는 책이다.

인물을 묘사하는 대사와, 등장 인물들의 행동 속에 숨어 있는 작가의 생각을 케내면서

소가 여물을 씹듯 음미하며 읽는다면

어느새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제가 순박한 것은 작가의 의도일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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