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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평점 :
퓰라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보인 언론·문학·음악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서 언론·문학·음악작품 분야에서 미국 내 최고로 권위 있다고 평가받는 상이다. 이 책, 믿을 수 없는 강간이야기는 2016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또한 이 책은 수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와 서류, 그리고 수사자료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미투운동으로 충격에 빠졌던 때가 그리 오래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접한 끔찍한 강간이야기들은 너무나 놀랍고 마음이 깊이깊이 아팠다. 아무리 양성평등을 누리고 사는 시대라지만, 우리는 안다. 여자는 아직도 여전히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약자로 살아가고 있으며 약자 취급을 받고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가장 강대국이라 여기는 미국에서도 그러할진대 이 지구상의 그 많은 나라들의, 수 많은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하고 살아가는 피해는 얼마나 엄청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아프다.
최근 모 정치인과 그의 정무비서 사이에서 생긴 성폭력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허탈해하고 기막혀 했던가. 피해자다움이라는 말까지 들먹이며 몰아세우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아직도 멀고 멀었구나 라는 생각을 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강간이라는 폭력을 겪은 피해자가 마땅히 보일 법한 반응이란 없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짚어주고 있다.
‘살인사건이 흑과 백이라면 강간사건은 온통 회색지대일 뿐이다. 또한 강간 피해자는 살아 남아 계속 상처받고 있다. 그들의 고통은 바로 눈 앞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그들의 고통에서 절대, 절대로 눈을 돌릴 수 없다’(P38)
‘강간 사건의 피해자들은 의심받는 경우가 많다. 경찰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의심받는다.’(p. 64)
가장 확실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이들에게 강간 피해자들의 오락가락한 진술은 그 피해에 대해 의심하게 한다. 그러나 그 의심은, 끔찍한 트라우마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후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고려되지 않은 처사이다. 성폭력, 특히 강간에 대한 수사는 결정적인 증거 채택과 더불어 심리적인 접근도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강간사건의 가해자들에게는 그 어떤 선처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