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을 울린, 책 속 그한마디

   
  에스키모들에게는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필요없어. 훌륭한 고래가 없듯 훌륭한 사냥꾼도 없고,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어.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 -<펭귄뉴스>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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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엄마 2008-06-1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 존재.
그것만으로도 아름답지요? ^^

산도 2008-06-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식한다는 것은 평가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 같아요.
수식하지 않음으로 모든 존재의 의미가 비로소 완벽해지는 것도 같구요.
근데 사실 말은 쉽지만 제 현실에선 잘 되지 않아요 ㅡ.ㅜ
자꾸 어떤 것을, 누군가를 수식하게 되곤 해요.
 
La Quinta Camera 라.퀸타.카메라
오노 나츠메 지음, 심정명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오노 나츠메, 일본에선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신인 만화가라고 한다. 오늘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일단 굉장히 느낌이 좋은 만화구나, 하는 생각.

'라 퀸타 카메라'는 이탈리아어로 '다섯 번째 방'을 뜻한다. 즉 이탈리아가 배경이고, 다섯 개의 방을 갖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가 공간이다. 책표지의 소파에 편하게 걸터앉은 네 명의 남자가 주인공이고, 다섯 번째 방은 방안 가득 온기를 품고 바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 만화에는 불필요한 치장이 없다. 때로는 너무하다 싶게 깔끔하다. 그려나가는 선이 굉장히 평면적이고 단순하다. 뒷배경은 거의 흰색처리. 아무래도 인물이 강조되는 그림이다. 전체 구조도 이야기보다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느낌이 좋다고 생각했던 건, 그 인물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따뜻하다는 점!

절제되고, 정재된 여백에서 소란스럽지 않게 쉬고 싶다면, 바로 '라 퀸타 카메라'다.

당신을 외롭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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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얼마 전 종영된 '온에어' 폐인이었다. 송윤아와 김하늘을 넋놓고 보고 있노라면 한 시간이 일분처럼 갔다. 키작고 주름 많은 것만 빼면 이범수도 너무 좋았고(물론 '각하용하'는 완전 느끼, 내가 여신처럼 떠받드는 송윤아와 절대 맺어지지 않기를 끝까지 응원했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도 좋았지만, 방송을 16회까지 보게 만든 건 방송국 드라마 만들기의 생생함 때문이었고, 순간순간이 주는 재미 때문이었다. 그리고 책은 절대 드라마만큼의 재미는 줄 수 없겠구나, 낙담하기도 했다.

그런데 '스타일'을 보면서 소설도 드라마보다 재미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물론 '대중적인 재미'를 얘기하는 것이다. 시청자이기 전에 애독자로서 나는 꿈꾸고 싶다. 한 시간동안 눈을 떼지 않고 TV를 보는 것처럼, 그 많은 사람들이 눈을 떼지 않고 소설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꿈꾸면 안 될까?

욕을 먹는 건 '세계문학상'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문학적'이라고 할 만한 코드가 약하다는 것은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대중적인 문학이라는 점에서 나는 100점 만점에 100점 준다.

솔직해지자. 이 책, 진짜 재밌다. 문장도 된다(좋다는 말은 안하겠다. 하지만 '진시황 프로젝트'처럼 엉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 읽는 동안 참 많이도 나를 웃겼다. 개인적인 바램이겠지만, 100점 만점 받은 재미로 책 안 읽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내 오른손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응원하겠지만, 왼손으로는 '스타일'을 응원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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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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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걸작인 책이다. 그냥 감각적이고 예쁜 표지라서가 아니라, 책을 읽고난 다음에 느껴지는 여운이 그렇다는 뜻이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상복 차림에 서류가방을 든 여자는, 마치 마리오네뜨처럼 주요 관절마다 실을 매달고 있다. 누군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을 것처럼, 여자의 포즈는 위태위태하다. 등엔 날개가 있지만 제 기능을 하기에 날개는 무력해 보이기만 한다. 하늘을 날고 있는 것도 스스로의 의지로 날고 있다기보다, 거대한 손의 검지손가락에 매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자가 간절히 잡고 있는 건 '거대한 손'이다. 조형물 같기도 하고, 신적 존재 같기도 한 이 손은, 그리고 저 '줄'은 표지의 바깥에서 그녀를 끌어내린다(또는 끌어올린다).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그것들은 운명을 상징한다. 또는 운명보다도 무섭고 거대한 '사회'이거나.

그렇다. 이 책은 '뛰어봤자 벼룩'인 인생들, 바로 우리들의 초상이다.

표제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의 선숙씨는 20대 백수고, '오늘의 커피'의 인옥은 무역회사 경리부에 근무하는 노처녀고, '불륜 세일즈'의 미애는 중년의 전업주부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그녀들에게도 그러나 자신들만의 '날개'가 있다.

좋아하는 남자가 다리를 다친 것을 핑계로 그 남자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선숙. 친구들에게 말하기 차마 민망한 그녀의 '바래다주기'는 자존심 따위 다 버린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고 '의지'다. 무역회사 경리부를 그만두고 도시 변두리 작은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려 하는 인옥 역시 그렇다. 소심하고 기댈 곳 없는 노처녀가, 직장도 때려치우고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탈탈 털어 카페를 차리겠다고 결심했으니, 이 결심 역시 현실에선 '대단한' 수준이다. 중년의 전업주부 미애도 상황은 마찬가지. 젊은 총각을 꼬드겨 낮동안 잠깐의 바람을 피우는 것은 미애에겐 절박하게 가슴 두근거리는 비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국 신은 이 정도의 일탈도 허용하기 싫은가 보다. 선숙은 좋아하던 남자와 맺어지지 않고 '집에 바래다주는 사람'으로만 기억되는 것으로 만족하게 된다. 인옥은 자신이 운영하지 않아야 잘 되는 이상한 커피숍의 사장이 되고, 미애는 동거남(?)과 큰 싸움을 치른 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대천사'의 주인공 미미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X를 죽일 수 없으며, '키티 부인'의 아저씨도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어쩌면 나는 오늘 헬로 키티에게 입을 그려줄지도 모르겠다. 늘 '거대한 손'이 우리를 인도하겠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고, 나는 헬로 키티에게 낙서할지도 모른다. 비록 날지 못하지만 그게 내가 가진 '날개'라고 위안하면서. 아직 '날개'가 남아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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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
공선옥 지음 / 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도시에서 자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어디에나 그러하듯, 근교엔 물론 논밭이 있었다. 논밭을 가꾸는 나의 할머니도 있었고, 할머니의 윗입술 주름처럼 쪼그라든 감이 무성한 늦가을 감나무도 있었고, 감나무에 둥지를 튼 까치도 있었다. 나는 도시에서 자랐고, 지금도 도시에서 산다. 그러나 문명의 중심에서도 내 몸은 늘 대지와 대지의 언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느꼈으니, 고맙다는 말로 차마 표현할 수 있을까.

'행복한 만찬'이라는 제목 때문에 풍성한 식탁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글이 내게 준 건 '궁핍했지만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또 그것이 어떤 고급 메뉴보다 풍성한 식탁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가 공선옥의 식탁에는 어떤 메뉴가 있을까.
고구마, 쑥, 감자, 보리, 무, 콩, 토란, 시래기, 고들빼기, 초피, 메밀...
그래, 이름만 들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들. 지금 내 몸을 만들어주고, 내 정신을 지탱해주는 것들. 고맙다, 고맙다는 마음이 먼저 생기는 것들. '음식'이라고 얘기하기 차마 아까운 것들.

공선옥 선생님, 고맙습니다.
당신 덕분에 오늘 내 마음 속을 헤집어 푸릇푸릇한 푸성귀 한 잎을 찾아 내었습니다. 서걱거리는 것들, 둥글둥글한 것들, 잘 여물어 행복하게 자라있는 것들, 오늘 다 만나 보았습니다. 선생님이 차려주신 마음밥상을 잘 먹었습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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