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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ㅣ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갈수록 세상살이가 자꾸 분주하고 시끄럽고 복잡해 집니다. 속도는 또 얼마나 빨라지는지요. 말 그대로 숨가쁘게 돌아가는 나날들입니다. 숨이 컥컥 막힐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어떤 시인은 ‘저 숲속에 들어가 길을 잃고 싶다’고 했을까요? 저 또한 그런 바람을 가지고 삽니다. 짙푸르고 깊은 숲을 볼 때면 저 속에 들어가서 사나흘 정도라도 길을 잃고 머물고 싶다는 다소 관념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정말 오죽하면 그런 생각이 들까요? 매일 되풀이 되는 쉼없는 일상속에서 이제는 정말 잠시잠시라도 좀 쉬어가고 싶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평안한 상태로 나의 몸과 영혼에게 쉼을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정적, 말만 들어도 금새 편안해 지는 단어입니다. 고전문헌학자인 배철현님은 이 책을 통하여 하루 10분, 고요하게 나를 지켜내는 힘은 바로 정적이라고 얘기합니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정적이란 잔잔한 호수나 바다와 같은 상태로 겉보기에는 고요하지만, 그 속에서는 부단한 움직임이 함께 하는 정중동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때 가장 필요한 도구는 바로 경청이라고 합니다. 타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바로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1부에서는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시간으로 평정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모든 인간의 불행은 홀로 조용한 방에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생긴다는 파스칼의 말이 깊이 와 닿습니다. 작가는 우리의 삶에서 서로에게 존재하는 간격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완성이라는 것이지요.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간격의 인정인 것 같습니다. 서로 사랑하여 결혼한 부부에게도, 그 자녀들에게도, 직장 동료들에게도, 우리가 만나는 수 많은 클라이언트들에게도 분명히 나와 다른 간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그 잊음이 바로 불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겠지요.
또한 명심(銘心)이라는 것은 배움에 대한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배움은 자신의 머리가 아닌 심장에 새겨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고대 성인의 말을 빌려 친절과 진실이 우리를 떠나지 않게 하라고 합니다. 친절과 진실을 목에 묶고 우리의 심장의 서판에 새기라고도 합니다. 우리 스스로 고요한 중에 끊임없이 수련하지 않는다면 그 친절과 진실은 우리를 떠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작가가 제시해 놓은 탈무드의 어록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지혜로운가?
----------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누가 강한가?
----------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는 사람이다.
누가 부자인가?
---------- 자신의 몫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누가 존경받을 만한가?
---------- 자신의 동료들을 존경하는 사람이다. (p.45)
요즘 돌아가는 우리나라의 기이한 정치판을 보노라면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기까지 합니다.
그들이 다투어 위에 인용한 탈무드의 어록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삶을 이어간다면 그로 인해 치졸한 아귀다툼은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작가는 또한 눈에 보이는 돈을 얻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은 하염없이 낭비하는게 바로 우리들의 어리석음이라고 말합니다. 사소(些少)한 것의 위대함을 잊고 산다는 것이지요. 우주 역시 그 사소한 것들의 집합체이니 사소한 것을 무시하는 것은 우주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삶에서 그 사소한 것들을 잊지 말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지요. 순간이 일생이고 일생이 순간이기도 하니까요.
나아가 작가는 자신의 스타일을 잘 가꾸라고 합니다. 스타일의 원래 의미는 자신의 생각을 손을 통해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더 확장시켜 보자면 스타일이란 바로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자 삶의 태도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내 삶을 지탱해 줄 나만의 스타일은 무엇인지 우리는 수시로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바로 ‘나만의 무늬를 수 놓는’ 디자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처럼 우리가 자신안에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내성을 키워간다면 우리는 바로 그 안에서 평정심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2부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바로 부동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3부에서는 나에게 건네는 간절한 부탁, 포부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4부에서는 나를 깨우는 고요한 울림, 개벽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일일이 소개하기에는 너무 알차고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읽어서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작가가 말한 경청은, 결국 우리들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필요한 것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롯이 자신을 향해 마음의 귀를 열어놓고 부단히 노력해 가야 하는 것이겠지요.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깨달음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