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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타임워프 -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를 기억하는 방법
김신현경.김주희.박차민정 지음 / 반비 / 2019년 8월
평점 :
페니니스트 타임워프, 페미니즘이 한국사회를 기억하는 방법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우리사회를 깊고 예리하게 분석한 놀라운 책이다. 시원시원하다. 우리가 느낌으로만 생각했던 부분들도 각종 현상들을 찾아내어 속시원하게 그 흐름들을 해석해준다.
알고 나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문제는 고질적이며, 그 뿌리가 깊고 깊다. 하루 이틀에 뿌리 뽑힐 문제도 아니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난감하고 답답하고 심지어는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여성에 대한 깊디깊은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텐데 그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그 이미지가 굳어져 왔고, 세상의 온갖 미디어들의 방향 또한 너무나 디테일하게 여성상품화에 빠져있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담론형성이 된 페미니즘에 의한 여성들(남성들 포함)의 의식변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 여성들의 상품화는 더 활발해 진 듯 하다.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장자연 사건도 정치와 언론, 재벌들의 연결고리로 인해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녀는 약했지만 참으로 용감한 사람이었다. 어둡고도 미친 사회악을 자신의 죽음으로 고발한, 진정으로 용감한 여성이었다. 그 사건을 담당한 사람들이 남성들이었고, 그에 관련된 사람들 또한 대부분 여성들을 노리개 정도로 생각하는 파렴치한 남성들이었으니 (그 갈피갈피에는 거역할 수 없는 돈냄새가 스며있다.)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지기에는 애당초 무리수였는지도 모르겠다.
장자연 사건 외에도 KTX여승무원들의 문제, 유영철에 의해 연쇄살인을 당한 여성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등등을 겪어오면서 우리사회에 ‘여성혐오’에 대한 뿌리깊은 의식들이 있음을 다시 확인했고, 그것들은 또한 이 땅의 수 많은 여성들이 깨어날 수 있게 기름역할을 해 주기도 하였다. 진정한 한 사람으로, 남자들과 다름없는 평등함으로 대우받고 살아가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의식이 나날이 확장되고 그 소망들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직은 새싹정도일수도 있다. 그러나 멈추지 말아야 한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의 어감자체를 ‘대가 쎈 여자들의 의식’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들의 의식 또한 타파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갖게 해 준다. 그저 뉴스에 묻혀버리기 일쑤인 온갖 사건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 안에 스민 불합리한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개혁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왜, 너무 멀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드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