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술친구 T군은 오후 8시가 넘어서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병원에서 상담중이었다.

"나 지금 술 마시러 대학로 가는데 너도 와라"
"뭐, 대학로? 조X 멀구나..."
"아, 와..S랑 M이란 친구도 올거야. 와. 올거지?"

그리하여 그 멀리까지 꾸벅꾸벅 졸면서 지하철을 타고 갔더니.
녀석들은 이미 좀 취한 모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T는 갑자기 내게.
"야, 넌 왜 술만 마시면, 니가 읽던 책을 나 주고 그러냐?"
"내가 너 뭐 줬어? 혹시.. 교수대 위의 까치 니가 갖고 있냐?-_-;;;"
"응.. 이제 다 읽어 가"
"내가 그거 얼마나 찾았는데 ㅠㅠ 또 뭐 갖고 있냐, 너.."


녀석 역시 술자리에서. 출퇴근하며 지하철에서 잠깐씩 읽던거라며.
표지가 나달나달해진 '무진기행'을 내게 내밀었었다.
지금은 얌전히 내 책더미 사이에 있다.. 후훗.


아, 이런 술버릇.. 바람직하다고 해야할까나? 하하핳
어쨌든 묘연했던 책들의 행방을 알았으니, 언제 가서 수거해와야지..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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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붙을 뻔 하다가 떨어진 첫 시험 이후,
보름만에 다시 본 두번째 운전면허 주행시험.

날씨는 왤케 갑자기 추워진건지..투덜거리며 서부면허시험장으로 향했다.

MB님께서 취임하고 얼마 후에 운전면허 취득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면서
싸게 해준다더니 내년부터 정말 그렇게 될 모양인지
뭔 KBS, YTN에서 아저씨들이 카메라를 들고 인터뷰 중이었다.

꼭 돈 주고 면허 사는 느낌이라, 여태껏 거부하다가
결국 필요해져서는 꽤 많은 돈을 들였는데 말이다.

어쨌든. 나는 출발.
"시험장 입구에 불법 정차한 택시들 좀 제발 치워주세요!!"

지난 번엔, 마지막에 불법 정차한 택시 때문에 탈락.
이번에도 출발 하면서 우회전하자마자 서 있는 택시 덕분에 감점.
경찰관 아저씨는 그 마저도 실제 도로에서 늘상 있는 일이라며 감안하며
운전하라고 하셨다. 내 참 ㅠ

유턴 지점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앞에서 시험보던 트럭이 시동을 꺼먹었다.
넋 놓고 그거 구경하다가 신호 바뀐줄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파란불에서 유턴.
하하하 -_-; 그래서 떨어졌다.

이 망할 오지랖은 어째야 좋단 말인가.
세상에 셤 치다가 불법 유턴하는 애는 나 밖에 없을거다.

며칠 전, 수능 날.
내가 두 번째 수능 보던 날에 3교시 시험을 보다가 너무너무 졸려서
1시간을 일단 자고 시험을 봤다는 얘기에 옆 직원이 기막혀 했는데.

그것도 시험이고 이것도 시험인데 말이지..
나는 심히 긴장 불감증 아닌가. 

아, 귀찮아.
또 또 셤보러 가야하다니. 정말 귀찮기 짝이 없다.

나는 차가 필요하다구요, 날씨는 점점 추워진단 말이죠.
아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그래서 다음주 화요일에 다시 시험본단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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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데,
회사 2층 휴게실에서 맞은편 건물의 벽을 바라보다가..
앙상히 줄기만 남은 덩굴이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았다.

오래 전,
오늘처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 갔었던
의재 미술관을 떠올린다.

건물의 창이 프레임이 되어 바깥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 되었던 곳.

어쩐 일인지 미술관의 홈페이지가 연결되지 않아
블로그에서 사진 좀 퍼왔다.  출처 밝히면 써도 되는건가? (아닌가? -_-;) 

아, 어쨌든. 내겐 쉼, 이 필요해.. ㅠ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laquint?Redirect=Log&logNo=11003968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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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면서 편한 것 중의 하나는, 취향이 명확해져서 사소한 일에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꽤 많은 실패, 시행착오를 반복하다가 결국 알게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말이다.
카페모카나 카라멜 마끼아또 보다는 아메리카노-조차 배불러서 요샌 자주 에스프레소로 마신다.
CGV보단 아트하우스 모모. 라디오 채널은 93.9.
크로스백 보다는 숄더백. 플레어 스커트보다는 H라인 스커트.
맥주는 레페 브라운, 쏘쥬는 참이슬 후레쉬, 칵테일은 P.S. I love you 뭐 이런 것들.

구두에 대한 내 취향은 이렇다.
굽은 7cm이고, 앞코는 뾰족할 것. 그리고 스웨이드 소재는 피할 것.
결과적으로 신발장엔 색깔만 조금씩 다른 고만고만한 구두들이
얌전히 놓여있긴 하지만, 큰 불만은 없다.
일찍이 한채영은 '꽃남'에서
좋은 구두가 여자를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나 어쩐다나 하는 말을 남겼으나
내게 구두는,
어쩌면 신고 걸으라고 만든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형태의 신발인 하이힐과 동의어로,
그것의 역할은 매일같이 나를 싣고 온 서울 시내를 빙글빙글 도는 일이니,
굳이 말하자면 작업화인 셈이다.
매일 신는 하이힐이다보니 내가 7cm 구두를 신고 100m 달리기를 하여도,
20초 안에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 는 환상을 갖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은가.  

몇 주 전의 일이다.
외근을 나오는 길에 버스를 탔는데, 이런. 명함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 번에 명함 없이 거래처 갔다가 살짝 곤란한 경험이 있었기에..
집에 잠시 들러 명함을 들고 가기로 결정.
다른 가방 속에 들어있는 명함을 꺼내고,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현관에서
이리저리 구두를 꿰어 신고 나와 부지런히 전철역을 향해 걷고 있었다.
바삐 걷는 와중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 굽 높이가 살짝 높이가 다른 것 같은데? 굽이 한 쪽만 닳아서 그런가.. '
하고 생각했다.
전철역에 도착하여 플랫폼에 서서 열차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동안 발 밑을 내려보았다.
그리고는 풋, 하고 혼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바짓단 아래로 살짝 구두코가 보였는데, 세상에, 짝이 다른 구두를 신고 있었던 것이다.
한 쪽은 검정색, 한 쪽은 검정에 가깝지만 뭐..약간 광택 있는 짙은 회색.
바지 통이 넓어서 구두가 잘 안보인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비슷한 뾰족한 코였지만 한 쪽이 조금 더 뾰족했고,
비슷한 굽 높이였지만 제 짝이 아니니 완벽히 같은 높이는 아니었을테니
걸어오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째. 시간도 빠듯하고, 집에까지 도로 들어가서 짝을 맞춰 신고 나오긴 귀찮으니
그냥 그러고 다닐 밖에.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짝짝이 구두를 신고 돌아다녔다.
지하철에서, 거래처에서, 그리고 저녁 회의를 위해 들어간 사무실에서..
누군가가 내 짝짝이 구두를 발견하고 웃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상담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별로 관심 없다고. 괜히 나 혼자 신경 쓰는 것이라고.
내가 연예인 얼굴이 프린트 된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해도,
눈 여겨 보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본다 해도 누군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과연 그런걸까..
짝짝이 구두를 신고 다녔던 하루 종일, 나만 마음 졸였던 것일까?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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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사거리에서 시계를 보니 오후 6시 13분.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오늘 하루도 애 많이 쓰셨습니다. 후훗. 

2009.07.@무창포
LX, K135, portra 160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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