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시간 특서 청소년문학 1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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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시간은 열세 살에서 열아홉 살까지 청소년기의 시간을 의미한다. 초중고를 포함하는 시간인 것이다.

 

뉴스에서는 이 시기의 청소년들이 벌이는 놀라운 사건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요즘은 왕따라는 말조차도 오히려 소박하다고 여겨 질만큼 더 심한 폭력과, 더 심한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질풍노도의 시기를 건너온 어른들의 6만 시간도 최소한 이 시대의 청소년들보다는 순박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만큼 이 시대의 청소년들은 더 높은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성과와 경쟁, 속도전이 생명인 것 같은 이 시대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인 풍요가 가져다준 도덕적 해이도 한 몫을 한 것일테고.

 

주인공 서일이와 영준이의 관계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이 그 시절의 아이들에게는 완성되지 않은 정체성과 불안한 현실로 인해 어찌 해 볼 수 없이 행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6만 시간의 반 정도 무렵에서 비로소 갖게 된 서일이의 깨달음이다. 열아홉을 지난 짱구형의 말을 통해 6만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 얼마나 아깝고 후회스러운 일이 되는지를 서일이와,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온 영준이도 분명 깨달았을 것이다.

 

어른들은 더 깊이 반성해야 한다. 물론 어른들이라고 모두 완벽할 수는 없다. 어른들 역시 6만 시간을 건너고 있는 그 아이들처럼 자신 안에 다스리지 못한 그 무엇인가가 왜 없겠는가? 그러나, 말 그대로 어른이니까, 적어도 아직 그 6만 시간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그 시간을 통과해 온 어른이니까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말이나 행동은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성장기에 있는 그 누군가가 상처투성이가 되어 분노와 일탈로 6만 시간을 허비해 버린다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 될테니까 부디, 어른들이여, 6만 시간 속을 지나는 아이들에게 아픔이 되는 일들은 하지 말지어다.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나 역시도 그런 어른에 속하므로 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이 아팠다.

 

‘6만 시간은 결코 평탄 하지만은 않을 그 시간 속을 살고 있는 우리 곁의 수 많은 청소년들과, 그들의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진심 가득 담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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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1년
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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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권의 기억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권을 추천해줄게.

 

이 책은 표지에 소개된 바와 같이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이야기이다. 일본만의 독특한 서브컬처를 밑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책과 제품들, 그리고 컨텐츠가 버무려져 서점 전체가 작은 테마파크에 들어선 기분을 준다는 곳, 획일화된 상품이나 진열, 그리고 판매에서 벗어나 그곳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잡은 서점, 빌리지뱅가드에서 12년간 일하다가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만남 사이트 ‘X’에 가입하는 저자, 그 후로 이어지는 낯 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며, 또한 상대방에게 어울릴만한 책을 추천해주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멋지다.

 

만남 사이트를 통해 낯 선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책을 소개해 준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설퍼 보였고, 그다지 바람직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건 나의 선입견이었다. 저자가 소개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고, 자신의 인생을 나름대로 소중히 개척해 가는 사람들이었다. 시대가 그렇게 변했나보다. 저자가 만난 많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모습들이 이 시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고정관념이나 구시대적인 사고방식들이 책을 읽는 동안 곳곳에서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저자의 깊은 애정도 함께 느껴졌다. 상대방의 성격이나 취향등을 진지하게 파악한 후 그에 맞을 것 같은 책을 추천해주는 데 참으로 프로다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내가 카페에서 이벤트를 통해 새 책을 받아 읽고 서평을 써 왔던 것들이 너무나 부끄럽게 여겨졌다. 진정한 서평대신 그저 형식적인 서평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은 나를 많이 부끄럽게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일회성 만남이 될 가능성이 더 큰 사람들임에도 진심을 다해 그들에게 책을 추천해 준다. 나 역시 앞으로 책을 읽을 때면 그 책이 필요한 누군가를 떠 올려보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누군가의 내면을 진심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더 우선할 것이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사랑, 애정을 가져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나다 나나코의 껍질을 벗어난 삶이 참말 부럽고 멋있다. 그것도 책을 통하여.

변화된 삶을 원한다면, 그러나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있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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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타임워프 -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를 기억하는 방법
김신현경.김주희.박차민정 지음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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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니스트 타임워프, 페미니즘이 한국사회를 기억하는 방법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우리사회를 깊고 예리하게 분석한 놀라운 책이다. 시원시원하다. 우리가 느낌으로만 생각했던 부분들도 각종 현상들을 찾아내어 속시원하게 그 흐름들을 해석해준다.

알고 나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문제는 고질적이며, 그 뿌리가 깊고 깊다. 하루 이틀에 뿌리 뽑힐 문제도 아니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난감하고 답답하고 심지어는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여성에 대한 깊디깊은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텐데 그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그 이미지가 굳어져 왔고, 세상의 온갖 미디어들의 방향 또한 너무나 디테일하게 여성상품화에 빠져있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담론형성이 된 페미니즘에 의한 여성들(남성들 포함)의 의식변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 여성들의 상품화는 더 활발해 진 듯 하다.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장자연 사건도 정치와 언론, 재벌들의 연결고리로 인해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녀는 약했지만 참으로 용감한 사람이었다. 어둡고도 미친 사회악을 자신의 죽음으로 고발한, 진정으로 용감한 여성이었다. 그 사건을 담당한 사람들이 남성들이었고, 그에 관련된 사람들 또한 대부분 여성들을 노리개 정도로 생각하는 파렴치한 남성들이었으니 (그 갈피갈피에는 거역할 수 없는 돈냄새가 스며있다.)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지기에는 애당초 무리수였는지도 모르겠다.

 

장자연 사건 외에도 KTX여승무원들의 문제, 유영철에 의해 연쇄살인을 당한 여성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등등을 겪어오면서 우리사회에 여성혐오에 대한 뿌리깊은 의식들이 있음을 다시 확인했고, 그것들은 또한 이 땅의 수 많은 여성들이 깨어날 수 있게 기름역할을 해 주기도 하였다. 진정한 한 사람으로, 남자들과 다름없는 평등함으로 대우받고 살아가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의식이 나날이 확장되고 그 소망들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직은 새싹정도일수도 있다. 그러나 멈추지 말아야 한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의 어감자체를 대가 쎈 여자들의 의식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들의 의식 또한 타파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갖게 해 준다. 그저 뉴스에 묻혀버리기 일쑤인 온갖 사건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 안에 스민 불합리한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개혁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왜, 너무 멀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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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문화교양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엮음 / 노마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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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잘난척하기 딱 좋은 문화교양사전

 

모든 인류는 한 어머니의 후손이다어느 인종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를 한 형제자매라고 할 수 있다고 시작하는 책의 첫머리는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이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이다. 그 모든 인류의 어머니는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불린다. 1897년 베더가 발견한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속의 발전소 역할을 한다고 한다. 유전적으로 보았을 때 미토콘드리아의 흥미로운 점은 모계유전이 된다는 점이란다. 대부분의 유전 형질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반씩 받아 한 사람의 유전형질이 결정되지만, 우리의 세포 안에 존재하는 작지만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는 오직 어머니에게서 유전된다고 한다. 미토콘드리아가 모계 유전되는 이유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될 때, 정자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파괴되고 난자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만이 남기 때문에, 수정란에 존재하는 것은 난자의 미토콘드리아가 되어 우리는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을 역추적하여 1520만 년 전에 살았던 모든 인류의 어머니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이며 그 조상을 바로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크게 받아들이기에는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있는 말이지만 , 확실히 흥미롭기는 하다.

 

각설하고, 이 책은 인간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알려주고 있다. 남자와 여자, 민족, 나아가

그 인간들의 지니고 있는 마음이라는 것과 이 세계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맥락으로

변화되는지에 대해서도 폭넓게 살피고 있다. 인간의 삶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평등과 불평

, 정의와 불의, 그리고 현재와 미래, 인간을 특징짓는 유전자에 관해, 그리고 인간의 삶에

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섹스와 사랑까지 말 그대로 인간의 삶 전체를 아우르며 그 특징과

변화들을 잘 알려주고 있다. 실로 방대한 지식들이다. 일반인들이 가볍게 읽기에는 좀 무거운

주제이며 두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책머리에 명시한 바와 같이 이 시대의 이슈가

되는 온갖 담론들과 실용적인 지식들이 담겨 있어 반드시 한번은 읽어 보아야 할 철학적이고

도 상식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이면서도 전문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라 결코

가볍게 읽을만 하지는 않다. 설렁설렁 읽어가기에는 저자의 지식과 노고가 너무 크다는 생각

이 든다. 두께도 만만찮으니 혹여 관심가는 사람이라면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한다는 마음가짐

으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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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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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라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보인 언론·문학·음악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서 언론·문학·음악작품 분야에서 미국 내 최고로 권위 있다고 평가받는 상이다. 이 책, 믿을 수 없는 강간이야기는 2016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또한 이 책은 수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와 서류, 그리고 수사자료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미투운동으로 충격에 빠졌던 때가 그리 오래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접한 끔찍한 강간이야기들은 너무나 놀랍고 마음이 깊이깊이 아팠다. 아무리 양성평등을 누리고 사는 시대라지만, 우리는 안다. 여자는 아직도 여전히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약자로 살아가고 있으며 약자 취급을 받고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가장 강대국이라 여기는 미국에서도 그러할진대 이 지구상의 그 많은 나라들의, 수 많은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하고 살아가는 피해는 얼마나 엄청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아프다.

 

최근 모 정치인과 그의 정무비서 사이에서 생긴 성폭력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허탈해하고 기막혀 했던가. 피해자다움이라는 말까지 들먹이며 몰아세우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아직도 멀고 멀었구나 라는 생각을 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강간이라는 폭력을 겪은 피해자가 마땅히 보일 법한 반응이란 없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짚어주고 있다.

 

살인사건이 흑과 백이라면 강간사건은 온통 회색지대일 뿐이다. 또한 강간 피해자는 살아 남아 계속 상처받고 있다. 그들의 고통은 바로 눈 앞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그들의 고통에서 절대, 절대로 눈을 돌릴 수 없다’(P38)

 

강간 사건의 피해자들은 의심받는 경우가 많다. 경찰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의심받는다.’(p. 64)

 

가장 확실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이들에게 강간 피해자들의 오락가락한 진술은 그 피해에 대해 의심하게 한다. 그러나 그 의심은, 끔찍한 트라우마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후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고려되지 않은 처사이다. 성폭력, 특히 강간에 대한 수사는 결정적인 증거 채택과 더불어 심리적인 접근도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강간사건의 가해자들에게는 그 어떤 선처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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