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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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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성장소설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한 소녀의 성장이 초점이라기보다는 견딜 수 없는 상처를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한 인간의 과정이니까.

니은이가 부모를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정과 매우 흡사하다. 정도는 다르지만 마치 나의 상처와 상실감을 바라보는 듯 할 정도로..

물고기가 몸 속을 헤엄쳐다니는 느낌, 까닭없이 치밀어 오르는 화, 이유없이 친구를 향하는 원망과 시샘..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게 된다.

니은이가 상처를 확인하고, 대면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나의 상처에 닿아 있다. 그리고 책을 덮을 무렵 내 상처에도 단단한 딱지가 앉아 있음을, 또 그 안에서 새 살이 돋아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일까? 상실감과 혼란 속에서 요동치던 내 마음도 어느날 가라앉아 있음을 문득 느낀 순간이 있다. 이 소설 때문이었는지, 그저 시간의 흐름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상처를 애써 부인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게 두면 생채기에 딱지가 생기고 새 살이 돋는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 알려주고 있으니 이것 역시 소설이 주는 치유일 수도 있겠다.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나를 찾아온 소설이다. 그래서 더 반갑다.

북콘서트에서 만난 김형경 선생님은 '저는 참 괜찮아졌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그녀도 많이 아파하고 글을 쓰고, 또 그렇게 이겨냈겠지.
'노력하니까 되더라고요.'
나도 노력해서 그렇게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이 되면 좋으련만..
나는 아직 멀었다.

욕망은 소유하고 쟁취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는데,
나는 여전히 욕망한다.
하루하루 헛된 욕망은 버리자고 했던 한 해의 다짐을 여름이 지나도록 하루도 실천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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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를 기르다
윤대녕 지음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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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삶은 그런 것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미지의 무언가에 이끌리기도 하고, 쓸려가기도 하고,  내밀한 연이 닿아 생기고 소멸하는 것.

그 길에서 거짓말같은 우연과 마주치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하지만 결국엔 그렇게 살아지는 것.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의 인물들은 기구한 삶을 살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원망, 분노와 같은 격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탱자'의 고모도, '고래등'의 아버지도, '편백나무 숲쪽으로'의 아버지와 나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눈물이 고일듯한 삶이지만 그들의 삶은 그저 누군가의 입을 통해 덤덤하게 서술될 뿐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삶, 그들 캐릭터에 대한 연민은 더욱 깊어진다. 엄살부리지도 않고, 변명하지도 않고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작가가 운명을 대하는 관점이 아닐까.

그리고 그들의 만남, 이별, 죽음을 결코 비루하지 않게 그려내는 것 역시 이 모든 것을 끌어 안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겠지.

사는 게 구질구질하다며 철없는 투정을 해대던 내게 '그래도 참 좋구나.'하는 마음이 들게 했던 책.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아..'하는 짧은 탄성을 내게 만들었던..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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