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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딸들 1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평점 :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동물과 인간의 문화를 관찰하고 쓰는데 평생을 보낸 작가 엘리자베스 M. 토마스의 책 <세상의 모든 딸들>이 출간 30주년 기념으로 재출간되었다.
2만년전 구석기시대를 배경으로 원시상태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작가의 상상력과 고증을 통해 섬세하게 재해석해 낸 이 책은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특히 여자들의 삶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더욱 주목하며 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2만년 전이라니, 그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의 저편에서 살다 간 주인공 야난의 시점으로 알아가는 그 시대의 생활은 그러나 놀랍게도 이 시대와 완벽하게 다르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남자가 고기를 지배하고 오두막을 지배해서 위대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자가 위대하다면 여자는 거룩하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딸들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어머니이니까” 야난의 어머니가 아이를 낳다가 죽음을 맞게 되면서 그녀의 딸, 즉 야난에게 해 준 말이다. 여자의 진정한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함축된 문장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람은 이렇게 살고 이렇게 죽는 것이란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나처럼 이렇게 살았어. 호랑이를 따르는 까마귀처럼 남편을 따르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사는 법이란다.” 이 말이 큰 거부감 없이 읽히고 스미는 것은 책 전편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여자로서의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일 터이다. 혹자는 어떤 거부감을 갖게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취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원시인들의 삶의 방식이 물질만능에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마저 팽개치기 일쑤인 현대인들의 삶에 비해 크게 부족하거나 모자라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의 지나친 생각일까?
땔감을 스스로 구하고, 그것을 또한 오두막으로 옮기는 일이며, 아이를 가졌어도 그러한 일들에서 제외되지 않는 것, 또한 누군가의 보살핌 없이 스스로 아이를 낳는 여자들, 영혼이 된 후 어마어마하게 큰 태양을 창으로 찔러 그것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이야기 등등 책 속의 모든 이야기들이 작가의 상상과 원시인들의 믿음이 결합되서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지금 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태양처럼 뜨겁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 놀라운 상황들을 만나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우리가 말하는 문화나 놀이는 없고 오로지 의식주에만 매달려 사는 것 같은 그들의 생활이지만, 달이 차고 기우는 것으로 시간의 변화를 알고, 그 시간을 따라 이동하며 먹이를 구하고, 도덕적인 부분에서도 간과하지 않고 스스로 벌을 내리고 받았던 사람들. 그 시대의 여자들, 그러니까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은 어쩌면 이 시대에 페미니스트라고 외치는 사람들보다 더 근본적으로 진정한 페미니스트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이어서 읽고 싶어지게 하는 책 읽기 였음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