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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1년
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만권의 기억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권을 추천해줄게.
이 책은 표지에 소개된 바와 같이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이야기이다. 일본만의 독특한 서브컬처를 밑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책과 제품들, 그리고 컨텐츠가 버무려져 서점 전체가 작은 테마파크에 들어선 기분을 준다는 곳, 획일화된 상품이나 진열, 그리고 판매에서 벗어나 그곳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잡은 서점, 빌리지뱅가드에서 12년간 일하다가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만남 사이트 ‘X’에 가입하는 저자, 그 후로 이어지는 낯 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며, 또한 상대방에게 어울릴만한 책을 추천해주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멋지다.
만남 사이트를 통해 낯 선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책을 소개해 준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설퍼 보였고, 그다지 바람직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건 나의 선입견이었다. 저자가 소개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고, 자신의 인생을 나름대로 소중히 개척해 가는 사람들이었다. 시대가 그렇게 변했나보다. 저자가 만난 많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모습들이 이 시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고정관념이나 구시대적인 사고방식들이 책을 읽는 동안 곳곳에서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저자의 깊은 애정도 함께 느껴졌다. 상대방의 성격이나 취향등을 진지하게 파악한 후 그에 맞을 것 같은 책을 추천해주는 데 참으로 프로다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내가 카페에서 이벤트를 통해 새 책을 받아 읽고 서평을 써 왔던 것들이 너무나 부끄럽게 여겨졌다. 진정한 서평대신 그저 형식적인 서평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은 나를 많이 부끄럽게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일회성 만남이 될 가능성이 더 큰 사람들임에도 진심을 다해 그들에게 책을 추천해 준다. 나 역시 앞으로 책을 읽을 때면 그 책이 필요한 누군가를 떠 올려보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누군가’의 내면을 진심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더 우선할 것이다. 그것은 ‘사람’ 에 대한 사랑, 애정을 가져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나다 나나코의 껍질을 벗어난 삶이 참말 부럽고 멋있다. 그것도 책을 통하여.
변화된 삶을 원한다면, 그러나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있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